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성주성지에 살고 있는 주민 이석주 외 13명에 대한 집시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항소심 1차 공판이 있었습니다.
지난 7년 사드 배치 과정에서 주민들과 평화시민들은 국가 폭력에 맞서 평화롭게 종교행사를 통해서 의견을 외쳐왔습니다.
그런데 국가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국민의 의견 한 번 묻지않았고 끝내 사법조치로 주민들을 재판장에 세웠습니다.
아래는 박수규님의 최후 진술서 내용입니다.
의 견 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아마도 이 조항을 근거로 대한민국은 경상북도 성주군 소성리 땅을 미군에게 내주었을 것입니다. “아마도”라고 말하는 이유는 정부가 어떤 근거로 소성리 땅을 미군에게 내주었는지 지금까지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 종전 직후인 1953년에 체결된 불평등조약에 근거해서, 7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소성리에 전략무기 사드를 배치하는 권리를 행사했고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했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 땅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 땅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그 땅을 포기하더라도 우리는 그 땅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마저 포기해버리면 영영 되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1905년 을사늑약 때도 그랬고, 1910년 한일합방 때도 그랬습니다. 국가와 관료들은 국권을 포기하고 나라를 일본 제국주의에 넘겨주었지만, 이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긴 세월 동안 일제에 맞서 싸웠습니다. 일본 제국의 법정은 그들을 폭도와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지만, 그 분들의 희생과 투쟁으로 우리 역사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피고인의 신분으로 이 법정에 서 있습니다만, 이 법정은 나에게 집시법위반과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의 책임을 묻기 전에,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을 함부로 외국군대에 내어줌으로써 우리가 입게 된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여기에 피고인의 신분으로 서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습니다. 통행이 없는 새벽 이른 시각에 소성리 마을길에 나와 앉아서, 부당하게 내 땅을 빼앗은 미군에 대하여, 그들에게 부역하는 이 땅의 권력에 대하여, 생계를 핑계로 기지운영에 협력하는 조력자들에 대하여, “여기는 우리 땅,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알리고자 했을 뿐입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심판대 위에 서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이 법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법정이 아메리카 제국의 법정이 아니라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법정으로서 우리의 행위를 판단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