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봉스님 법문 -
옛날에 비단장수가 있었다.
어느 나른한 봄 날.. 길가 무덤곁에 잠시 앉아 쉬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한 숨 자고 일어나 보니 비단보따리가 모두 없어진 게 아닌가.
거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비단을 몽땅 도둑맞은 비단장수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도둑맞은 비단을 찾아 달라며 관청을 찾아가 민원을 내고 원님께 애원하였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원님은 비단장수에게 물었다.
- 네가 비단을 도둑맞을 때 그것을 본 이가 있느냐?
- 거기엔 저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 그래도 누군가는 봤을 거 아니냐? 잘 생각해 봐라.
원님이 자꾸 다그쳐 물으니 비단장수가 말하였다.
- 예.. 그곳에 망두석이 있었습니다만..
원님은 당장 그 망두석을 뽑아 오라 하였다.
그리고는 망두석을 엎어놓고 본 대로 이를 때까지 곤장을 치게 했다.
그 날부터 매일 관아에는 망두석을 문초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빨리 실토하라고 곤장을 치고, 왜 말을 안 하느냐고 곤장을 치고..
이 우스꽝스런 구경을 하려고 고을사람들이 구름 같이 모여들었다.
- 허허.. 참, 원님도 웃기시네. 돌로 된 망두석이 무슨 말을 하라고..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며 웃고 떠들어댔다.
윗동네 아랫동네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구경꾼이 가장 많던 날..
갑자기 원님은 구경꾼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하옥하라 명하였다.
엄숙한 관아에서 수행중인 공무를 비웃고 방해한 죄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졸지에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원님은 비단 한 필씩을 바치면 풀어주겠다고 하였다.
감옥에 오래 있으면 안 되겠으니까 사람들은 너도나도 비단을 사다 바쳤고..
그렇게 비단이 많이 모이자, 원님은 비단장수에게 말했다.
- 이 비단들 중에서 네 비단을 알아볼 수 있겠느냐?
비단장수는 금방 자기 것들을 찾아내었다.
원님은 그 비단을 바친 사람들을 불러 어디에서 사 왔는가를 캐물었고,
비단 도둑은 곧 잡히고 말았다.
※ 망두석을 문초하여 어찌 도둑을 잡을까 싶었지만 결국 잡았다. 수행도 이와 같다.
'개에겐 불성이 없다?' '뜰앞에 잣나무?' 하면서 화두를 들고,
염불을 하고, 진언을 외우는 게 '참나'를 찾는 데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모든 게 깨달음으로 통하는 방편임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걸(화두 염불 진언..) 하려고 그걸 하는 게 아니다.
거울을 보려고 거울을 보는 게 아니고, 나를 보려고 거울을 보는 것과 같고
저 옛날 양귀비가 소옥을 부르는 게 소옥을 부르는 게 아니고 안록산을 불렀던 것과 같다.
하다보면 이루어진다. 오직 행하면 될 뿐. <종범스님 법문중에서>
☞ 양귀비가 소옥을 부르는 뜻은?
첫댓글 <보광님 댓글> [추천글 보기 11.01.14. 21:02] 네..!
거울이 보고싶어 거울을 보는것이 아니고 내, 눈을 보기 위해서......!!!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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