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디카시조 종합평>
디카시조는 사진과 시조가 합해서 하나의 작품이다. 그러므로 사진 속에 보이는 단어가 시조 속에 포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진과 시조가 서로 다하지 못한 말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2개가 합해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낭패란 동물을 생각해 보자. 낭패는 본디 전설 속에 나오는 동물의 이름이다. 낭(狼)은 뒷다리 두 개가 아주 없거나 아주 짧은 동물이고, 패(狽)는 앞다리 두 개가 아예 없거나 짧다. 이 둘은 항상 같이 다녀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꾀가 부족한 대신 용맹한 낭과, 꾀가 있는 대신 겁쟁이인 패가 호흡이 잘 맞을 때는 괜찮다가도 서로 다투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만저만 문제가 큰 것이 아니다. 이같이 낭과 패가 서로 떨어져서 아무 일도 못하게 되는 경우를 ‘낭패’라 한다.
낭패처럼 디카와 시조는 하나가 될 때 빛나는 것이다.
사진을 설명하지 않으려면 시조의 주어는 내가 되어야 쓰기가 쉽다. 선경후사 창작법을 권장하는 이유다. 초, 중장은 사진을 설명하고 주어가 3자여도 상관없지만 종장의 주어는 느낀 감정을 적는 것이므로 주어가 ‘나’여야만 공감이 크게 간다.
이흥우 님의 작품을 예로 들면 사진은 <감나무>이고 감나무에는 맛있는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좋은 것을 보면 소중한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은이는 감을 보고 감과 연관된 할머니를 생각해냈다. 그래서 <할머니가 생각나서 안스러워 하는 마음>을 시조에 담았다.
사진에는 할머니가 없지만 시조에는 할머니가 있다.
이 시조의 종장의 주어는 <나>다.
할머니가 왜 생각이 났는지 짧은 시조에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제목을 <감>이라 하지 않고 <나무에 달린 감>이라고 적었다. 이것은 할머니가 감을 좋아하셨지만 옛날에 춘천에는 감나무가 없었기 때문에 감나무를 보지 못하셨는데 지금은 춘천에도 감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으니까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를 보면 얼마나 좋아하실까라는 추측이 된다. 그러므로 제목을 아무렇게나 붙이지 말고 깊이 생각해 붙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진은 귀한 장면을 촬영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다. 우선은 가까운 주변 사물무터 서서히 관심을 갖고 촬영하다 보면 차차 좋은 그림을 잡아내는 능력이 생긴다. 어떤 사물을 촬영할 때 전체 모습을 담아보고 일부를 확대해서 담아보고 여러 장을 찍은 후 그 중에서 골라서 사용하면 된다.
풍경화는 멋지긴 해도 디카시조 소재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멋진 풍경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감정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메시지가 담긴 장면을 찾는 것이 좋다. 어떤 사물에 대한 나만의 생각이 담긴 소재를 찾는 것은 연습을 하다보면 저절로 생기게 된다.
11월에도 좋은 작품을 기대한다. (심사위원장 雲山 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