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염소
김택희
파란시선 0179∣2026년 5월 30일 발간∣정가 12,000원∣B6(128×208㎜)∣111쪽
ISBN 979-11-94799-33-7 03810∣(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신간 소개]
오래 바라보다 나무가 되었다 어느새 몸이 강줄기에 닿아 있다
[눈 오는 날의 염소]는 김택희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으로, 「라 쿰파르시타―뿌리박기」 「토마토론(論)」 「뿔 얼음」 등 52편이 실려 있다.
김택희 시인은 충청남도 서산에서 태어났고, 2009년 [유심]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바람의 눈썹] [눈 오는 날의 염소]를 썼다.
김택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눈 오는 날의 염소]는 의지로서의 낙관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 준다. 「시인의 말」에서 언급하였다시피 김택희 시인은 “순해진 귀”로 말들을 모은다. 그 말들은 그저 ‘나’와 같은 인간의 목소리만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햇빛과 바람, 비와 눈” 등 자연의 층위를 포괄한다. 시인은 “갖가지 풀들이 어우러져 있”는 세계를 향해 귀를 열고 “길어진 봄볕을 따라” 걸으며 “봄의 꽃샘에서 겨울의 폭설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시간에 놓인 존재를 향해 행운을 빈다. 행운을 비는 일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존재의 평온을 바라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발화함으로써 서로의 존재를 넉넉히 품으며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일궈 가려는 적극적 수행에 가깝다. 당장은 찾을 수 없을지라도 “모르포나비”의 영롱한 “색을 찾아 나”서는 것처럼 말이다. (이상 이병국 시인・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추천사]
김택희 시인의 시를 요약하면 ‘달리 보기’와 ‘다른 것 되기’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야단스럽고 자극적인 언어로 과장하지 않는다. 낮고 차분하게 사물과 풍경을 오래 바라보며, 익숙한 일상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숨결을 천천히 드러낸다. 강물을 바라보다 나무가 되고, 눈 오는 날의 고요 속으로 스며들고, 길고양이와 어린잎의 생을 제 안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그의 시들은 세계를 새롭게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김택희의 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모든 존재를 대하는 따뜻한 시선에 있다. 꽃과 나무, 새와 동물, 바람과 저녁의 적막까지도 이 시집에서는 저마다의 의미를 가진 이웃으로 다가온다. 오래 바라보고, 천천히 불러 보고, 끝내 그 존재가 되어 보려는 시인의 다정한 노력은 삶의 상처와 쓸쓸함마저도 부드럽게 감싸안는 힘으로 이어진다. 세계는 삭막하고 관계는 자주 어긋나지만, 시인은 작은 잎 하나, 어린 생명의 눈망울 하나, 어둠 속을 지나는 미미한 기척 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이렇게 그의 시는 우리 모두를 환대의 자리로 이끌고 간다.
―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순해진 귀로 모으는 말들
햇빛과 바람, 비와 눈을,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히스(heath)라 부른다
수초가 꽃대를 세우고 물방개가 숨어든 월든 호숫가
둥지 튼 아비 새
두 번째 시집을 낳는다
갖가지 풀들이 어우러져 있다
이태 전 우리에게 온 윤과 더불어
길어진 봄볕을 따라 걷는다
봄의 꽃샘에서 겨울의 폭설에 이르기까지
나에게로
당신에게도 행운이!
여전히
모르포나비의 색을 찾아 나선다
[저자 소개]
김택희
충청남도 서산에서 태어났다.
2009년 [유심]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바람의 눈썹] [눈 오는 날의 염소]를 썼다.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바다로 간 바람은 비를 몰아올 테지
라 쿰파르시타―뿌리박기 – 11
눈 오는 날의 염소 – 12
둥글게 둥글게 – 14
토마토론(論) – 16
가을걷이 – 17
겨울엔 재즈를 켜 두세요 – 18
홍페페 – 20
색채가 담긴 오후 다섯 시 – 22
먼 레시피 – 24
전갈(全蠍) – 25
레드콩고의 몸짓으로 – 26
메콩 – 27
시시포스 블루 – 28
제2부 보이는 것 너머의 향기
요한슨의 크리스마스 – 33
봄 – 34
이맘때 – 36
액자 안 모과나무 – 38
슬하 – 40
상강 – 42
저녁 한 뼘 – 44
언덕 위 팔베개 – 46
어떤 외출 – 47
길고양이 – 48
더운 날 냉동실에서 꺼내진 물병처럼 – 50
루나(luna) – 52
그해, 붉디붉은 – 54
제3부 제풀에 놀라 날아오르다
카페 프로키온 – 57
겉잠 – 58
맨드라미 – 60
화본역 – 61
오해 – 62
깜박이지 않는 자세 – 63
소한 – 64
뒤라스・뒤라스 – 66
뿔 얼음 – 67
착 – 68
우화 별곡 – 70
타인의 연못 – 71
돌연, 잠 – 72
제4부 나를 들어 올리는 새
앙시도(仰視圖) – 77
르네 하우스 – 78
배봉산 초록 일지 – 80
맨발 걷기 – 82
한나절 뽀리뱅이가 피기도 전에 – 84
꽃무릇 – 85
비 오는 날 텃밭에 물 주기 – 86
간단 특급 레시피 – 87
혼자 있는 것에 질리고 싶은 – 88
격발의 수칙 – 90
태릉 지나 강릉 간다 – 92
곡우 무렵 – 94
페르시안 – 96
해설 이병국 낙관의 의지 – 97
[시집 속의 시 세 편]
라 쿰파르시타
―뿌리박기
파초가 제 꽃빛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놀랐지만 강물 오래 바라보다 나무가 되었다 두 팔은 나뭇가지 되고 손바닥에 잎맥 선명해졌다 중랑천 줄기 따라 목백일홍들이 강물에 가지를 세운다 맑은 날엔 왜가리가 목 세워 근원의 물음표를 던지고 그림자로 달리는 자전거 옆 오리 부부가 커다란 물 주름을 만들며 지나간다 새끼 오리 뒤로 작은 삼각형의 물 주름이 따른다 잘 걸어간 길이 물살을 넓힌다 시들지 않는 물결 따라 바른 걸음으로 걸어갈 뿐이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고 지나가는 개미가 발끝 간질이지만 가만 눈을 감는다 오래 서 있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몸이 강줄기에 닿아 있다 ■
토마토론(論)
피비린내다
눈앞 번쩍하더니 눈물 솟구친다
급히 베어 문 붉은 문장들
무심코 살지 말라며 한 방 날린다
생살 너덜거린다
방방의 씨앗들
왈칵 아린 말을 쏟아 낸다 ■
뿔 얼음
소한 부근, 천변 가장자리가
설핏한 얼음을 안았다 속살 다 보인다
들끓었던 부유물 가라앉혀 강심 정돈하는 한낮
물빛이 고스란히 하늘 받아안았다
스스로 거슬러 오르지 않는 물
어깨 살짝 흔들린다
한발 더 가까이 기울기에 필요한 시간만큼
볕으로 물빛 데우기에 강심은 조금 더 깊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을 바람이 물 주름을 낳는다
나아갈 방향을 정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결심 굳어질 때 비로소
중심에 단단한 뿔을 세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