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대중교통으로 혼자서 산길을 이어가려면 여러가지 조건을 해결해야 가능하다. 날씨도 그렇고 접속 또는 하산시 대중교통 연결편이 원할해야 한다. 묘하게 지난 산행처럼 오후에 스치듯이 비가 내렸다. 마치 평행이론처럼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산길에서는 비가 많이 오든 그렇지 않든 몸이 젖고 신발에 물이 들어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번 산행은 이 두가지가 결합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산행거리가 짧아지고 귀가 편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곤봉산-중봉-영태산-발봉산-건김재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도상거리 19.6km, 실제거리 30km, 접속거리 6km
- 산행일시 : 2024년 5월 15일(수) 07:40~18:10(11시간 30분)
★ 기록들
지난 밤 제주에서 올라자마자 짐을 챙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을 나서려고 했다. 6시 30분 목포버스터날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에 올라타자 7시 10분 함평터미널에 도착했다. 화장실에서 환복하고 채비를 마쳐 함평초등학교 방향으로 옮겼고, 7시 40분 곤봉산 등산로 입구에서 가민시계를 눌렀다. 지금까지 트랭글을 사용했지만 중간에 끊기는 심각한 문제가 반복되어 이번구간부터는 가민시계를 이용하기로 했다.
훤하게 열린 곤봉산에서 사진을 남기고 마루금을 따라갔다. 시그널이 갈림길에서는 순행의 방향 들머리에 달려 있어 역행으로 진행하는 내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날머리가 되기 때문에 항상 갈림길에서는 산길샘을 보면서 방향을 새로 잡아야 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서두르다보면 확인하지 않고 그냥 가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여러번 길을 잘못 들었다. 특히 일반 등산로와 만나는 곳은 더 그랬다.
곤봉산 지나서 함평초등학교 내려가는 일반등산로를 마루금으로 혼동해서 잠깐 알바를 했고, 두번째는 대덕리쪽으로 거의 1km나 알바를 했다. 86봉을 찍고 산음마을로 내려섰는데 진주강씨 공덕비가 눈에 들어왔다. 함평은 어느 마을이든 화려하게 공덕비를 세워놓는 특이한 모습이 많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고령화로 마을이 공동화 될 텐데 이 공덕비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중봉에서 내려서자 모두가 떠난 기와집이 눈에 들어왔다. 한때 아이들 웃음소리와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집이었겠지. 어머니가 양돈장을 하면서 동생들과 지냈던 옛날 생각이 나면서 코 끝이 찡해온다. 어머니가 아파서 더 그럴 것이다.
영태산에서 내려선 다음에는 날머리를 찾지 못하다 숲사이로 굴다리가 보이자 내려선 후 통과하여 서해안 고속도로와 나란히 진행을 했다. 다시 숲길로 따라 들어갔지만 족적이 거의 없다. 어쩔 수 없이 가시덤불을 헤치며 내려선 곳이 천지환경으로 건축, 도로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곳이었다. 함평농공단지를 빠져나와 도로 따라 가다가 벽류마을로 우회하여 농로를 따라 올라갔다. 잠깐 숲길은 다시 다알리아(?) 꽃이 만발한 재배지를 넘게 되었고 이번에도 도로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 구간은 숲길을 지나가게 되더라도 족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봐서 선답자들 대부분 도로를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굴다리를 넘어 산길샘에 의지하여 따라가보면 마루금이 맞는지 의심스러웠고 밭 한가운데를 지나가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한참을 우회해야 했다.
대동저수지가 보이는 130봉에서 잠시 조망을 보다가 129봉을 넘어 임도를 따라 함평생태공원으로 내려섰다. 그 옆에는 파충류 전시관이 있었다.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방문하는 것 같았다.
육교를 넘어 149봉 인근에서 식사를 하고 일어서는데 빗방물이 떨어졌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풀숲을 적시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번에도 신발은 다 젖게 될 것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바로 위에 위치한 장동고개를 넘어서 발봉산에서 잠시 쉼을 가졌다. 오늘 1차 목표는 지경재이고 2차목표는 칡재로 잡았지만 비가 내리고 가시덤불 속에서 갇혀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생각처럼 많이 진행하지 못했다. 불가피하게 목표를 건김재로 수정을 했다. 6시에 내려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여 당장에 대중교통편이 없더라도 함평터미널에서 마지막 목포행 버스는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감적고개 인근에서 다시 한번 1km 이상의 코스 이탈이 있었다. 길이 흐릿하여 내리막 길을 찾는데 애를 먹었고 내려오고 나서야 능선이 바뀌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분기점으로 올라가서 흐미한 마루금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마루금을 따라 기맥과 지맥을 종주하는 젊은이들이 아직 본 적이 없다. 50~70대의 매니아들 몇몇이 찾아 다니는게 전부이기 때문에 이 마루금도 몇년 또는 십여년이 지나면 흔적이나 남아 있을까? 10여년전 해도 유행처럼 번지다 요새 마루금 산행은 영산기맥의 마루금처럼 흐릿해지고 있다.
수철리 고개에도 다알리아(꽃이름 분명치 않음) 재배지가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꽃이 예뻐서 사진을 꼭 남기게 된다. 건김재를 불과 500m 남긴 140봉에서 코스 이탈을 했고 방향을 다시 잡고 분기봉까지 올라간 다음 내려섰지만 200m쯤 벗어나 있다.
6시 10분이라 옷 갈아입고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노승골에서 광주행 500번 버스는 두번이나 지나갔지만 함평행 100번 버스는 1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았다. 7시 20분경 손불행 100번 버스가 보이길래 무조건 올라탔다. 종점 갔다가 돌아나와야 하기 때문에 요금은 두번 내야 한다고 한다. 함평 터미널 도착시간이 7시 50분이라 목포행 마지막 버스를 타는데는 지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