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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상 지음|김은수 역주 옮김|한문화 |
2002.1.10|ISBN 8986481782|332쪽|A5 |
평점 8.0|네티즌리뷰(1건)|미디어리뷰(0건) |
초판 서문
〈부도지符都誌〉는 충렬공 박제상 선생이 삽량주(지금의 경남 양산)의 간으로 있을 때,
보문전 태학사로 재직할 당시에 열람할 수 있었던 자료와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던 비서秘書를 정리하여
저술한 책이라고.
김시습 선생은 그의 (징심록 추기>에서 추정하고 있다.
'부도符都'라는 말은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나라, 또는 그 나라의 수도首都라는 뜻으로,
곧 단군의 나라를 말한다.
<부도지>는 한국에서 그 기록 연대가 가장 오래된 역사서이다.
《징심록澄心錄》 15지誌 가운데 제1지이며,
《징심록》은 상교上敎 5지인 〈부도지〉, 〈음신지音信誌〉, 〈역시지曆時誌〉, 〈천웅지天雄誌〉,
〈성신지星辰誌〉와 중교中敎 5지인 〈사해지四海誌〉, 〈계불지??誌〉, 〈물명지物名誌〉, 〈가악지歌樂誌〉,
〈의약지醫藥誌〉그리고 하교下敎 5지인 〈농상지農桑誌〉, 〈도인지陶人誌〉그 밖에
알려지지 않은 3지를 포함하여 모두 15지로 되어 있다.
후에 박제상 선생의 아들 백결 선생이 〈금척지金尺誌〉를 지어 보태고, 김시습 선생이
〈징심록 추기〉를 써서 보탠, 그러니까 모두 17편으로 된 책이다.
그러나 현재 원문은 모두 전하지 않고 있으며, 여기에 소개하는 〈부도지〉는 1953년에 박금 씨가
울산의 피난소에서 과거에 《징심록》을 번역하고 연구하던 때의 기억을 되살려 거의 원문에
가깝게 되살려낸 것이다.
박제상 선생이 일본의 목도에서 순절하기 전, 그러니까 적어도 서기 419년 이전에 기록한 이 책은,
그동안 영해 박씨 종가에서 필사하여 대대로 비밀리에 전해져 왔다고 하나, 조선 세조 이전까지는
이 책의 내용이 상당히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 같다.
고려 태조 왕건은 왕사王使를 보내 부도의 일을 상세하고 물었다고 하며,
강감찬 장군도 여러 차례 영해(지금의 경북 영덕)를 방문하여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영해 박씨 종가宗家와 차가次家의 후예들을
서울로 불러들여 성균관 옆에 거주하게 하고, 장로長老에 임명하여 편전便殿에 들게 했는가 하면,
김시습 선생은 훈민정음 28자를 이 《징심록》에서 취본取本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신라와 고려, 조선 초기의 왕들은 영해 박씨에 대해 은근한 대우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부도지〉는 영해 박씨의 몰락과 함께 수난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반기를 들고 김시습,
조상치曺常治 선생과 함께 금화金化 초막동草幕洞으로 잠적하여 구은사九隱祠 구현九賢
중 무려 칠현을 배출해낸 영해 박씨 문중은,
당시 세조의 눈에는 그야말로 눈엣가시보다도 더 껄끄러운 존재들이었는데,
끝내는 체포령이 내려졌다.
이 때문에 영해 박씨 대소가大小家는 더욱 깊은 산 속으로 숨어버렸으며, 심지어 선대의 비碑를 땅 속에
묻어 흔적마저 없애가면서 연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박금 씨에 따르면, 이 무렵 〈부도지〉는 김시습의 손에 의해 금강산의 운와雲窩 효손공孝孫公
댁에서 포신浦? 계손공季孫公의 집으로 옮겨지고,
다시 계손공의 아들 훈薰 씨가 함경도 문천文川으로 가지고 들어가 운림산雲林山
속으로 숨어버렸다고 한다.
그 후 몇 백 년간 삼신궤三神? 밑바닥에 감춰두고 출납을 엄금하여 박금 씨 대에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박금 씨는 〈부도지〉를 해방 후 월남할 때 문천의 금호에 있는 금호종합이학원에
남겨두고 내려왔다. 그 일로 한을 품은 박금 씨가 자신의 손으로 〈부도지〉를 되살려냈으나,
이 〈부도지〉는 《징심록》 15지 중 단 1지에 불과하다.
《징심록》의 유실은 비단 박금 씨 개인이나 영해 박씨 문중에만 한을 남긴 것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 전체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손실과 한을 남겼다고 아니 할수 없다.
<징심록>은 거기에 실린 15지의 이름만 보아도 우선 체제부터가 다른 역사서와는 성격이 다른,
정치와 문화 전반에 걸친 괄목할 만한 서서임을 쉽게 알수 있다.
그 책을 되찾을 방법은 없는가.
혹 박금씨가 남겨 놓았다는 <음신지>, <역시지>, <천웅지>, <성신지>의 남은 일부만이라도
찾을 수 없을까?
<부도지>의 여러 역사적 증언과 역법曆法, 허실虛實 기화수토설氣火水土設은 한국 문화의 원형을
여실히 보여주는 주옥같은 기록들이다.
<부도지>에 따르면 파미르고원의 마고성에서 출발한 우리 민족은 궁희, 황궁, 유인, 한인, 한웅, 단군에
이르는 동안 천산, 적석산, 태백산과 청구를 거쳐 만주로 들어왔으며,
그 사이 지구상의 동서남북에 사방으로 퍼져 나가 천도 정치의 한국 문화를 전세계에 심어놓았다.
천부의 한국 문화는 오늘날까지도 메소포타미아, 인도, 이집트, 그리스, 프랑스, 영국, 동남아시아, 태평양,
아메리카 대륙에 역법, 거석, 세석기, 빗살무늬 토기, 신화, 전설, 종교, 철학, 천문학, 음악, 수학에
그 잔영을 남겨 놓고 있다.
<부도지>는 단군의 사자使者인 순舜의 아버지 유호씨有戶氏가 서방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전고자典古者를
만나 천부의 본리를 술회하여 전했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수메르에 근원을 둔 기독교 사상의 뿌리가 되었으며, 스키타이족에 의해 이루어진 불교와
그리스의 고대 문화도 한국의 천부 문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유호씨는 피라미드나 지구라트와 같은 높은 탑이나 계단이 마고성에서 소巢를 만들던 옛 풍속에서
유래하였다고 했다.
하프구트 교수는 그의 저서 <고대 해양왕의 지도>에서 1만 년 정도 전의 태고시대에 고도로 발달된
문명이 있었으며,
그것은 중국에서 아메리카까지 지구 전역에 퍼져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책을 펴내는 데 몇 가지 의문점이 없지는 않았으나, 여러 가지로 오래 연구한 결과 대부분의
중요한 기록이 <한단고기>등의 자료와 일치하고, 또 완전히 새로운 정보도 전하고 있으므로,
확신을 갖고 두려움 없이 출간하여 사료에 보태기로 했다.
지하의 박금 씨에게 원망과 위로를 함께 섞어 소식을 전한다.
<부도지>는 사라져버린 인류 문화와 초 고대 한국의 줄기찬 역사의 줄거리를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과거의 사관, 특히 씨족이 부족이 되고 부족이 종족이 되어 민족국가를 이룬다는,
그리하여 통일신라라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민족국가를 이루었다는 어설픈 발전사학의 공식을,
마치 용맹스러운 장수처럼 진격하여 송두리째 격파해버릴 것이다.
한자판 <부도지>를 복사하여 넘겨주신 효성 정시화 선생님과 단숨에 달려오셔서 많은 조언을
해주신 <새한신문> 김강자 씨에게 먼저 인사를 드린다.
<영해 박씨 세감>과 박제상 선생의 사적에 대한 사료를 주신 대종회 화장 박영두 사장님과
박진수 상무이사님께 감사드린다.
관련 서적을 구하는 데 헌신적으로 협력해 주신 정해숙 선생님과 최장일 씨,
가나출판사 이광진 사장님과 사원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뜻을 표한다.
따뜻하게 격려해 주시고 훈훈한 하교의 말씀을 주신 이상식 교수님, 신기철 한국학연구소장님,
김상일 박사님, 중국문학가 김하중 님들의 행복과 건강을 빈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어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한단고기> 애독자 여러분과
그 가족들에게 무릎끊고 인사 올린다.
1986년 3월 7일
장성 옥녀봉 기슭 탄금당에서
김은수
개정판 서문
<부도지>는 한민족의 기원과 분화, 이동 경로, 한국 고대 문화와 철학 사상의
원형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이 소중한 책이 절판되어 찾아보기 어렵고, 큰 도서관에서나 어렵게 만날 수
있는 책도 15년 전에 편집한것이라 읽기에 수월하지 않았다.
이 책을 오늘의 독자가 일기 쉽게 다듬어 새로이 개정판을 펴낸다니 반가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이 책을 번역하고 주해하는 데 쏟은 김은수 형의 노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미력하나마 힘을 보탰던 나로서는 먼저 돌아가신 형에게 가장 값진 꽃 한 송이를
바친 기분이어서 홀가분하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고대사를 담은 역사서이니, 평생 국어교육에 몸담고
살아온 나로서는 이 책의 역사적 맥락을 살피고,
해설을 덧붙일 형편은 못 된다.
그러나 이 책이 고대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사학계에서도
큰 논쟁거리가 되었던 <한단고기>와 쌍벽을 이루는 소중한 자료라고 알고 있다.
<부도지>를 처음 읽는 사람은 누구나 그 안에 담긴 시공간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웅혼함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나는 <부도지>의 창세신화 부분에 깃들인 신화적 상상력의 깊이와 아름다움에
크게 매료되었다.
이 책에는 한국 고대 문화와 철학, 사상의 원형 외에도 미래 사회의 씨앗이
될 값진 문화적 자산이 많이 숨어 있다.
흔히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이 문화의 시대에 자기 문화, 자기 사상, 자기 생각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창조적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경제적 부가가치까지 결정하는 시대에
우리가 기댈 곳은 문화적 창의력밖에 없다.
나는 <부도지>가 우리에게 문화적 창의력을 촉발할 훌륭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담긴 역사, 정신, 문화의 씨앗에 대한 다양한 탐색을 통해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고대사의 비밀을 밝히는 단서가 될 것이고,
문학을 하는 이들에게는 다양한 소재와 상상력을 제공해 줄 것이며,
여성성女性性의 가치와 생태학적 세계관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게 걸맞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세계인이 함께 즐기고 나눌
문화를 창조하려는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문화적 자양분이 되어 줄것이다.
팔십 고령에도 불구하고 불원천리 형을 찾아와 <부도지>번역을 의뢰 하신 정시화 선생님,
그 정정하고 카랑카랑하신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빛을 봇 본 채 묻혀 있던 이 소중한 책의 가치를 알아보고, 새로이 다듬어 개정판을
내어 준 한문화에 고마음을 전한다.
2002년 1월
김재수 (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