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2024년 문학상 심사 결과
동화작가 이성교
2024년도 00문학상 본상 심층 면접자는 3명입니다. 총응모자는 3명으로 최종 수상자의 3배수이므로 1차 심사는 하지 않고 본 심사를 하였습니다.
예년까지는 A4용지 한 장 추천서에 의한 심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심사위원 전원 합의로 짝짜꿍하여 수상자를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전 내정자의 교만한 행동으로 노출되어 우리 문협의 창립 정신에 따라 심층 면접을 하였습니다.
심사위원으로는 창립 초대회장 ㄱ, 창립발기인 대표회장 ㅈ, 후원회장 ㅎ 이 세 분을 특별히 모셨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현장감을 드리기 위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겠습니다.
위원장 ㄱ : 지금부터 00문학상 본상 심층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참여해 주신 여러분들께서는 문인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키고 우리문협의 정신에 따라 답변해 주시기바랍니다.
후원회장 ㅎ : 각자 자신을 소개해 주시기바랍니다.
피추천인 q :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오리지널 화순 토박이입니다. 대표회장님과 동향이고 특히 현임 회장님과는 매주 1회씩 만나는 사이입니다.
후원회장 ㅎ : 인맥이 참 넓으시군요.
피추천인 q : 네, 이 정도는 새발에 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천서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의 문단 경력이나 활동 경력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런 자리에서 문학상을 받겠다고 앉아 있는 것이 참 쪽팔립니다.
대표회장 ㅈ : 잠깐이요. 방금 심사받는 것이 쪽팔린다고 하셨습니까? 나도 이런 심사원으로 앉아 있는 것이 참으로 불편합니다. 그렇지만 옥석을 가려서 공정한 수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무시하고 진행하겠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쪽팔린다는 것인지 계속해 보십시오.
피추천인 q : 상금이라야 겨우 00만 원 주면서 이렇게 까다로우니 차라리 노벨문학상을 신청할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원장 ㄱ : 이제야 추천서를 살펴보니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위원장 생각도 이런 문학상은 쪽팔리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내년에 노벨문학상을 신청하셔서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피추천인 q : 아니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00문학상도 상금이 적기는 하지만 하루 종일 땅을 파도 그 돈 안 나옵니다.
위원장 ㄱ : 이제 다른 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피추천인 d :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화순에서 나서 자랐고 지금도 화순에서 살고 있습니다. 직장도 화순에서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고장의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원회장 ㅎ : 그러시군요. 나도 이곳에서 태어나서 직장생활을 할 때 잠깐 고향을 떠났다가 퇴임하고는 바로 고향 옛집으로 돌아와 살았습니다. 그래서 00문협에 입회하신 이유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피추천인 d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다른 문학단체를 통해서 문학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여름 방학에 군민회관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문학강좌를 열고 있는 화순문협 회원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게 되었고 신입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대표회장 w : 그래서 선생님은 우리 문협에 애정을 갖고 적극적이셨군요. 혹시 문학상을 목표로 그러신 것은 아니신가요?
피추천인 d : 전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대표회장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글쓰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향의 문협에 대해 무관심 한 일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원장 ㄱ : 다음은 피추천인 k 선생님께서도 말씀해 주시지요.
피추천인 k : 저는 기권하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문학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경쟁자가 없다고 해서 추천서를 내고 상금이나 받을 생각으로 냈는데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부끄러워 더 이상 참여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위원장 ㄱ : 피추천인 k 선생님께서 기권을 했으니 이제 경쟁자는 두 분으로 줄었습니다. 두 분 중에서도 한 분이 기권을 하시면 더 이상 심사를 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피추천인 q : 저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제가 문학상을 타려고 공을 드린 일이 얼마나 많은데 포기를 하라니 말도 안 됩니다.
위원장 ㄱ : 문학상을 받으려고 무슨 공을 누구에게 드렸다는 말입니까?
피추천인 q : 먼저 저는 고향인 이곳에서 살지 않고 이웃 도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매주 1회 먼 거리를 와서 문협회원을 대상으로 2시간씩 문학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회장 ㅈ :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런데 우리 문협회원 중 극히 일부가 참석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올해 가입한 신입회원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것은 우리 문협의 창립 정신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우리 문협의 창립 정신은 문향의 맥을 잇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협 창립 이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여름 방학 중에 청소년 문학강좌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씩 지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국화축제로 많은 예산을 받으면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 빠졌습니다. 창립 정신을 알지 못한 일부의 집행부에서 귀찮은 일이라고 제외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안타깝습니다.
위원장 ㄱ : 그 외에도 청소년 문학강좌 6일째에는 호남지역 문학기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2시간 동안 기행문 쓰기를 한 후 심사하여 폐회식에서 수료증과 함께 상을 주어 격려를 잊지 않았습니다.
대표회장 ㅈ : 문향의 맥을 잇기 위해서 한 일은 더 있지만 줄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문협이 첫 번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린 학생들에게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데 있습니다.
위원장 ㄱ : 다음은 추천 과정에 대해서 두 분이 서로 말씀을 나누시지요.
피추천인 q : 나는 한국문단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고향문단에서는 별로 알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내가 추천서를 써서 내 강의를 듣는 수강생에게 싸인을 받아서 제출했습니다.
후원회장 ㅎ : 그러면 추천하게 된 작품은 한 권씩 드렸습니까? 아니면 내용 설명이라도 하셨습니까? 그것도 아니면 책 제목이라도 알려드렸습니까?
피추천인 q : 강의 시작 전에 잠깐 부탁한 것인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작품집은 따로 챙겨드리지 못했습니다. 내 문학 활동에 대한 것은 추천서가 아니라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내 강의를 듣고 있어서 조금만 관심을 가졌으면 다 아셨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위원장 ㄱ : 예 잘 알겠습니다. 다음으로 피 추천인 d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추천을 받게 되셨는지 말씀해 보십시오.
피추천인 d : 네, 위원장님 저는 그 과정을 잘 모릅니다. 3년 전 코로나로 온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모두를 위로하는 제목의 수필집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소개하는 글을 신문에서 보신 회원님 한 분이 전화로 문학상 추천을 하시겠다고 하셔서 사양한 적이 있었습니다.
올여름 다른 회원님으로부터 인터넷에서 e-북으로 판매하고 있는 책을 보았다며 평소에 발표한 글의 수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우리 문학상을 추천하고 싶은데 생년월일이 필요해서 연락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문학상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니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문학상 추천은 독자가 스스로 하는 것이라야 가치가 있고 권위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셀프 추천을 할 수 없게 한 것이다"라는 말씀에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어서 생년월일을 알려 드렸습니다.
저는 e-북 이후 출판한 저서가 있는데 소장본이 없으니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회원님이 직접 주문해서 읽어 본 후 함께 제출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후의 일을 알지 못합니다.
대표회장 ㅈ : 더 이상은 의미가 없겠습니다.
후원회장 ㅎ : 마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원장 ㄱ : 그럽시다. 이상으로 2024년도 문학상 후보자 심사를 마치겠습니다. 판단은 현명하신 문인 회원님들께서 하시기바랍니다. 우리 문협의 창립 정신에 따른 올바른 선택을 하실 것으로 믿고 맡깁니다.
대표회장 ㅈ : 이제는 한 번 떠난 먼 길을 다시 오지 않도록 우리 고향 후배님들이 문인다운 문인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후원회장 ㅎ : 오늘 저는 아직 우리 문협에 희망의 불씨가 살아 있음을 보았습니다. 우리 후원회에서 문학상을 후원한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돌아가는 발걸음이 매우 가볍습니다.
첫댓글 해학은 상대의 콧구멍을간지럽히는 깃털이어야 하고
풍자는 상대의 심장을 단칼에 베는 칼날이어야 한다더니 검법이 날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