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코스 : 반석동-박산-금병산-용바위고개-보덕봉-오봉산-꾀꼬리봉-장군봉-칠불산-부용봉-금강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32km(실제거리 29.5km, 헛발품 등 2.5km)
- 산행일시 : 2024년 8월 2일(금) 07:00~18:30(11시간 30분)
★ 기록들
세종시를 지나는 마지막 산줄기인 관암지맥을 마무리하기 위해 6시 정각 집을 나섰다. 1004번 시내버스가 반석역에 부려주자마자 한성자동차 대성서비스센터로 이동한 후 산행준비를 했다. 7시 정각 첫발을 떼자마자 후덥 지끈한 기온이 온몸에 전해진다. 고속도로 밑을 지나면 박산들머리가 위치해 있다. 오늘 산행의 관건은 한화대전공장이 마루금을 침범하고 있어 박산에서 금병산 노루봉까지 최단거리로 우회하는 것과 오봉산 넘어 부챗살 같은 산줄기 중 마루금을 제대로 골라내는 일이다. 박산정상에는 7시 10분에 도착했다. 산이라고 불리기엔 너무 초라한 언덕배기에 불과하다.
내려서는 길 한화대전공장 방향으로 시그널이 있어도 무시하고 하기초등학교로 방향을 잡았다. 아파트단지 인근에 내려서서 도로 따라 올라가다 하기숲캠핑장 안으로 들어갔다. 캠핑장 수돗가에서 세수하고 물 한잔 마신 다음 사람이 다닌 흔적을 좇아 숲 속으로 들어갔다. 여러 갈래의 족적이 있어도 계속 오르막길을 선택하자 임도를 만난 후 대전둘레산길 시그널이 있는 군부대 철조망 옆길로 이어졌다. 에이원 방장님 등 시그널도 등장했다. 에이원 방장님의 우회로를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그널을 확인했으니 제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철조망은 군부대 입구에서 끝이 나자 이번엔 자운사를 목표로 계속 도로를 따라가면 되었다. 8시 24분 대전둘레산길 7구간 안내도가 있는 금병산 들머리에 도착했고,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자 9시 정각 마루금인 금병산 노루봉에 도착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5km 이상을 우회했지만 실제 마루금을 고집한다고(마루금에 떨어져 있지만)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갔다간 크게 고생할 뻔했다.
떡과 과일을 먹으며 잠깐의 쉼을 가진 후 다시 배낭끈을 조이고 트레일런 모드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등로가 오르내리막이 거의 없이 무척 편하다. 9시 25분 금병산을 터치다운하고 내려선 후 갈림길에서 세종시둘레길을 따라가다 보니 오른쪽에도 능선이 보인다. 휴대폰을 열어 확인해 보니 잘못 진입했다. 물론 세종시둘레길도 관암지맥 마루금과 둔덕교차로 인근에서 만나게 된다. 다만 세종시둘레길은 삼성천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마루금이 될 수가 없다. 갈림길에서 우측의 능선으로 바꿔 타야했다. 왕복 1km 이상 서비스했다. 9시 50분 세종시둘레길과 대전둘레산길 갈림길에서 용바위고개로 방향을 바꿔 진행하자 15분 만에 용바위고개에 이어 10시 50분 보덕봉(265.2m)에 도착했다. 4년 전 아랫동네 송정동 회사 숙소에서 술 한잔 하면 보덕봉에 혼자 올라오곤 했었다. 그땐 보덕봉이 관암지맥 줄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11시 17분 생태이동통로를 따라 구룡고개를 넘어선 후11시 33분 오봉산에 이르렀다. 정자에 올라 점심식사를 마치고 삼각점이 있는 191.9m봉을 넘어섰다. 이때부터 등로가 여러 개로 흩어지고 간벌한 나뭇가지를 마루금에 방치하여 길 찾기가 수월치 않았다. 12시 56분 늪지대도 지났다. 제대로 진행한다고 했지만 사면을 치고 올라가자 13시 20분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다. 생태이동통로 때문인 것을 도로에 내려가서야 알게 되었다. 둔덕교차로 인근의 국제과학로까지 내려선 다음 길을 건너 포장도로 따라 마루금을 찾아 올라갔다. 무덤가에 이르자 이번엔 콩밭을 따라 내려서야 했고, 마을에 다 와서는 고라니 등의 침입을 막기 위한 그믈을 넘어서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13시 54분 나분질고개에 이른 다음에도 선택을 잘했어야 했다. 마루금을 밟는다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그널이 매달려 있어도 숲길로 갈게 아니라 오른쪽 도로 따라 진행하다가 숲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다. 옴짝달짤할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한 잡목과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가는 게 불가능했다.
박산리 정자에 배낭을 부려놓고 수돗가에서 머리를 감았다. 맥주를 한잔하면서 트랙을 보니 되돌아나오지 말고 조금만 직진하면 될 뻔했다. 이미 저질러버린 후이기 때문에 도로 따라 꾀꼬리봉 들머리까지 이동하기로 한다. 노면의 뜨거운 열기에 취기마저 올라오며 머리는 터질 듯 뜨거워졌다. 그늘만 보이면 잠깐씩이라도 쉼을 가지며 14시 40분 꾀고리봉 들머리에 이르렀다. 된비알의 꾀꼬리봉 오름길에도 여러 번 쉴 수밖에 없었다. 정자가 있는 꾀꼬리봉에서 마지막 남은 간식을 비웠다(15시 8분).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는 장군봉도 다녀오기로 한다. 15시 37분 장군봉에는 금강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다. 달리가나 자전거를 타며 숱하게 다녔던 길이기에 익숙하지만 자전거도로 안쪽에 부강일반산업단지와 부용농공단지가 위치해 있는 줄은 몰랐다.
꾀꼬리봉과 장군봉은 잘 꾸며놨지만, 마루금에서 벗어난 칠불산은 묘지가 자리하고 있고 산정상이라 하기에도 초라하다. 마루금은 잠시 수렛길로 내려섰다가 숲길로 들어서자 이내 전원주택 단지 옆으로 내려서게 되었다. 주인장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도로 따라 세종이음학교가 있는 새오개고개까지 걸어갔다(16:56). 숲길로 들어간 후 협박조의 경고판이 있는 불법 시설물을 넘어서자 부용봉(226.1m)에 이르렀다(18:06). 이번에도 예외 없이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는 실제 봉우리 이름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부용산(221.3m)이 위치해 있다. 어떻게 산이 봉보다 낮을 수가 있지?
약 2km를 남기고 손목이 꺽이며 버튼을 눌러 가민시계가 작동을 멈췄다. 시계의 단점은 손등으로 의도치 않게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점이다. 남은 2km는 새롭게 진행하는 것으로 다시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부용산을 넘어서자 더 이상 봉우리가 없고 내려서는 일만 남았다. 꾀꼬리봉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금세 종점에 도착할 것 같았지만 이외로 마루금에 벗어난 봉우리가 많았고, 내려서는 길조차 쉽게 통행을 허락지 않았다. 부용2리 내려설 때도 전원주택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주인장이 여러 번 겪는 일인지 아무 소리도 하지 않는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황급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부용2리는 여러 번 왔던 곳이다. 최근 내린 폭우 때문에 부용리 임시철교에는 차량통행을 막고 있었다. 18시 30분 산행을 마치고 부용2리 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으려니 버스가 왔다.
산줄기 모양새로만 보자면 삼성천과 금강이 합수하는 새나루마을 한글공원으로 내려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4-2생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며 완전히 평지로 이루어져 불가피하게 부용봉을 거쳐 부용2리로 빠지는 게 더 나은 선택이겠지만, 세종이음학교가 있는 새오개고개에서 바로 도로 따라 합수점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잘못 갔다고 비난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로써 세종시에서 갈무리하는 산줄기 세 개(전월, 팔공, 관암) 모두를 마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