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2년 만에 다시 베를린을 찾았다.
목적은 단 하나, 가장 큰 감명을 받았던 작품을 다시 보기 위해서였다.
베를린 방문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걸어보는 곳,
‘운터덴린덴(Unter den Linden. 보리수 아래)’로(路)의 거의 끝 지점에
‘노이에 바헤(Neue Wache)’라는 곳이 있다.
‘신초소’라는 뜻을 가진 이 건물은 1818년에 지어져 왕의 근위병 초소로 이용되다가
1차 대전 이후 전쟁 희생자 추모관이 되었고
2차 대전 이후에는 나찌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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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노이에바헤(Neue Wache)
이 건물 안에 예술이나 역사에 무지한 사람조차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침묵 속에 바라보도록 만드는 조각상이 있다.
케테 콜비츠(Kaethe Kolwitz)라는 여류화가이자 조각가의 작품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다.
늙은 어머니가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비탄에 잠긴 채 바라보는 모습이다.
그 어머니는 바로 작가 자신이다.
그녀는 두 차례의 전쟁을 겪으면서 1차 대전 때는 아들을, 2차 대전 때는 손자를 잃었다.
그리고 이 조각물을 만들었다.
그녀는 끝까지 전쟁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다가 2차 대전 종전을 눈앞에 두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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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케테 콜비츠 작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
기념관 안에는 아무 것도 없고 오직 이 조각상만 놓여 있다.
기념관의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이 조각상의 어머니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는다.
아들이 비나 눈을 맞지 않도록 꼭 감싸고 있다.
비오는 날에는 빗물이 어머니상에 내려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예수의 시신을 끌어안고 비탄에 빠진 성모 마리아를 흔히 피에타라고 한다.
이 조각상 역시 피에타다. 조각상의 어머니는 작가 자신이자
성모 마리아이자 자식을 잃은 모든 어머니, 조각상의 아들은 죽거나 시련을 당한 끝에
어머니 품에 안긴 이 세상의 모든 아들처럼 보인다.
그 곁으로 가서 안기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들을 끌어안고도 싶어진다.
보는 이의 가슴 속에 웅크린 아름다운 마음을 불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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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미켈란젤로 작 '피에타'(바티칸 성당)
첫댓글 눈물이 핑 도네요. 자식을 향한 엄마의 눈길은 항상 열려있지요. 자식이 기쁠때나, 슬플때나, 조바심내거나, 어떤상황에 있던 자식을 향해서 시선이 가 있습니다. 그런데 죽은자식을 향한 엄마의맘과 시선은 가늠하기가 어렵네요. 그냥 맘만 아련이 아려옵니다.
- 그저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