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輓詞) [ 계동 전경창 선생을 애도하며 ]
종질 진사(進士) 춘년(春年)
五十年歡戚
50년의 기쁨과 슬픔
人間石火紛
인생은 석화처럼 어지럽도다.
素憐康節韻
평소 소강절(邵康節)의 시를 좋아하였고
偏愛晦菴文
주자의 글을 매우 사랑하셨네.
愷悌誠超衆
화락한 태도 참으로 사람들을 넘어서고
眞淳獨出群
진실 순박함은 무리에서 빼어났네.
持身勤與謹
몸가짐은 근면하고 근실하며
行己直而溫
자신을 단속하기가 곧고도 온화했네.
有古人風度
고인의 풍모 있어
稀今世見聞
금세(今世)에 보고 듣기 어려웠지.
早懷風樹痛
어려서 아버지 잃은 아픔을 품고
晚襲桂蓮芬
늦은 나이에 과거의 영예를 안았지.
柱下有餘眷
춘추관에서 힘껏 돌보았고
關西佐幕軍
관서(關西)에선 군의 좌막(佐幕)으로 있었네
薇垣標勁直
사간원에선 굳세고도 곧았고
栢府別蕕薰
사헌부에선 선악을 판별하였네.
擬秉公忠節
공평하고 충직한 자세
終期啓沃勤
끝내 임금을 선도로 유도하길 기약하였지.
那知經濟願
어찌 알았으랴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비원,
心與事功分
마음과 일이 틀어졌구나.
斯疾嗟爲祟
그 병이 아아, 마침내 빌미가 되어
危嶔日已曛
위태롭게도 날은 저물어 갔네
歛形多友助
형신(形身)을 염(殮)하는 것 벗들의 도움이 컸고
護柩荷君恩
호구(護柩)는 임금의 은혜를 입었지.
身後名聲重
신후(身後)의 명성은 무거웁고
生前友愛敦
생전의 우애는 돈독하였다.
傳家清德已
집안에 전한 것은 청덕(清德)뿐이요
流譽子良云
멀리 퍼진 칭송은 자식의 어짊이다.
伯道依兄子
백도(伯道)는 조카에게 의지하고
中即有外孫
중랑(中郎)은 외손자가 있었다.
伊余蒙誘掖
이 조카 종숙님의 가르침 입었고
幾度聽言論
몇 차례나 당신의 언론을 들었나?
山野追隨累
산야를 뒤 따라다니며 누가되었고
晨昏誨誘煩
아침저녁으로 가르치느라 번거로우셨네.
相期恢舊業
서로 선대의 사업을 키우자 기약하고
每警振衰門
매양 쇠문(衰門)을 일으키라 경책하셨지.
溪上三春別
시냇가에서 봄날에 헤어지고
城中淚一痕
성중에서 한 번 눈물 흘렸다오
仰天天不語
하늘을 우러러도 하늘은 말이 없고
叩地地何言
땅을 두드려도 땅이 무슨 말을 하겠나?
執紼來千里
명정을 잡고 천리를 오니
還鄉尺四墳
고향이라 무덤 넷 있네.
可憐人世數
가련하다 인간 세상의 운수여,
誰料九原魂
누가 헤아리리 구원(九原)의 혼령을?
衰竹依荒麓
쇠죽(衰竹)은 황무(荒蕪)한 산록에 의지하고
殘梅倚壞垣
잔매(殘梅)는 무너진 담장에 기댔다.
人生皆有死
인생은 다 죽음이 있다지만
此死最堪寃
이 분의 죽음이 가장 원통하도다.
● 소강절(邵康節)
중국 송대의 유학자이자 시인으로써, 호(號)는 안락선생(安樂先生), 소강절의' 강절'은 시호(諡號) 고 이름은 옹(雍), 자는 요부(堯夫), 중국 송대의 유명한 학자. 문화적으로는 송(宋) 나라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는 신종(神宗)때 인물로 정명도(程明道), 정이천(程伊川), 왕안석( 王安石)과 동시대 인물이었다. 상수(象數)학설에 기초한 우주관과 자연철학에 독보적인 인물이었으며, 천지시간대의 1년 개벽수가 12만 9천 6백 년임을 처음 밝힌 인물.
[출처] 국역 계동선생 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