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철목사
5세기경 타락과 무질서로 얼룩진 로마인들의 생활을 바라보며 환멸을 느낀 베네딕트는 순백의 영혼을 지키며 하나님과 이웃을 진실로 사랑하며 살기를 바라고자 동굴로 들어간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고, 그들은 몬테카지노 수도원을 설립한다.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라는 기치아래 그들은 공동생활을 위한 규칙을 규정하여 철저하게 지킨다. 이것을 ‘베네딕크 규칙’이라 한다. 그러면 베네딕트 규칙 중에서 특히 영적인 지도자에게 가르침을 제공하는 항목은 무엇인가? 그것이 오늘의 영적인 지도자들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영적인 지도자의 리더십과 관련하여 규칙 31장 1-2절은 이렇게 말한다.
“수도자는 지혜롭고, 성품이 완숙하고, 절제가 있고, 과식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부산떨지 않고, 욕하지 않고, 느리지 않으며, 낭비벽이 없고, 오히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공동체를 위하여 아버지 같아야한다.”
규칙 31장의 두 절은 영적인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성품과 자질을 명시하고 있다. 규칙에서 지도력과 관련한 키워드는 지혜, 인격, 절제, 겸손, 내면적인 질서와 안정, 공평무사, 결단력, 근검절약, 하나님께 대한 경외, 아버지같은 마음이다. 존경받는 리더, 박수 받는 리더, 성공하는 리더로 만드는 내적인 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다. 규칙이 말하는 영적인 지도자의 10가지 자질에 관하여 차근차근 살펴보자.
•지혜: 베네딕트에서 말하는 지혜는 ‘옳은 것을 분별하고 현재상황을 직감하고, 그 자신과 다른 사람을 잘 아는 능력’을 말한다. 이 요소는 가장 중요한 지도자의 자질이다.
•인격: 여기서 인격이란 성숙한 인격을 말한다. 규칙에서 요구하는 인격은 사건과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정당하게 평가하고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려 깊고 신중한 인간됨됨이를 말한다. 이러한 인격자는 자신의 억압된 욕구나 감정, 불안과 의심의 눈으로 사물을 대하지 않기에 영적인 리더가 갖추어야 할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절제: 탐욕적인 자가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을 탐하고 권력과 명예를 탐하는 사람은 사람과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착취한다. 그러므로 절제는 결정적인 영적인 지도자의 덕목이다.
•겸손: 겸손이라는 낱말은 흙을 뜻하는 라틴어 ‘휴무스’에서 온 말이다. 겸손한 사람은 그 자신을 높고 귀한 곳에서 내려와 흙이 있는 가장 낮고 천한 곳에서 났음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오만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약점을 바라보고, 자신을 부서지고 넘어지기 쉬운 존재로 인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내면의안정: 내면의 안정은 내면의 질서를 유지하는데서 나온다. 안정은 동요나 불안이나 부산떠는 일 없이 평온한 분위기와 내면의 고요를 유지하며, 내면의 질서안에 머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내적인 질서는 하나님이 주신다. 내면이 복잡한 리더는 결코 정당한 리더십을 펼칠 수 없다.
•공평: 공평이라는 말은 ‘공정하게 대하는 것,’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라는 뜻을 담고있는 말이다. 이것은 현대 리더십에서 사람들을 차별없이 대하고 편애하지 않는 뜻의 ‘정의’라는 말과 상통한다. 만약 공평한 지도자가 된다면 불공평한 지도자가 언제나 상대방에게 가하는 모욕과 폭력과 해악과 명예훼손, 부당한 행동에서 벗어나 모두를 아우르는 큰 지도자가 될 것이다.
•결단력: 결단력이란 ‘명확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말한다. 규칙은 결단력에서 느리고 머뭇거리고 둔한 자를 일컬어 ‘미련한자’로 규정한다. 명확한 결정을 내리는 결단력은 공동체 안에서나 사역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장애를 차단에 방지하는 효과를 갖는다.
•근검절약: ‘일하고 기도하라!’는 베네딕트 규칙의 대 강령이다. 이 규칙이 바라는 리더는 열심히 일하고, 간소하게 살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낭비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규칙은 게으르고, 낭비벽을 일삼으며 사는 사람을 일컬어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 ’‘소신이 없고 물건을 사용하는 원칙도 없는 사람’이라고 신랄하게 꼬집는다. 더 나아가 이런 사람은 영적인 리더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한다.
•하나님께 대한 경외: 경외란 ‘두렵고 떨림으로 하나님께 나아가 존경심으로 반응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내적인 성품의 사람은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일을 한다는 건강한 의식을 갖는다. 따라서 그는 하나님께 사로잡힌바 되어 모든 것에 신중하고 세심하며, 집중력을 가지고 대상에게 나아간다.
• 아버지 같은 마음: 아버지란 ‘자녀의 사람을 책임져주는 존재’이다. 아버지는 자녀의 삶을 일깨워주고, 보호해주며 삶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방안을 찾도록 도와주고, 자녀가 책임적인 존재로 살아가도록 용기를 주고, 도와주는 존재이다. 아버지같은 마음은 영적인 지도력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 시대는 참된 영적인 지도자가 요구되는 시대이다. 사회와 문화, 정치, 교육, 스포츠, 기업, 심지어 종교영역에서 오르내리는 지도자의 자질론 시비는 끝이 없다. 베네틱트 규칙을 새롭게 알고, 우리 시대의 삶의 정황에서 곱씹어보는 일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 규칙에서 열거하는 요소들은 실추된 지도자의 이미지를 바꾸어주고, 존경받는 지도자를 포메이션하는 데 결정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