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살이에서 자주 쓰는 '그녀'. 그게 고유 말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네, 그미, 그니, 그이, 그히, 그매, 그년, 그냐` 등 대안 용어가 끝없이 생성소멸됐다. 여성 3인칭 '그녀'를 두고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 사이의 펼친 논란을 정리한다.
그녀`는 1954년 이후부터 쓴 낱말.
1954년 이후 "그녀"가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게 되었으면서도 일단의 사람들은 이것에 불만을 표시하였고..『현대문학』1965년 3월호는 최 현배, 이 숭녕, 허 웅, 김 형규, 류 창돈, 김 석호, 김 동리 등 7명의 생각을 실었다. 또한,『현대문학』은 작가 54명에게 현재 쓰고 있는 여성 3인칭 대명사가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그녀"가 대다수를 차지하였다. 이중답변을 포함하여 응답에 나타난 결과를 보면, "그녀"가 33명, "그네"가 7명, "그"가 6명, "그여자"가 4명, "그니"가 2명, 그리고 "그미"와 "그여"가 각 1명이었다. 그리고 여성의 고유명사를 그대로 쓴다는 사람이 4명, 여성 인칭대명사를 되도록 피한다는 사람이 2명이었다.
그녀`를 반대하는 사람
최 현배
1. 까닭
⑴ "그녀"는 일본말의 조어 "가노죠"(皮女)를 흉내 낸 말.
⑵ 일본에서는 "he"와 "she"에 빗대어 "彼"(가레)와 "皮女"라는 번역어를 각각 만들어낸
19세기 말. 번역어로부터 문화어로 승격하여 "가노죠"가 문단에서 왕성하게 쓰기 시작한
것은 1912년 이후.
⑶ "女"는 한자말(美女, 小女, 女子 등) 외에는 따로 쓰이지 않으므로 "가노"와 합성어가 될 수
없다. 일본의 억지 조어를 흉내낸 데 문제.
⑷ 다음으로는 "그녀"는 관형사 '그'와 '女'를 합성한 것이므로 "그여"라고 해야 한다.
왜냐면 관형사 다음에 '女'를 쓰는 것이므로 낱말의 첫소리 발음 원칙-보기를 들면 "연배"(年
輩)-에 따라야 하기 때문.
⑸ 이러한 불합리 말고도 "그녀는"으로 말할 경우 "그 년은"이라는 욕설로 들린다는 점.
2. 대신해 쓸 수 있는 말.
: 그미.
3. '그미'의 근거
: "-미"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 남자는 "아비", "오라비", "할아비" 따위로 부르고
여자는 "어미", "할미", 아지미" 따위로 부르기 때문.
김 석호
1. 까닭
⑴ "그녀"라고 하면 그것이 일어의 직역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이 깨진다.
⑵ "그년"이라는 욕설과 비슷해 보여 불쾌감을 준다.
2. 대신해 쓸 수 있는 말.
: 그매.
3. '그매'의 근거
⑴ "아지매", "엄매", "할매"에서.
⑵ "몸매", "눈매" 따위의 말들에서 아름답고 곱고 예쁜 어감이 좋게 때문.
⑶ "그매"에서는 여성의 아름답고 부드러운 모습이 이글거리는 동양적인 여성의 전형성을
찾아볼 수 있다.
⑷ 서민적이기 때문에 대중이 함께 할 수 있다.
그녀` 쓰기를 찬성하는 사람
이 숭녕
1. 까닭
⑴ 여자 3인칭 대명사를 만드는데 실험에서 실패했다.
⑵ 대중의 통용어로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그녀"는 이미 귀에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쓰인다.
⑶ "그미"나 "그네"와 같은 말은 적당하지 않다.
김 동리
1. 까닭
⑴ 반대론자들이 "그년"의 어원을 '그 + 女'의 구조로, 우리말 조어법에는 없는 '우리말 + 한자
말'로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울녀(울 + 女)"는『큰사전』에서는 "잘 우는 버릇이 있는
계집아이"로 풀이하고 있으며, "울남(울 + 男)"도 있다. 따라서 "그녀"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⑵ 일어 "가노죠"를 직역하면 "저의녀"이지 "그녀"가 아니다.
⑶ "그녀"로 쓰는 것은 한일 두 민족의 고유한 말과 한자말과의 관계에서 유사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⑷ "그녀"는 이미 "울녀"나 또는 "어진녀"와 같은 계열로 연결되고 있다.
'그녀`에 대한 다른 생각
허 웅
1.'그녀`에 대해서 자신의 태도를 밝히지 않고,
2. 대신해 쓸 수 있는 말.
: 이이/그이/저이
3. '이이'/'그이'/'저이'의 근거
: "이분"/"그분"/"저분" 과 "이이"/"그이"/"저이"는 남자뿐 아니라 여자에게도 같이 쓰는 3인칭
대명사이지만, 여자들은 이 모두를 남자들에게 양보하고 있다.
김 형규
1. '그녀'를 허용하나, 입말로써 '그녀'는 쓸 수 없다.
2. 까닭
⑴ 우리말의 인칭대명사가 높고 낮음의 관계만 분명할 뿐 성구별은 전혀 없다.
⑵ "he"에 해당하는 남성 3인칭대명사는 내버려두면서 "she"에 해당하는 3인칭대명사만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남존여비에서 나온 말이다.
⑶ 3인칭 대명사의 존칭별 분화가 필요하다. 어머니나 아주머니 등을 "그녀"로 부를 수는 없다.
⑷ 낮춤말은 "그놈"에 대비하여 "그년" 또는 "그 계집"이 있으나 높임말은 남성 전용으로 쓰는
"그 이"나 "그 어른"을 그대로 써도 관계없다.
류 창돈
1. 특별히 자기 생각을 밝히지 않고, 쓰고 있거나 대신 쓸 수 있는 말들, 즉 "그녀", "그네",
"그히", "그니", "그미", "그매"의 근거에 대해서 분석.
2. 까닭
⑴ "그네"는 "그"에다 여성과 여성적 명칭에 잘 붙는 접미사 "네"를 합성한 것.그러나 "그네들"
하면 "그 여자들"인지 "그 남자들"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지만 별로 문제되지 않으리라 봄.
⑵ "그히"는 "그회"를 잘못 적은 것으로 보아 "그녀"와 같은 얼개로 분석. 즉, '그 + 姬'에서 온
것으로 본다.
⑶ "그니"와 "그매"는 유래가 확실치 않다.
글말에서는 그녀`를 일반적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최고의 약점은 입말에서는 잘 쓰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 "그년"이라는 욕설로 오해되기 때문인 것 같다. 입말에서는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인지 지금도 "그녀"는 위협을 간간이 받고 있다.
1974년 교육계와 국어문화운동 전국연합회
1. 어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바르고 고운말을 쓰자는 모임.
2. 이 모임에서는 "그녀"를 쓰지 말 것을 대중들에게 호소.
3. 까닭
최현배의 논리에 따라,
⑴ 조어법상 맞지 않음
⑵ "she"와 "가노죠"를 흉내낸 번역투
⑶ 음운상 듣기 거북하다는 점
1989년에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에서 비슷한 이유에서 "그녀"를 문제삼고 있음.
1991년에는 시인 여 영택의 『한글 새소식』에서,
1. 대신해 쓸 수 있는 말.
: 그냐.
2. 까닭
: 우리말에서 "여드레"를 "야드레"로, "여위다"를 "야위다" 등으로 쓰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녀"를 "냐"로 바꿔본 것.
첫댓글'그녀'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흥미 있게 보았습니다. '그'는 20세기 초에 '그녀'는 해방 이후에 주로 소설 문장에서 쓰인 말인데, 그 기원이야 무엇이든 이제는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을는지요? (물론 구어에서는 '그 사람/그 여자'로 쓰이긴 하지만요...)
우린 아직 '그에게 전해줘.' 라든가 '그녀가 오늘 입은 옷은...' 식으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혹은 그녀가 필요한 것은 외국어를 번역할 때뿐입니다. 그럴 때도 그 남자나 그 여자로 번역하면 됩니다. 노랫말이나 문학적인 표현에서 쓰인 것은 표현의 다양성으로 인식하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드라마나 영화는 어색하기 짝이 없더군요. 저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혹은 그녀를 쓰는 영상 작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첫댓글 '그녀'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흥미 있게 보았습니다. '그'는 20세기 초에 '그녀'는 해방 이후에 주로 소설 문장에서 쓰인 말인데, 그 기원이야 무엇이든 이제는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을는지요? (물론 구어에서는 '그 사람/그 여자'로 쓰이긴 하지만요...)
학자들의 이러한 논란이 불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이왕이면 이러한 논의들을 통해 의미도 좋고 어감도 더 나은 말이 받아들여지면 좋겠지요.하지만 어휘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학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언중에게 있군요.그녀? 이제 받아들여야겠지요.
제 기억으로는 김동인이 소설에서 문어체를 확립한다며 보편화시킨 것인데,저는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거슬리네요. 그라고 해도 아무도 기분 나빠하지 않을텐데 그녀를 꼭 써야 하는 건지.대명사에 성별을 꼭 구별해야 하는 건지.
'그녀'가 아직 거슬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구어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을뿐더러 문어에서조차 모든 여성을 가리키는 대명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령, 어린 여자아이나 노인 여성, 또는, 자신의 어머니나 누이를 '그녀'라고 부르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제약성에도 불구하고, 또 she의 단순 번역어일 수 없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기 영역을 구축한 우리말이라고 봅니다. 한 나라 말에 다양한 표현이 있다는 것은 장점이면 장점이지 단점일 순 없다고 봅니다. 대명사의 성별 문제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성별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표현의 다양성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배척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그녀/그 남자/그 여자' 이 모든 말이 상황에 따라 적절히 구사될 수 있다면 그것이 표현의 다양성이 아닐는지요?
우린 아직 '그에게 전해줘.' 라든가 '그녀가 오늘 입은 옷은...' 식으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혹은 그녀가 필요한 것은 외국어를 번역할 때뿐입니다. 그럴 때도 그 남자나 그 여자로 번역하면 됩니다. 노랫말이나 문학적인 표현에서 쓰인 것은 표현의 다양성으로 인식하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드라마나 영화는 어색하기 짝이 없더군요. 저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혹은 그녀를 쓰는 영상 작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