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민 온 캐나다 기러기
/노순이
봄바람이 꽃잎을 날리며 유혹한다. 집 근처 호숫가로 산책하러 나갔다. 내가살고 있는 메릴랜드 지역 동네 주변에 둘레 1.5km 정도 되는 리오 호수Lake Rio가 있다. 봄이면 호수 둘레길은 봉긋봉긋 피어나는 꽃과 푸릇푸릇한 나무들로 예쁜 정원 같다. 이곳은 항상 많은 사람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나도 요즈음 1주일에 3~4일을 1시간씩 걷고 있다. 오전에 갈때도 있지만 주로 이른 저녁 식사 후 나가서 걷는다. 마치 그린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잔디 주위로는 숲을 이룬 나무들이 선물해 준 공기가 상쾌하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미소지으며 서로 손 살짝 흔들어 주는 인사도 좋다. 보드워크Boardwalk 주변으로는 영화관, 레스토랑,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 커피와 아이스크림 숍 등 먹을 곳이 많다. 잔디밭 한쪽 모퉁이에는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이 미끄럼도 타고 회전목마도 타면서 즐겁게 뛰놀고 있다.
이곳에 미주의 사람들이 캐나디안 구스Canadian goose라고 부르는 기러기들이 살고 있다. 갓 깨어난 새끼들이 열 지어 앞뒤로 엄마 아빠 보호를 받으며 유유히 물 위를 헤엄쳐 가는 모습이 앙증맞다. 노니는 기러기 가족은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다. 호숫가 길옆 잔디에서 둘씩 짝지어 “기악 끼아악” 대며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사람이 옆에 가도 전혀 겁내지 않는다. 궁둥이를 뒤뚱뒤뚱거리며 옆으로 비켜 가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겉보기에는 암수를 구분할 수가 없을 정도로 깃털의 문양이 똑같다. 암수뿐 아니라 모든 구스의 겉모양이 똑같다. 어떻게 서로를 구별하는지 새끼들은 다른 가족과 어울려 놀다가도 제 어미를 찾아간다. 기러기는 겨울 철새라서 겨울에 내려왔다가 봄에 북쪽 캐나다로 돌아간다. 따뜻한 어느 날 무리가 모이기 시작해서 한 무리가 훌쩍 높이 떠오르면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 기러기들은 돌아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여기 터 잡고 살고 있다.
초봄이 되면 서로 짝을 찾고 지키느라 정신이 없다. 한 쌍을 이룬 구스 부부에게 다른 수컷이 접근하면 목을 낮춰 길게 빼고 혀까지 뽑고 날며 싸운다. 닭싸움보다 더 심한 것 같다. 대부분은 침입자가 쫓겨난다. 필사적으로 가족을 지키려는 수컷의 부리에 쪼이거나 깃털이 몇 개 뽑히기도 한다. 일부일처제인 이 새들은 부부애가 그만큼 돈독하다. 부부 중 한 마리가 죽으면 평생 혼자 지낸다고 한다. 수명은 40~50년으로 알려져 있다. 새끼들에게 위협이 될 만한 행동을 하면 사람들에게도 덤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조차도 몸무게 3~4kg의 구스가 혀를 빼물고 달려들면 기겁한다. 하지만 먹이를 주는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