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선생님에겐 5학년 예쁜 제자들로 기억되는 너희들...
벌써 수능 시험을 앞두고 있다니.. 선생님도 갖가지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하구나.
7여년 전 함께 보냈던 나날들이 점점 기억 속으로 희미해져 가지만 그 때 너희들은 선생님에겐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단다. 분명 선생님 속상하게 했던 적도 많았을텐데 말이야.. 5학년이면 철부지 아니니..ㅎㅎ 그런데도 선생님 머릿 속에 예쁘고 귀여운 제자들로만 기억이 되는 걸 보니, 선생님에게 너희들은 분명 특별한 모양이야.
그런 특별한 너희들이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구나. 선생님도 겪어봐서 알지.. 몇 년을 힘들게 고생하며 보낸 나날들인데, 딱 하루 시험으로 나의 진로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현실이 조금은 속상하고, 답답하기도 했단다. 그래서 시험이 다가올수록 더욱 긴장되기도 했지. 고3병으로 고생도 많이 했어. 하지만 지나고 나니 내가 왜 그리 바보처럼 긴장을 했을까 후회가 되기도 하더라. 그동안 고생한 게 아까워서라도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마음을 편히 먹었어야 했는데 하고 말이야.. 그렇지만 막상 닥쳐 있는 현실 앞에선 그게 어려웠지. 그래도 그 수능이 끝나는 순간을 생각하며 희망을 보았단다. 수능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들을 쭉~~나열해가며 위안을 삼곤 했어.
그러곤 수능 당일... 정신은 몽롱하고, 긴장감으로 가슴이 떨렸지만 끝나는 시간까지 최선을 다하면 끝나고 나서 후회없을 거란 생각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단다. 시험이 그동안 공부했던.. 그동안 봐왔던 모의고사와 많이 달라서 풀면서도 당황을 했지만, 난 할만큼 열심히 했다는 생각을 하자 자신감이 붙기도 했지. 수능이 끝나고 어둑해진 학교 정문을 나서는데, 속이 다 시원하더라.. 찬 공기가 목줄기를 타고 들어오는데,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어. 아쉬움도 없지 않았지만, 다 끝났다는 해방감이 더욱 컸지.
그렇게 긴장했던 몸과 맘이 한 순간에 풀어지면서 수능다음날 바로 감기에 걸려버렸단다. ㅎㅎ 고3 내내 감기 한 번 안 걸렸는데 말이야.
일주일 앞둔 지금.. 티비에서, 주위에서 수능이야기만 나와도 마음이 떨리고 긴장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생님은 모두 수능을 잘 봐야하고, 모두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고 생각하진 않아.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사람은 그동안 열심히 노력을 해 왔을테고, 그럴 필요를 못 느끼고 다른 진로를 생각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그 준비를 했을 거라고 생각한단다. 너희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자기 자신을 위해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 사회에 나가거나, 새로운 대학생 생활을 하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거나, 또는 더 나은 목표를 위해 공부를 할 내 제자들아!!! 너희들 앞날에 행운과 행복의 나날들이 계속되기를 선생님은 간절히 바란다. 모두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