조선소 용접공으로 근무하던 중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껴 진단결과 상병(요추제2-4, 4-5, 요추제

【판결요지】
가. 원고의 작업장소는 알루미늄 합금을 주재질로 사용하는 관계로 용접작업시 믾은 양의 알루미늄 흄과 분진 등이 발생하였으나,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기전 이상으로 척수, 대뇌, 시신경 등의 중추신경계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서 척수염이 그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바, 원고의 경우 척수이외에 다른 중추신경에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아 횡단성 척수염만이 확진될 뿐이어서 다발성 경화증에 걸렸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전 세계적으로 의학계에 알루미늄 중독에 의한 척수병변으로 다발성 경화증을 유발하였다는 보고는 없음. 횡단성 척수염은 감염, 백신, 면역질환 등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나, 원고의 경우 위 질병에 걸린 원인을 알 수 없다 할 것임

나. 원고의 경우 작업자의 사정으로 인해 허리에 무리를 주는 자세로 계속 작업을 해온 점, 작업시간, 작업환경, 치료경과, 질병내용 등을 더한 제반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요추간판탈출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원인으로 인해 발병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임

【당 사 자】원고(피항소인), 이○○
피고(항소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창원지법 1999. 12. 3. 선고 99구87 판결

【주 문】1. 원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가 1998. 3. 24.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 중 요추간판탈출증(제3-4, 4-5요추, 제5요추-제1천추간)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이를 2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이 유】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82. 5. 10. ○○조선공업 주식회사(1999. 4. 15.경 주식회사 ○○중공업에 합병되었다)에 입사한 이후 용접공으로 일해 왔는데, 1998. 1. 9. 10:40경 해군 함정용 선박 내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허리에 통증을 느껴 창원병원에서 진찰 받은 결과, ‘요추간판탈출증(제3-4, 4-5 요추, 제5요추-1천추), 척수병변(다발성 경화증, 척수염의증), 요추강직증’으로 진단되었다.
나. 이에 원고는 1998. 3. 12.경 위 가.항 판시 질병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하여 피고에게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달 24. 위 질병 중 ‘요추강직증(요부염좌)’에 대하여서만 요양승인하고, ‘요추간판탈출증, 척수병변(다발성 경화증), 척수염’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는 기왕증이라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① 1982년 입사한 이래 약 16여 년간 용접공으로 근무해 오면서 전장이 짧은 소형 선박 내에서 작업하는 관계로 장소가 협소하여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작업을 함으로써 허리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어 요추간판탈출증이 유발되었고, ② 선박의 주요 재질이 알루미늄이어서 그로 인해 용접작업시에 발생하는 독성 강한 알루미늄 흄과 분진 등이 근골격계에 경화를 일으키는 작용을 하여 척수병변을 일으켰으므로, 원고의 질병은 모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그렇게 보지 아니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⑴ 위 가.①항 주장에 관한 부분
㈎ 사실관계
1) 원고는 1953년생의 남자로서 입사이래 주로 소형 선박인 해군함정의 용접 업무에 종사해 왔는데, 근무시간은 1일 8시간이나 이 사건 당시는 하루 2시간씩 연장근무를 하였다.
2) 원고가, 선체가 작은 선박 내에서 선체를 구성하는 블록 내부의 각종 소재를 연결하는 용접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좁은 공간 사이를 어렵게 움직여야 했고, 상하, 좌우나 구석진 곳에 소재를 연결하거나 부착하기 위해서는 작업시간 동안 계속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 했기 때문에 일반 용접공보다 허리에 더 무리가 갔다.
3) 원고는 1996. 1. 14. 13:20경 선박 내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용접부위가 탈락하면서 약 1m 높이의 엔진룸 아래로 추락하는 바람에 5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슬관절부염좌(고도), 우측흉벽부좌상, 우측주관절부염좌 등을 입어 요양한 바 있는데, 당시 허리 부분은 치료를 받지 않았으나 추락의 충격으로 같은 해 6.경 치료종결한 후에도 그 부위에 통증이 남아 있었으며, 위 사고 이전에 허리 부위에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거나 기왕의 허리질환을 가진 것으로 진단된 바는 없었다.
4) 원고는 1998. 1. 9. 10:40경 용접 작업 중 다리와 허리에 통증을 느끼고 초기에는 침으로 치료를 하다가, 같은 달 31. 신마산 병원에서, 같은 해 2. 5.에는 마산 ○○병원에서 각 검사 및 치료를 하였고, 같은 달 10. 창원병원에서 근전도검사 및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한 결과 위 1.가.항 판시의 병명으로 진단이 내려졌다.
㈏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경우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및 업무수행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정도에 이르면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위 1)항의 법리를 바탕으로 보건대, 사실관계가 위 ㈎항 판시와 같다면, 부상의 부위나 정도, 사고의 경위, 치료경과 등으로 보아, 원고는 위 ㈎ 3)항 판시의 1996. 1. 14.자 추락사고로 인해 허리 부분에도 상당한 충격을 입었으리라고 넉넉히 인정되는 점, 작업장의 사정으로 인해 허리에 무리를 주는 자세로 계속 작업을 해 온 점, 원고의 경우 위 추락사고 이전에 허리에 부상을 입거나 기왕의 허리질환을 가졌다고 진단된 사실이 없었던 점 등에다가 작업시간, 작업환경, 치료경과, 질병내용 등을 더한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의 이 사건 상병 중 요추간판탈출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가령 원고에게 기왕의 허리 질병이 있었다 치더라도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그 증상의 발현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 중 위 질병이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 하여 요양을 불승인한 부분은 위법하다.
⑵ 위 가.②항 주장[척수병변(다발성 경화증, 척수염)]에 관한 부분
㈎ 사실관계
1) 원고가 주로 작업하였던 소형 해군함정은 알루미늄 합금을 주재질로 사용하는 관계로 용접 작업시 많은 양의 알루미늄 흄과 분진 등이 발생하였으므로, 원고는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하였는데, 알루미늄 흄과 분진 등에 오래 노출될 경우 건강과 근골결계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2)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기전 이상으로 척수, 대뇌, 시신경 등의 중추신경계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서 척수염이 그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바, 원고의 경우 척수 이외에 다른 중추신경에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아 횡단성 척수염만이 확진될 뿐이어서 다발성 경화증에 걸렸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전세계적으로 의학계에서 알루미늄 중독에 의한 척수병변으로 다발성 경화증을 유발하였다는 보고는 없다.
3) 횡단성 척수염은 감염, 백신, 면역질환 등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나, 원고의 경우 위 질병에 걸린 원인을 알 수 없다.
㈏ 판단
1)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원고는 척수염만이 확진될 뿐, 다발성 경화증에 걸렸다고 확진할 만한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그 질병에 걸린 여부가 불명한 터이니, 위 ㈎ 1), 2)항 판시의 작업환경이나 질병의 특성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고가 다발성 경화증에 걸렸음을 전제로 하여 이를 요양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2) 한편, 척수염은 감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걸릴 수 있으나, 원고의 경우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점은 위 ㈎ 3)항 판시와 같고, 위 질병이 업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으니, 원고의 업무와 위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따라서, 다발성 경화증과 척수염은 요양대상이 되는 질병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 중 이들 상병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 중 요추간판탈출증에 대한 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부분은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여법관】판사 강문종(재판장) 구남수 박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