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행복한 시흥 만들기
공계진 사)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저희 시화노동정책연구소는 매년 경기도의 사회조사자료를 분석, 시흥, 안산지역 노동자 생활세계실태와 인식을 정리하고 있다. 경기도의 사회조사보고 자료는 조사의 조건상 매년 1년씩 뒤에 나온다. 즉, 22년 조사가 23년에 나오는 식이다. 그래서 한계가 있지만 이 조사자료를 통해 시흥, 안산지역 노동자 생활세계실태와 인식을 알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 2022년 사회조사자료 분석을 통해 밝혀진 생활실태와 인식의 일부를 살펴보고자 한다.
주택 소유형태를 보면 시흥시, 안산시 노동자들의 자가비율은 각각 47.4%, 48.9%로 경기도 52.2%에 비해 낮은 편이다. 시흥시의 경우 전세 비율은 16.0%로 낮지만 월세(보증금+무보증금) 비율은 35.8%로 높은 편이다. 이처럼 월세비중은 높지만 임금은 낮아서 맞벌이 비율이 55.9%나 된다. 경기 54.0%보다 조금 높고, 전국 46.1%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낮은 임금, 높은 월세비율과 맞벌이 등은 출산과 보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5년 이내에 출산 계획이 있는 가구주를 대상으로 필요한 출산 지원정책을 보면 시흥, 안산의 보육비 및 교육비 지원 요구 비율은 28.8%, 33.4%로 양도시 모두 ‘보육비 및 교육비 지원’을 요구하는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이에 더해 시흥의 경우 육아휴직제도 확대 등 제도개선에 대한 요구(23.4%)도 많은데, 이는 시흥시에 많이 분포해 있는 작은 공장들이 육아휴직제 자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나타난 결과이다. 아이키우기 힘드니 출산률도 낮다. 시흥, 안산의 저출산 원인을 살펴보면 ‘자녀 양육 부담(교육비 포함) > 일 가족양립 여건과 환경 미흡> 주거비 부담’순서로 나타난다. 즉, 출산·양육에 따른 비용 부담과 출산·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노동환경이 저출산의 주 원인인 것이다.
자녀가 있는 가구의 경우 시흥시는 89.2%, 안산시는 86.2%가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가정경제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녀 사교육비에 많은 돈을 들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시흥은 월 8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사교육을 하는 주된 이유가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집에 아무도 없어서’ 비율이 시흥에서 15.8%로 높게 나타나는데서 알 수 있듯이 보육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몇가지를 살펴보았지만 산업단지 조성·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배후 도시로 조성된 시흥, 안산 양 지역 노동자의 전반적인 생활세계 만족도는 낮다. 중소규모 사업체가 다수이기에 기업규모별 분단 구조에 기인하는 상대적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작업장 밖 생활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임금, 노동시간 등 노동환경 불만족은 곧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불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임금을 기업이외의 부문인 지방정부에서 올려줄 수는 없지만 지방정부 주도의 사회적 간접임금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함으로써 기업의 낮은 임금을 보전해 줄 수는 있다. 이를테면 공공적 주택 및 보육 정책을 통해 노동자의 주거, 교육 및 보육 비용을 낮추는 거다. 예를 들어 일정 요건을 갖춘 노동자를 대상으로 주거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기초지자체가 청년층(청년기본법 상 만 34세 이하)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주거비 지원사업(예:월세 지원, 전세보증보험료 지원 등)을 하고 있는데, 청년층에 한정된 연령 요건을 확대하고, 일정 기준(예 : 소득이나 가구원 수 등)을 추가해 주거비 지원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면 월세 비율이 높은 시흥시, 안산시 노동자에게는 간접적으로 임금을 올려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지자체가 주도하는 공공 보육시설 확충은 ‘집에 아무도 없어서’ 사교육을 시키는 시흥시, 안산시 노동자 가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시화노동정책연구소는 2016년 시화공단 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정책 방안 중 하나로 위에서 언급한 방안을 포함해 지방정부 주도의 광범위한 간접임금 제고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노동자들의 사회임금 인상 등의 문제를 시흥시 혼자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시흥시-노동시민단체-노동조합이 함께하는 지역 공동체 활성화 사업의 추진을 제안한다. 시흥시는 지역에서 활동해 온 노동조합, 노동시민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노동자들이 행복한 시흥 만들기에 나설 때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