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4월 1일이 ‘만우절’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이 하도 난무하는 세상이라 굳이 만우절을 얘기하지 않아도 무색하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오늘 까나리와 양미리가 같은 어종이라고 얘기하면 만우절을 떠올릴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저도 처음에는 이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이 얘기를 자신 있게 하고 있습니다.
까나리는 서해안에서 봄에 잡히는 작은 어종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이것을 잡아 쪄 말려서 멸치 대용으로 쓰기도 했는데 지금은 액젓의 대명사로 쓰입니다. 까나리를 잡아 젓갈을 담는데 뼈가 물러서 시간이 지나면 다 녹아 액젓으로 바꾸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서 생선 젓갈을 간장으로 쓴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액젓이었습니다.
양미리는 겨울에 동해안에서 잡히는 어종입니다. 생김새가 식감을 돋게 하지는 않지만 살짝 말려서 구워먹기도 하고 조림으로도 많이 먹습니다. 크기가 20 ~ 30cm 정도인데 제철이면 이 양미리를 가득 잡아 들어오는 배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그런데 이름과 생김새가 다른 이 두 어종이 같은 물고기라고 하면 믿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겁니다. 물론 저도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방송에서 나와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까나리와 양미리가 다른 생선인 것은 분명한데 강원도 사람들이 양미리라 부르는 생선이 서해안에서 잡히는 까나리와 같은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원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까나리'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까나리 인공부화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세계 최초로 대량 종자생산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기술개발을 통해 전장 3㎝ 크기의 까나리 5만여 마리를 사육 중이고, 이날 강릉시 사천 인근 해역에 시험 방류한다. 도는 연구 1년 차인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대량 인공부화에 성공했다. 연구 2년 차인 올해 강릉 사천 연안에서 어획한 어미로부터 인공수정을 통해 700만 마리를 대량 인공부화 했다.
냉수성 어종인 까나리는 말린 생선 또는 액젓 원료로 이용된다. 까나리는 바다 생태계에서는 많은 동물의 먹잇감으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어종으로 인식된다.
미국 과학 저널 '어류 및 어업'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는 북서 대서양 까나리를 먹이로 삼는 동물은 어류 45종, 오징어 2종, 바닷새 16종, 해양 포유류 9종 등 72종에 달해 '바다 생태계 먹이그물의 토대를 이루는 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연안의 까나리 어획량은 남획과 기후 변화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연간 어획량은 2010년 약 2천t에서 최근 1천t으로 감소했고, 어획 개체의 크기도 25㎝에서 20㎝로 작아져 자원 관리가 필요한 어종이다.
'까나리'는 동해안에서 흔히 '양미리'라고 불리고 있으나 실제로는 양미리와 전혀 다른 어종이다. 까나리는 농어목의 까나릿과에 속하고 양미리는 큰가시고기목의 양미리과에 속한다.
이처럼 까나리가 양미리로 잘못 불리는 것은 모양새가 비슷한데다 잡히는 시기도 늦가을에서 겨울철로 같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어류도감을 통해 비교해 보면 지느러미 등에서 까나리와 양미리는 차이를 보여 어느 정도 다른 어종임을 알 수 있다.
도 수산자원연구원은 "이번 대량 종자생산 기술개발로 자원량이 감소하는 까나리 대량 생산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실제로 양미리와 까나리는 다른 생선입니다. 그런데 강원도 사람들이 ‘양미리’라 부르는 생선은 진짜 양미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양미리라 부르는 생선이 서해안에서 봄이 잡히는 까나리이고 이게 자라면서 동해안으로 이동을 하고 크기와 모양이 달라진 것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히는 제가 그것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여러 자료가 양쪽에서 달리 알고 있는 까나리와 양미리가 같은 어종임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반신반의하면서 설령 이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강원도 동해안에 가서 거기 사람들에게 ‘이 생선은 양미리가 아니고 까나리입니다’라고 얘기한들 거기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드릴 일이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수백 년 동안 양미리로 알고 그렇게 불러왔는데 이걸 까나리로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강원도 동해안에서 ‘양미리’로 부르는 생선은 ‘까나리’가 맞고 양미리는 따로 있다는 것이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오랫동안 양미리로 불러왔던 생선이 까나리로 바뀌어 부르게 되려면 수십 년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