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심리학자가 경마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말이 무엇인지 묻고 베팅하기 전과 베팅한 후 각각 그 말의 우승확률을 물었더니 베팅전후의 우승확률이 확연히 달랐다고 한다. 그들은 일단 선택하고 나면 자신이 선택한 말의 우승확률이 그전보다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람들의 이러한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일관성 이론’ 이라고 부른다. 즉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그것과 일치된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되며, 이를 위해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려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일관성 행동을 좀더 확대하면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인지부조화라는 내적 일관성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확증편향으로써 외적 일관성에 관한 것이 있다.
먼저 인지부조화부터 살펴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람은 자신의 생각(태도)과 행동 간에 내적일관성이 없으면 인지부조화가 생기고, 마음에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감소시키기 위해 생각이나 행동 가운데 어느 하나를 바꾸려고 시도한다. 예를 들면 흡연자는 담배가 몸에 해롭다고 꺼름직하게 생각은 하지만 담배를 끊지 못하고 계속 피고 있다고 하자. 이것은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인지부조화를 일으켜 불쾌감을 유발한다. 이럴 때 사람은 불쾌감을 불식기키기 위해 금연하든지 아니면 담배는 계속 피우되 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든지 양자택일해서 불쾌감을 해소해야 한다.
보통 인지부조화론의 경우 행동은 이미 정해졌다고 보고, 행동보다는 생각을 바꾸는 쪽을 예로써 많이 사용한다. 즉 흡연자는 담배가 몸에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일조한다고 생각을 바꿈으로써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킬 수 있고 이에 따라 인지부조화에 따른 불쾌감을 해소시키게 된다. 이솝 우화 중에 포도밭에 들어간 여우가 높은 곳에 있는 포도를 따먹지 못하게 되자 그 포도를 신 것으로 치부하는데 이 역시 인지부조화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인지부조화가 있을 때 내적으로 일치시킨다는 말은, '생각을 바꾼다'= ‘거짓을 믿는다’는 말과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한편 확증편향은 사람들이 어떤 신념을 자신의 견해로 선택했으면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접하면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즉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정보는 좋아 보이고, 상충되는 정보를 보면 불쾌감을 느끼게 되어, 그것이 아무리 객관적 정보라 하더라도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정보를 자신의 견해에 맞추어 선별적으로 수집함으로써 일단은 외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불쾌감도 그때만큼은 일시적이지만 해소할 수 있게 된다. 확증 편향은 증거 수집에서 있어서 귀중한 자료를 누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편향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은 일관성 유지를 위해 동시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최근 전국적으로 하향국면에 처해있는 아파트 가격에 대한 소유자들의 행동을 통해서 인지적 편향의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자 . 아파트 소유자도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앞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팔려고 하니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놓여있다. 이때 내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매도가 유일하나 워낙 저가격이라 팔 순 없고 마음속으로 '지금 가격은 바닥이고 곧 오를꺼야' 라는 거짓을 믿음으로써 내적일관성도 유지되고 따라서 불쾌감도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아파트 소유자는 앞으로의 가격동향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자료를 모으는데 비관적인 자료는 외적일관성이 훼손되어 불쾌감만 증폭되므로 무시하고, 가격상승을 나타내는 자료에만 눈길이 끌린다. 이로써 외적일관성은 유지되며 마음이 편해진다. 이것이 바로 확정편향이다. 그러나 내·외적 일치성을 이루기 위해 두 가지 인지편향이 지속되는 한, 마음은 일시적으로 위로받을지 모르지만 매도타이밍을 놓침으로써 장래 직면할 위험 수위는 계속 높아지게 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도 같은 인지편향을 겪을 수 있다. 사실 경영자가 직면하는 위험은 언제나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마치 싸움의 승패는 병가지상사란 말이 있듯이 투자활동은 타이밍이 문제일 뿐 기본적인 경영활동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불안감으로 경영자가 적당한 투자를 머뭇거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자. 그는 앞으로 장기불황이 계속 지속될꺼라는 거짓정보를 믿음으로써 투자를 계속 지연시키는 자신의 결정(행동)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내적 일치성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정보수집도 투자적격성을 알리는 정보는 무시하고, 반대로 투자의 부적격성을 암시하는 자료만 선별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외적 일치성도 이룰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결과, 투자타이밍 실기→경영실적 악화→기업가치 하락→주가하락을 초래하여 경영자의 노동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정리하면, 우리는 어떤 투자활동을 할 때 늘 마음 속에 인지적 편향을 겪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아무리 모순 없는 일관된 합리적 분석을 했다손 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일관성을 위해 거짓정보를 믿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기분 나쁘다고 무시되고 외면한 진실은 없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http://blog.naver.com/grandppa/110172454465 201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