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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 법운지 게송은 거듭하는 응송
고대의 종교 관련 문헌들은
동서 막론하고 암송서 시작
게송은 은유‧생략‧도치 많아
본문 연관 지은 이해가 관건
‘십지품 제26’의 ‘제10 법운지’에서는 법신(法身, dharma-kāya)을 목전에서 체험하게 된다. 10지의 이름에 구름 운(雲) 자가 들어간 것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구름은 만물을 적시고 길러내는 물[水]을 머금듯, 10지 가르침은 중생을 부처로 길러내는 작용을 갖추고 있다. 둘째, 생물과 무생물 모두에게 비 내린다는 평등의 뜻도 들어 있다. 셋째는 구름이 작열하는 태양을 가려 시원하게 하듯, 중생의 번뇌를 식혀준다.
제10지의 구성도 역시 찬청분(讚請分)-정설분(定說分)-중송분(重頌分)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이름에 대해서는 이전에 이미 설명했다. 이번 호에서는 중송(重頌) 독서하는 요령을 독자님과 함께 하기로 한다. 고대의 종교 문헌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모두 암송에서 시작된다. 소리와 음절, 그리고 박자가 중요하다. 호흡과 밀접하다. 초기 불교의 5정심관(五停心觀)으로 수식관(數息觀)을 꼽듯, 수행에서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중국과 한국의 역경사(譯經師)들은 이 점을 매우 신경 썼다. 운허 스님께서 번역한 ‘한글대장경’은 특히 그렇다.
‘제10 법운지’에 나오는 게송은 앞의 산문에 상응해서 뒤에 운문으로 ‘거듭하는[重]’ 응송(應頌)으로, 총 42수이다. 이것은 이전 말하지 않았던 내용을 읊는 고기송(孤起頌)과는 다르다. 총 42수 중 첫수는 총체적으로 찬탄해서 듣기를 권하는 부분이고, 마지막 한 수는 10법문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다는 마무리 부분이다. 중간의 총 40수가 ‘중송’의 핵심이다.
경학의 전통에서는 ‘중송’의 핵심 되는 총 40수를 모두 여덟 부분으로 나눈다. 차례대로 ①이전의 제9지까지 수행이 꽉 찼음을 노래하는 부분(총 13수) ②삼매를 노래하는 부분(총 1수) ③수행의 지위 획득을 노래하는 부분(총 5.5수) ④10지 수행에서 얻는 지혜가 끝없다고 노래하는 부분(3.5) ⑤법운지의 명칭을 노래하는 부분(총 3수) ⑥신통을 노래하는 부분(총 2수), ⑦수행 지위에 따른 결과를 노래하는 부분(총 4.5수) ⑧말로는 다하지 못한다고 추가로 노래하는 부분(총 7.5수)이다.
게송은 내용상 은유나 비유 그리고 형식상 생략과 도치가 많으므로, 앞서 설한 본문과 연관 지어 읽는 것이 포인트(point)이다. 운허 스님의 ‘한글대장경’을 인용한다.
①모든 법 평등함을 분명히 알고/중생을 이익하려 큰마음 내다./초지(初地)에 머물러서 이 마음 내고/나쁜 짓 아주 떠나 항상 기쁘며//②원력으로 선한 법 널리 닦아서/어여삐 여김으로 이지(二地)에 들고,/계행 다문(多聞) 갖추고 중생을 생각/더러운 때 씻으니 마음이 깨끗//③세간에서 세 가지 독한 불 관찰/넓고 크게 아는 이 삼지(三地)에 들고,//④세 가지 있는 곳이[三有] 모두가 무상/화살에 맞은 듯이 고통이 치성하여진 것[有爲] 떠나서 불법 구하려/큰 지혜 있는 이가 염혜지 들고,//⑤지혜가 구족하여 보리를 얻고/한량없는 백천의 부처님 공양/가장 승한 공덕을 늘 관찰하면/이 사람이 난승지에 들어가오며,//⑥지혜와 모든 방편 잘 관찰하고/가지가지 나타내어 중생 구하며/위없는 십력 세존 공양하오면/생멸 없는 현전지에 들어가오며,//⑦세상에서 모르는 것 능히 다 알고/나를 고집 않고 유무(有無) 떠나며/법의 성품 고요한데 인연 따르면/미묘한 지혜 얻어 칠지(七地)에 들고,//⑧지혜와 방편이며 광대한 마음/행하고 굴복하고 알기 어려워/적멸을 증하고도 항상 닦으면/허공 같은 제8 부동지에 나아가리라.//⑨부처 말씀 적멸한 데서 일어나/가지가지 지혜 업을 널리 닦아서/열 가지 자재 갖춰 세간을 관찰/이러하게 선혜지에 들라 하시네.//미묘한 지혜로써 중생 마음과/업과 번뇌 빽빽한 숲 다 관찰하고/그들을 교화하려 도에 나아가/부처님의 깊은 도리 연설도 하고,//차례로 수행하여 착한 일 구족/구지에서 복과 지혜 쌓아 모으고/부처님의 위없는 법 항상 구하여/부처님 지혜 물을 머리에 붓네.
제9지 선혜지는 세 게송, 제3지는 반 게송, 나머지는 모두 1게송. 한 게송이 4구(句)임을 독자들도 아실 것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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