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민주당은 ‘깡통 보고서’라며 즉각 반발했다. 며칠 전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과학자의 발언에 대해 ‘돌팔이’라고 비난한 바도 있다.
깡통 보고서와 돌팔이는 과학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이다. 아마도 그저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네 편을 들지 않으면’이라는 말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들 입장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의 말은 그 진위여부를 떠나 전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외의 한인 석학들의 우려 섞인 쓴 소리를 하고 있다. 김준범 트루아공대 교수는 “지금 상황은 DNA 검사로 친자 확인에서 99.9%가 나왔는데도 못 믿겠다고 하는 셈”이라고 민주당의 억지 주장에 일침을 놓았다.
재미있는 것은 태평양의 해류는 일본 열도를 거쳐 북태평양을 지나 캐나다와 미국으로 먼저 흘러든다. 우리 해역에 만약 그 해류가 온다면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후이다. 그런데도 미국의 입장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서해안은 우리보다 몇 배나 길다.
미국 정치인들은 과학이 ‘돌팔이’인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IAEA 보고서가 ‘깡통 보고서’인지 모르기 때문일까? 아마도 바깥으로 표현하지는 않겠지만 미국 정치인들은 민주당의 이런 행태에 대해 ‘돌대가리’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민주당도 IAEA 보고서에 대한 비판과 후쿠시마 핵 오염수에 대한 자기들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그들이 사는 길이라 여기기 때문이며, 당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민주당은 수적 우세를 앞세워 윤석열 정부가 싫어하거나 곤란해 하는 것들만 골라서 입법으로 밀어붙였다. 물론 자기들이 밀어붙인 법이 대통령에 의해 거부되리라는 것을 계산을 넣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 자체로 정부를 공격할 고리를 하나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반응은 민주당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이 강했고, 그것은 그 동안의 정당 지지도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자기 당의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체포 특권을 남발함으로써 국민들의 눈총을 샀다.
그뿐인가. 자고나면 민주당 의원들의 추악한 행태들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전임 당대표의 돈봉투가 오갔고, 김남국 의원은 상임위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 여론이 싸늘해지자 그는 잠적하더니, 의혹을 벗고 당당히 돌아오겠다는 오만한 말과 함께 민주당을 탈당했다.
물론 국민들은 민형배 의원에서 보듯이 비열한 행태를 보인 민주당 의원들의 탈당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것이 오히려 국민들을 민주당에서 멀어지게 했다. 거기에 당대표는 연일 법원을 들락거리며 언제 구속될지 모르는 형편이다.
길은 하나다. 총서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민주당을 옭죄었던 온갖 부정과 불법은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이다. 더구나 정국의 주도권은 향후 4년간 쥐게 된다. 당대표는 대권으로 한발 더 다가설 것이다. 그러므로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을 당연하다.
이미 그런 시도가 있었다. 이태원 사건이 그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이슈화하여 정부를 공격하려 했지만 광우병 파동을 겪은 국민들은 냉담했다. 국민들은 민주당을 양치기소년으로 볼 뿐이다.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비빌 언덕을 찾는 중에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호재가 내재되어 있다. 하나는 핵 오염수에 대한 거부감이고, 다른 하나는 반일 감정은 여전히 한국인의 가슴 속에 응어리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반일 감정은 늘 과학을 앞섰다. 사실 감정의 문제는 과학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민주당은 바로 그 점을 노린 것이다. 감정과 과학이 부딪치면 과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감정으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심증은 가도 과학이 주장하는 물증은 없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광우병 파동, 세월호 사건 등으로 온 나라가 극심한 분열을 겪었다. 하나는 미완이었지만 하나는 성공했다. 그 때문에 사실은 국민들은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야 어떻든 민주당은 그런 향수를 잊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는 국민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돌대가리’, ‘차리리 X을 먹겠다’ 같은 말이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선동이라면, ‘깡통 보고서’는 국민의 반일 감정이 과학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는 술책이다. 이것이 대국민적 사기극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민주당은 이런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다음 총선에서 사는 길이고 민주당의 격을 높이는 길이다. 이제는 국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수산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자꾸 깊어지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나 살자고 남 죽이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사실 후쿠미사 핵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는 거대한 바이칼 호수에 핵 오염수 한 양동이를 붓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한강에 오염수 한 컵을 버리는 것 정도도 아닐지도 모른다. 태평양은 동네 연못이 아니다.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민주당의 고육책이 눈물겹도록 처절해 보인다. 우리는 그들 장기판의 졸이 아니다. 지금의 그들은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졌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기도 하다. 과거의 그 멋진 민주당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