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종 때의 일.
학자 채수(蔡壽)에게 5~6세 된 무일(無逸)이란 손자가 있었다.
어느 날 밤에 이 손자 놈을 안고 누워 있다가
한 구절의 시를 읊었다.
孫子夜夜讀書不
손자 녀석 밤이면 밤마다 책을 읽지 않는구나.
그리고는 손자에게 알맞은 대구를 짓게 하니
祖父朝朝藥酒猛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약주를 심하게 드시는구나.
또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채수는 손자를 등에 업고 가다가
시구 한 구절을 지었다.
犬走梅花落
개가 달리니 매화꽃이 떨어지는구나.
(눈에 나타난 개 발자국 모양이 매화꽃처럼 됨)
말이 끝나자마자,
손자는 다음과 같이 대구를 맞추었다.
鷄行竹葉成
닭이 걸어가니 대나무 잎이 만들어지는구나.
(눈에 나타난 닭 발자국 모양이 대나무 잎처럼 됨)
이 예화를 듣고 무일을 천재라고 감탄해하거나
현재의 자식들을 득달할 것은 전혀 없으리라.
요즘의 이 나이 또래 애들은 훨씬 더 영악할 수도 있으니까.
컴퓨터 인터넷으로 가히 세계인이 되어 있고
유아방이나 유치원에서 하루 종일 공부에 여념이 없으니까.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 조심들 하자.
첫댓글 재밌는글 고마우이
몇달이 내달렸네. 그새 모두 건강하실터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