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교태전 뒷 동산 아미산(峨嵋山)이다.
층층이 돌계단을 쌓아 화초를 심고 굴뚝을 세워놓은 화계(花階)이다.
궁궐로 들어온,그러나 살아서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궁중여인들이다.
평생을 구중궁궐에 살아야만 하는 중전을 위해 만든 화초의 계단 꽃마당이다.
아미산은 중궁전의 가장 깊은 후원이다.
중국 산동성 박사현 이라는 곳에 있는 명산,
신성한 선산(仙山) 아미산(峨嵋山)에서
그 유래를 찾기도 한다.
"아미산월반윤추(峨嵋山月半輪秋)"
(아미산의 달이 반쪽 바퀴로 이즈러진 가을에...)
어떤 이는 이태백의 싯귀와 연결시켜 아미산을 설명한다.
중전마마가 교태전에서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게 조경한 동산이다.
백악에서 내려온 산세는 건청궁 옆 녹산을 거처 교태전 뒤에서
자연스럽게 이룬 언덕이었다.경회루 연못을 팔때 나온 흙으로
봉긋하게 북돋은 동산이 오늘날의 아미산이다.
아미산 윗언덕에 마치 백악을 올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교태전 방문을 열면 백악과 연결선상에 놓이도록 화계를 배치한 것이다.
"북한산에서 다시 한 단계 낮아진 갈래가 남으로 내려와 봉긋 솟은 봉우리가
백악산이요,백악산이 더욱 낮아져 마지막 끝가지를 이룬 것이 바로 아미산이다.
아미산의 가지 끝에 피어난 꽃송이가 교태전이요,교태전에 이어 여러 건물들이
주렁주렁 꽃과 열매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이 경복궁이다.
아미산은 산줄기와 건물 자연과 인공 백두산과 경복궁이 만나는 접점이요,
양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서로 얼싸안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의 구현이다."
(홍순민의 우리 궁궐이야기에서)
오늘날의 아미산은 태종 12년(1412년)에 조성되었다.
"교태전 축조를 결정하다."
신록에서 이렇게 나와있다.세종 22년(1440년) 9월 6일(을사)의 기록이다.
아미산을 조성한 지 28년 후인 1440년에 교태전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아미산 조성할 당시에는 교태전을 없었고
임금의 침전 강녕전만 있었다는 사실이다.
태종은 침전인 동시에 대전(大殿)인 강녕전 뒤에 아미산을 만든 것이다.
아미산은 교태전이 아닌 강녕전과 연관시켜 조명하는 이가 있다.
"아미산은 풍수 잉(孕)이다."
풍수학자 장영훈은 풍수의 잉(孕)에서 아미산의 유래를 찾는다.
잉(孕)은 乃(이에 내, 접때 내)와 子(아들자)가 합한 글자다.
‘이에’는 이것과 저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접속어다.
무언가 서로 다른 것이 하나로 접속하면 새로운 생명이 잉태한다.
그러므로 孕은 ‘아이 밸 잉, 품을 잉’이라고 한다.
혈에는 반드시 잉(孕)이 있어햐 한다.잉이 혈을 만든다고 했다.
잉이 없으면 혈은 존재하지 않는다.잉은 그만큼 중요시한다.
"아미산이 풍수 잉이라는 것은 아미라는 명칭 속에도 들어있다.
지맥선이 잉에 이르러서 혈자리로 들어가려는 지표현상을
아미(蛾眉)라고 한다."
"잉에서 혈 자리로 들어가는 지표면은 미인의 눈썹처럼 생길수록 좋다.
그래서 누에나방의 눈썹이라는 아름다운 눈썹을 가르키는 아미(蛾眉)를
가져다 붙인 것이다"
(장영훈의 책 '궁궐을 제대로 보려면 왕이 되어라'에서)
장영훈은 그의 책에서 아미산의 유래를 이렇게 정리한다.
태조는 잉을 잡고 경복궁 강녕전을 입지시켰다.
태종은 잉을 북돋워주기 위해 아미산을 만들었다.
후에 교태전이 들어서자 화계를 조성하여 중궁전 꽃밭을 겸했다.
시간이 지나자 풍수의 아미는 중국의 아미산으로 미화되어 버린다.
아미산은 중궁전의 깊은 후원으로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곳이다.
3면은 담장으로 감싸고 경사면에서 길게 다듬은 돌을 4단으로 쌓아
화계(花階)을 만들고 각 단에는 각기 다른 식물을 배치하였다.
1단에는 소나무 한 그루와 해당화,매화, 모란,앵두,철쭉 등
자생식물 등을 심어 원림(圓林)을 이루었다.
단의 뒤쪽 언덕에는 배나무 느티나무 말채나무 소나무 감나무 쉬나무
회화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기묘하게 생긴 돌로 깎아 만든 석분(石盆)이 돋보인다.
괴석(怪石)이라고 한다. 그 윗단에는 키가 어른 허리정도 되는
높이 화강암으로 된 석조물이 있다.
화계 동쪽에 있는 낙하담(落霞潭)이다.
'노을이 떨어지는 깊은 웅덩이'
해와 양(陽)을 뜻하고 있다.
서쪽에 있는 함월지(含月沚)이다.
'달을 머금은 연못'이다.
달과 음(陰)을 상징하는 석조물이다.
결국 이곳은 음과 양이 어우러져 있는 선경(仙景)이다.
교태전의 온돌의 연기를 빼는 굴뚝도 하나의 예술품이다.
8각형의 모양으로 만들어 굴뚝으로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아미산의 굴뚝은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고,
8각형으로 된 몸체위에 기와로 된 지붕을 올리고,
기와 위에는 네모난 작은 집에 구멍이 뚫려있어
그쪽으로 연기가 빠져나가게 만들어져 있다.
각 면에는 제일위에는 인동당초,
중간에는 판으로 된 회그림이 있다.
거기에 대나무, 소나무, 매화, 복숭아, 모란과 같은 그림을 넣고
위와 아래에 박쥐, 학, 불가사리 등을 배치하였다.
회그림 위 아래에 있는 동물 중 좌우대칭의 불가사리가 보인다.
불가사리는 쇠를 먹고 살며 악몽과 사악한 기운을 쫓아낸다고 한다.
곰의 몸, 무소의 눈, 코끼리의 코, 소의 꼬리,
범의 다리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보통 코끼리로 오해를 하는 불가사리이다.
다른 동물로는 학이 있다.
학은 십장생 중 하나로 장수를 나타내는 문양으로 쓰였다.
박쥐는 한자로 복(蝠)으로 복(福)과 발음이 같아
여러 곳에 장식문양으로 쓰였다.
첫댓글 선생님 오랜만에 찾아왔습니다.
예전에 들었던 해설이 기억에 남아 오게 되엇는데 이렇게 카페를 통해서 자세히 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