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나와 고등학교 옆길을 500미터 걷다보면 양재천 뚝길이 나오는데, 그 뚝길을 약 700미터 걸으면 영동2교가 나온다. 영동2교를 건너면 바로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이다.
양재천은 강남의 내당수라서 서초구와 강남구가 열성을 갖고 가꾸는 하천이라 이제는 인공의 미가 너무 많이 가미가 되어 자연하천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그러나, 겉보기엔 자연그대로 방치한 것보다는 깨끗하게 보이니 그런대로 괜찮다. 아무도 찾지 않던 양재천을 자연의 힘이 아닌 인간의 힘이 가미가 되니 많은 사람들의 휴식과 운동공간으로써 활용이 된다.
또한, 얼마 전에는 새로운 길을 하나 더 만들었다. 기존의 걷는 공간을 자전거 도로로 만들고 사람이 걷는 길을 별도로 만들었다. 자꾸만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여 간섭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이 걷는 공간은 풀이나 나무 한포기 자라지 못하도록 아예 포장까지 해버려서 ‘이곳은 인간의 걷거나 자전거 타는 공간이니 너희들은 이곳을 탐내지 마라’고 선을 그은 것처럼 보인다.
과연 양재천에는 자연적으로 심어진 나무가 있는가? 거의 모든 나무가 인간이 심어다 놓은 것들이 아닌가? 심지어 양재천 물을 정화한다며 수초마저도 다른 곳에서 뽑아다 심어놓기까지 했다. 포플러다나스, 개나리, 벚꽃나무 등이 심겨져 있다. 물가에는 버드나무가 자연적으로 나서 그나마 인간의 손길이 아닌 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다.
뚝길의 제일 상단에는 걷기 쉽게 폭신한 포장재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 양옆에는 사람의 허리 높이만큼만 자라도록 개나리를 심어놓았다. 허리 이상으로 자라기만 하면 사람의 강력한 도구인 전정가위에 싹뚝 짤려서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그 개나리 나무들의 가지 사이로 참새들이 즐거이 놀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 텃새인 참새라도 건강하게 양재천의 뚝길을 제 집 삼아 놀이터 삼아 놀고 있는 것이 아주 보기가 좋다.
2007년을 어렵게 보내고 2008년을 맞이한 것도 이 뚝길에서이다. 사람의 손길에 의해서 개나리가 심겨져 있지만 그래도 이 개나리꽃이 피는 봄도 이 뚝길에서 맞이하고 싶다.
노란 꽃을 피우는 개나리는 우리나라 전역에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란다. 역사를 전공하셨지만 주로 농업고등학교에 재직을 하셨던 아버님은 이 개나리와 참꽃을 제일 좋아하셨다. 물론 국화를 더더욱 좋아하셨지만, 그 다음으로 개나리와 참꽃을 좋아하시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국화는 무궁화가 아니라 개나리와 참꽃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신 분이시다.
부산의 서면에 로타리가 있었던 무렵, 아버님은 서면 로타리의 정원설계를 담당하신 분이셨다. 부산의 서면로타리는 그 설계에 있어서 서양식 정원을 처음 우리나라에 도입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서양식 정원설계이면서 가장 한국적인 나무를 심은 정원설계가 되었다.
개나리를 좋아하신 만큼 그 설계에서도 과감하게 개나리를 심었다. 부산의 상징인 부산탑을 제일 먼저 감싸고 돈 나무가 바로 개나리이다.
그리고 제일 바깥에는 회양목을 심었다. 우리나라의 전통 문양인 디귿자 무늬다. 디귿자 무늬로 이어진 회양목은 바로 우리나라의 전통문양을 나타내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었다.
이른 봄 화사하게 봄을 알리는 개나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민족의 꽃이다. 비탈진 길이나 습진 곳, 응달이 진 아무 곳에서나 뿌리를 내릴 수 있으며, 은근과 끈기로 자신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식물이 바로 개나리이다.
첫댓글그래...언젠가 군시절 자네집에 잠깐 들렸드니, 두분이 고스톱을 치고 계시던데...그때 얻은 나무 지금도 우리 영도집 옥상에 있어요. 내가 철저히 위로 자라는 걸 통제해 좀 미안치만...자네집엔 좋은 나무들이 많더군. 여기 비싼 이동막걸리 사서 솔입마개 만들어 초를 담아 두었단다. 이전 어릴때 시골서 봐 둔게 있거든...첫 시도 인데...두어달후 맛이 어떻게 될지...이거 배우면 나중 나무 대신 자네에게도 조선초 한통 줄수 있을거다. 언젠가 그거로 초장 만들어 우리 사시미에...크~흐~이...한잔 하세. 요즘은 이렇게 사람답게 되는 연습한단다.
첫댓글 그래...언젠가 군시절 자네집에 잠깐 들렸드니, 두분이 고스톱을 치고 계시던데...그때 얻은 나무 지금도 우리 영도집 옥상에 있어요. 내가 철저히 위로 자라는 걸 통제해 좀 미안치만...자네집엔 좋은 나무들이 많더군. 여기 비싼 이동막걸리 사서 솔입마개 만들어 초를 담아 두었단다. 이전 어릴때 시골서 봐 둔게 있거든...첫 시도 인데...두어달후 맛이 어떻게 될지...이거 배우면 나중 나무 대신 자네에게도 조선초 한통 줄수 있을거다. 언젠가 그거로 초장 만들어 우리 사시미에...크~흐~이...한잔 하세. 요즘은 이렇게 사람답게 되는 연습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