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詩碑) '삼다도'
정인수 님은 1974년 월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해 1993년 시집 '삼다도(三多島)'를 펴낸 후 작고할 때까지 제주를 대표하는 시인임은 공인된 사실이다. 세화고 교정에 시비(詩碑) '삼다도'를 세우게 된 연유는 모르겠는데 한기팔 님이 쓰고(2021. 07. 01.) 세화고총동문회와 제주문인협회가 공동으로 세웠다고 했는데 현장을 가보니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1. 세화고 교정에 세울 시비(詩碑)라면 '삼다도' 보다 세화고를 소재로 해 쓴 시('불림밭 타령')였으면 어떠 했을까?
2. 시비(詩碑) 곁에 세워진 '걸어온 길'을 보니,
- 출생 연도는 기재되어 있는데 작고 연대가 빠져 있다.
- 세화초, 중, 고(제주대 포함)를 졸업했다고 밝혔는데 세화고 교정이니 졸업 횟수(또는 졸업 연도)를 기재했으면 좋을 것 같았다.
- 세화고등학교 교사(재직 연대가 없다.) : 평생 근무했던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 시집과 시선집을 명기할 때는 작품의 제목임으로 홑화살괄호(< >)나 홑낫표(「 」) 또는 작은따옴표(' ')로 표기해야 하는데 모두 빠져 있다.
- 수상과 경력에서 모두 연대가 빠져 있다.
- 세화고등학교총동문회가 아니라 정식 명칭은 세화고등학교총동창회이다.
- 시비(詩碑)를 세운 날짜(2021. 07. 31.)가 빠져 있다.
- 세운 곳이 세화고 교정이니 '자랑스러운 세고인'(1997) 수상함을 밝혔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삼다도
정인수
바람,
바람은 파도 끝에 파아란 불 켜 기어올라 소라 속 뒤틀린 세상 비비 틀어 올리다가 얽어맨 노오란 띠지붕 감돌아 밀감잎에 스민다.
돌,
포구로 돌아와 보면 고향은 언제나 타향인데 반기는 어정쩡한 표정들 있어 아아, 굽어보면
맨발로 짓무르던 유년 피어나던 미소들…
여자,
정일랑 돌 틈에 묻고 돌아서면 시퍼런 작살 쌍돛대 하늘을 박차 태양을 밀어붙이며 망사리 두툼한 무게만큼 부풀어 오르는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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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림밭 타령
제3회 정 수 환
불림밭에 바람이 일었네
전에 없이 바람이 일었네
형형색색 어우러져
회오리되어 터트리는 함성들이
내달리는 불림밭에 바람이 일었네
전에 없이 바람이 일었네
얼마만인가?
어깨를 치고 두 손을 꽉 쥐고
눈빛 마주치며
반겨도 오히려 모자라
축구공이라도 높이높이
차올리고 싶은 오늘,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놓쳐버린 세월들을
손가락으로 건져내며
주섬주섬 모아든 오늘,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그때보다 꽤 많이 줄어든 미래를
뼘으로 재면서
다시 새 출발을 다짐하는 오늘…
아직도 모교에는
우리의 젊음이 기지개켜고 있기에
젊은 날의 메아리가 살고 있기에
여기서 다시 우리의 젊음을 건저내고,
샛바람은 새바람대로
하늬바람은 하늬바람대로
마파람은 마파람대로
된바람은 된바람대로
재충전의 북을 울리며
힘차게힘차게 내달리자
細高人이여!
불림밭에 이는 바람이여! - 세화고 동문의 날 체육대회에 부쳐
(2021. 0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