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창원으로 갔다
이제 두 달도 더 못 산다는 어머니
연명 치료 거부 신청서에 서명하러 갔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 일단 도착하면
나는 그곳과 너무 가까운 사람이었다
먼 곳은 먼 곳으로 남겨두기 위하여
나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
먼 곳이 너무 싫어서 먼 곳을 견딜 수가 없어서
세상의 모든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속속들이 모든 먼 곳을 다 알고 모든 먼 곳을 파악하고
모든 먼 것들의 사정을 다 이해하고 용서하는
전지하신 하느님께
합장하고 기도 올리는 성모마리아.…
파티마 병원에 어머니는 누워 계셨다.
빗자루에 환자복을 입혀놓은 것처럼 바싹 말라서
아직 살아 계셨다 내 손을 잡고 울다가
자기가 죽을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그러다 조금뒤면
자기가 죽을 것을 까맣게 모르는 사람처럼..…… 내가
하나도
밉지 않은 듯이, 어제도 날 본 사람처럼 웃었다
다음 생에는 안 싸우고 안 아픈 곳에서 함께 있자고
이제 당신이 내 자식으로 태어나라고 내가 당하겠다고
당신도 당해보라고
눈물이 끝 모르고 흘렀다 눈물 흘릴 자격이라도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식 된 사람인 것처럼……… 그 시각 모든 일이 먼 곳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거기선 엄마도 죽고 나도 죽고
끔찍한 날 피해 자리를 비킨 동생도
죽고 모두 죽어서
죽고 나서 웃고 있었다 모두 지난 일이라는 듯
모두 지나야 했던 일이라는 듯...... 그러나 그건
나 혼자서 듣는 소리였다
어머니는 홀로 죽을 것이며
나는 여전히 어떤 현실들에 마비된 채
살아도 되는 사람처럼 살아서
살아 있는 것 같은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닐 것이다
조성래
카페 게시글
소소한 이야기
창원
전과웅
추천 0
조회 13
23.12.24 19:43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