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채용담당자들이 말하는 자기 소개서·면접 노하우
자기소개서… "수십개 자격증" 같은 과대포장 남발하지 말아야
면접… "특기 없다"면 열정 없어 보여 지원동기 불명확해도 감점
복장… 세탁하지 않은 옷은 곤란 과도한 노출 차림은 금물
취업 삼수생인 박모(29)씨는 얼마 전 채용 설명회에 온 한 기업 인사 담당자의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흔히 말하는 스펙도 나쁘지 않고 외모도 괜찮은데, 그동안 증권사 시험에만 수차례 응시해 매번 쓴잔을 마셨던 그였다. 인사 담당자는 "증권사와 전혀 관련 없는 분야 자격증 자랑만 잔뜩 해놓은 데다가 그렇게 구겨진 옷을 입고 면접에 나온다는 건 일할 자세가 전혀 안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25번 도전 끝에 '입사 합격증'을 손에 쥔 김모(26)씨는 올 상반기 한 증권사 면접에서의 장황한 자신의 답변을 본 면접관들의 반응을 잊지 못한다. "FTA의 효과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대학 시절 동아리 경험부터 시작해서 경제 전문 용어를 섞어 한참 설명했지만 면접관들의 얼굴이 찌푸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 회사엔 불합격했다. 주요 기업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한창 진행 중이다. 입사지원서 작성과 면접 과정에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싫어하는 실수를 미리 알아두면 어려운 취업문을 뚫는 데 도움이 된다.
취업포탈 커리어는 13일 기업 인사 담당자 405명을 조사한 결과, 입사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솔직히 말하면…' '수십개 자격증과 남다른 스펙이 있는'과 같은 자신을 과대 포장하는 표현을 남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의 인사 담당자는 "구직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본인을 과대 포장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심층 면접에서 수십개의 질문을 하다 보면 꾸며내거나 거짓으로 답하는 것은 바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무런 전략 없이 '묻지마 면접'에 응하는 자세도 금물이다. STX 관계자는 "회사 직무에 대한 지원 동기가 불명확하거나 충성도가 낮아 보이는 경우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뭐든지 하겠다. 시켜만 달라"는 식의 답변은 목표 의식이 분명하지 않고 신뢰감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취미나 특기를 묻는 말에 "없다"고 답하는 것도 열정이 없는 인물로 비칠 수 있다고 취업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면접에서 기획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라
눈길을 끄는 자기소개서도 중요하다. SK의 경우 자기소개서 문항과 분량이 많다. 직원 30~50명을 연수원에 불러모아 놓고 입사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2박3일 동안 읽고 평가시킨다고 한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조건영 팀장은 "입사 지원서에 '귀사(貴社)'라고 쓰는 것은 수십개의 회사에 지원서를 일률적으로 뿌린 느낌이 들기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상당수 기업은 면접에서 지원자의 기획력을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IQ 테스트나 퀴즈를 푸는 센스가 아니라 장기적인 기획력을 보는 것이다. 현대캐피탈 조권영 팀장은 "회사의 경영 방침에 부응하면서 회사를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내는 사람이 매우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말했다.
◆세탁하지 않은 옷, 노출 심한 옷은 피하라
면접 때는 옷차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기업 면접 담당자들은 구직자들의 옷차림을 문제 삼아 탈락시킨 경우도 많다고 했다. 남성은 세탁하지 않은 옷, 다리지 않은 옷, 지저분한 구두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고, 여성은 노출이 심한 옷이나 지나치게 유행에 맞춘 옷 때문에 감점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옷차림에서도 준비성과 센스가 부족하다 싶으면 우리가 추구하는 글로벌 인재상에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0.9.14 조선일보 송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