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말은 중국 명나라 승려 운서주굉(雲棲株宏 1535~1615)의 선관책진(禪關策進)에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자연히 부딪혀 깨쳐서 소리가 나듯 척척 들어맞으며 곧장 깨어나 나가게 된다.” 라는 구절에 연유한다.
사람과 인연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고, 만나려고 무진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절인연이라고 해서 아무 노력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이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람은 식물처럼 한 곳에 가만히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늘 움직이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존재이다. 올바른 선택과 노력이 합쳐져야 아름다운 인연이 찾아온다.
내가 선택하여 잡으면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된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 일을 제외하고 평생 동안 선택하며 살아간다. 학교, 직장, 친구, 결혼 등등 수많은 일들이 가만히 있는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하여 인연을 맺어 간다.
한국에서 미국 사람에게 큰 도움을 받은 한 부부가 있었다. 이 부부는 형편이 나아지고 여유가 생기자 그 미국 분의 은혜에 보답을 하고 싶은데 연락이 닿지 않아 늘 마음에 짐을 안고 살았다. 부부는 그 미국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해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부부는 한국에서는 그 분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미국으로 가서 여행을 하며 찾아보기로 했다.
부부는 미국으로 가서 차를 빌려 미국 곳곳을 여행하고 다녔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요,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격이었다. 하루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고장이 나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 부부를 도우려고 차를 멈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이 부부가그렇게 애타게 찾던 미국 분 이었다고 한다. 내 마음속 간절한 소원이 시절인연으로 돌아온 것이다.
선택과 의지가 곧 나의 운명이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지혜(智慧)이다. 불교에서 계정혜(戒定慧)를 닦는 이유가 바로 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다. 올바르게 생활하면(戒) 마음이 안정이 되어(定) 올바른 선택(慧)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삶 자체가 수행이다.
내가 행하는 수많은 선택이 바로 인연이 된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야 내것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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