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노트
길가, 꽃집 앞에서 겨울나기 하는 몇 개의 화분
동백도 아닌, 마른 줄기 사이사이 몇 송이 노란 꽃
환경이나 상황이란 겉포장에 지나지 않다는 듯이
앙증맞게 피어있었습니다
다시 붉어지겠습니다!!
나름, 귀한 외 2편
신윤자
돼지고기에도 자투리가 있다
엉긴 퍼즐 조각 같아 뒤숭숭한
뒷고기 살점
곱씹어 본 사람은 안다
태생 좋아 비싼 값으로 잘려지고 남은 살점에도
색다른 맛이 숨어있다는 것을
어줍잖은 은유의 불판 은근한불 심지에 달궈 놓고
내 나이테에 짜깁기 되는 삶을
이젠 두루만 필목의 삼베처럼 노릿하게 구워야한다
저무는 노을도 시가 되듯
쉼표없는 여백도 그림이 되듯
억지 없는 그대로의 뒷고기는
편편치 않은 생의 고랑을
우직한 끈기로 이룬 것 같은
쫀득, 고소한 맛이다
첫 눈
어둠을 지우며 내린 눈 위에 나는 행간의 발자국 찍는다
카드는 내 남은 생의 나이테처럼 빠듯한 잔액
마트의 각진 냉장고에 누운 아이스크림 같이 혀에 닿을 촉촉한 느낌은
계산대 위에 올려졌다, 그해 겨울은 견딜만한 추위였다
사선의 햇살에도 녹아내리는 눈사람처럼 이별의 슬픔은 이제 시나브로
떠나 보낸다
얼마간의 기대가 익숙지 않은 외줄을 그어놓고 따라 걷는 연출
생존을 위한 피돌기에 뿌리는 따뜻했다, 잘리고 남은 나뭇가지 틈새에서
내 마그네틱 카드의 빠듯한 여백을, 첫눈이 긁고있다
손전등 효과
지하철을 탔다
덜컹거림의 바퀴로 다가온 중년
일곱 개의 블랙홀이 켜다, 꺼지다
절전형 손전등은
아까울 나이의 그가
끼니를 공급받아야 할 간곡한 구조요청 같았다
나는 한 때 꺼리와 맞바꾼 등을 들고
목적지에 푸르게 닿을 계단을 오른다
다림질 하듯 어둠을 뽀얗게 밝히며
가시거리도 소통시키는 전열 빛은
지나온 길의 얼룩을 지우듯
제 몸 사린 어둠의 사각지대까지 밝힌다
오천 냥의 등불은
블랙홀 같은 지하철을 가볍게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서 밝은
내게는 안식의 , 북두칠성 이였다
2022년 12월 15일
심상 발표 작품입니다
부끄럽지만
이나마라도 내 보이지 않으면 영영 감각이 잊어질까봐 마음을 추스립니다
정말 정말 신작을 쓸 수가 없어서
청탁을 미루다미루다 13 년도에 써 놓았던 작품 보내는 상황입니다!!
첫댓글 오랫만에 올린 작품 잘 보았습니다.
오천냥의 등불이 반가움을 더합니다
감사합니다
분발해야 할텐데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 줄 안되는 시작노트부터 시적입니다
올려주신 3편의 작품 모두가 부드러우면서 만만찮은 내공을 보게 합니다
결코 편치 않았던 시인의 굴곡진 삶들이 詩에서 고스란히 소금처럼 녹아있어, 그 진정성에 감동을 받았다고 할까요
독자로하여금 좋은 詩를 감상할 수 있게 하심에 시인에게 감사 드립니다
특히 "나름, 귀한"은 개인적으로 참 맛깔스럽게 잘 쓰셨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앞으로 자주 좋은 詩로 독자의 심금을 울려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건필 하십시요
감사합니다 힘 내겠습니다^^
공부를 안했다, 못했다라고 말씀하지만 신쌤 내공은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
올해 추위는 절대로 견딜 만 하겠어요. 쌤!!
다울, 회장님 덕분에 힘든 마음을 추스립니다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젊고 좋은 시를
왜 이제야 올리셨나요
공부하고 갑니다
고마워요~~~신작을 써야 될텐데, 그 마음도 이루어 지리라 믿습니다
뜻이 있으면 길도 열리는 법이니.....스스로를 위로합니다
편안하게 읽었습니다 넘 좋으네요 ^^
감사합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다울지키미 해결사...반가운 걸음하셨네요~~ㅎ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
많이 쉬었습니다
다시 기운차리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힘든 노동과 거친 투쟁으로 지칠대로 지친 저의 영혼에 따듯한 위안과 평안을 주시고 아름다운 시어로 추억하게 하십니다. 또 저를 놀라움에 가슴 뛰게 하시는 신윤자 시인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시로써 가슴앓이일 때가 언제였는지 까마득하지만 다시 설레이고 싶습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시 참좋아요.샘.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ㅡ얼릉 회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