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육도삼략(六韜三略)》이란?
어려운 책을 만났다 싶다. 《육도삼략》이란 여섯 가지 韜와 세 가지 略이라는 말로서 세 가지 계략은 알겠는데, 육도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옥편에는 ‘감출도’라고 되어 있으니 여섯 가지 감추는 것, 즉 문도(文韜), 무도(武韜), 용도(龍韜), 호도(虎韜), 표도(豹韜), 견도(犬韜)가 그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어렵다. 본래 韜는 활이나 칼을 넣어두는 활집이나 칼집을 가리키다가 ‘거두다. 감추다. 곳간. 창고’등 의미로 확대되었고 이것이 ‘지혜의 보고(寶庫), 가슴 속에 감추고 있는 비책’이라는 의미로까지 발전되었다. 결국 육도는 ‘천하를 다스리고 군대를 움직이는 여섯 가지 비책’이라는 것이고, 삼략은 상략·중략·하략으로 구성된 하나의 ‘병법서’라는 것이다.
《육도삼략》은 누가 언제 지었을까? 고대 중국의 역사와 인물은 대부분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사마천보다 1천 년 더 전에 살았던 태공망이라는 사람이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마천도 설화를 기록하듯이 기록했다. 태공망은 여상(呂尙) 또는 강태공으로 알려졌으며 기원전 1140년 주나라 창건 시기에 나이 70이 넘어 주나라 창건주 문왕을 만났다. 그전에는 은나라 주왕(紂王)시대 폭정을 피해 위수(渭水)에 숨어 지내며 낚시질을 하며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그가 문왕을 만나는 과정은 전설적으로 서술되어 있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과 아버지 문왕이 태공망 여상에게 나라 다스리고 군사 움직이는 방법을 물으면 대답하는 형식으로 《육도》가 구성되어 있다. 태공망은 군사학의 원조로 여겨 당나라 때는 문묘에 공자를, 무묘에는 태공망을 모셨다 한다.
《사서삼경》에 비견될 만큼 《육도삼략》이 병법서로서 중요하게 취급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춘추시대 초기에는 131개나 되던 작은 성읍국가들이 춘추 말기에는 칠웅(七雄,秦楚齊燕韓魏趙)으로 겨우 7개 나라로 압축된 사실만 봐도 격렬했던 시대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춘추시대 말기에 발명된 풀무(鞴-비)에 의한 야금 기술의 비약적인 진보 때문으로 춘추시대 손무의 『손자병법』, 춘추 말기 『오자병법』, 전국시대 『손빈병법』등이 모두 이 시기에 나온 병법서들이다.
《육도삼략》은 위서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육도》속의 호칭들이 태공망 시대에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과 또 전국시대 이후에 보이는 예법과 용어를 쓰고 있으며, 기마전은 전국시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도 《육도》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운진(烏雲陣) 등 각종 진법도 삼국시대 이후에 널리 쓰인 진법이라는 것이고, 병기들의 이름이나 쓰임도 전국시대 이후에 발명된 것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육도삼략》은 구전되어 오던 병법서에 태공망 설화를 보태어 주나라 초기부터 전국시대 말까지 알려진 병법들을 모아서 새로 만든 병법서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없지는 않다.
《육도삼략》은 『육도』와 『삼략』으로 나뉘어 지는데 이 병법서들은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위서라는 이유로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이 『손자』『오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병가의 교과서로 자리 잡아 왔다는 것은 가치를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병가에서는 ‘군사학의 일곱 경전’을 말하는 ‘무경칠서’(손자·오자·사마법·울료자·이위공문대·육도·삼략)가 있었다. 武經은 군사학의 경전으로 용병술에 활용하는 전략전술, 권모술수를 가리킬 때 ‘韜略’이라 부른 것도 《육도》와 《삼략》을 가리킨 말이었다. 《육도삼략》이라고 하면 당연히 《육도》와 《삼략》을 합친 이름이다.
《육도》
【문도】
여기서 문도란 문학이나 학문을 말할 때의 文이 아니다. 인의와 도덕을 비롯한 인문 정신 전반을 뜻하는 넓은 의미다. 군사력과 군사를 뜻하는 武와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처음 문왕이 태공망을 만나 스승으로 삼게 되는 경위와 천하를 경영하는 원칙과 인재 등용, 군대의 올바른 양성과 운영에 대하여 토론한 내용이다. 문왕이 위수 북쪽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위수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태공망을 보고 물었다.
“낚시를 즐기시나 봅니다.”
태공망이 말했다.
“군자는 자기의 뜻이 이루어짐을 즐거워하고, 소인은 자기의 일이 이루어짐을 즐거워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낚시질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겠지요.”
문왕이 다시 물었다.
“이와 비슷하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좋은 미끼로 물고기를 낚는 데에는 세 가지 미묘한 방편이 있습니다. 후한 녹봉으로 뛰어난 인재를 얻어 지혜와 능력을 다 발휘하게 하며, 많은 상을 내려 병사들이 목숨을 바치게 하며, 높은 벼슬자리를 맡겨 신하들에게 충성을 다하게 합니다. 낚시질은 목표한 물건을 낚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지만, 여기에 담긴 뜻은 매우 깊습니다. 이를 통해서 세상의 커다란 이치까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화가 이어지다가 문왕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면 천하가 돌아와 복종하겠습니까?”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며, 천하 만백성들의 천하입니다. 천하의 이익을 백성들과 더불어 나누는 군주는 천하를 얻고, 이와 반대로 천하의 이익을 자기 혼자만 차지하려는 군주는 반드시 천하를 잃게 됩니다. 하늘에는 사계절이 질서 있게 움직이고 땅에서는 무한한 자원이 생산됩니다. 하늘의 네 계절과 땅의 자원을 백성들과 함께 누리는 것을 참으로 어질다고 합니다. 그러니 참으로 어진 행동을 하는 곳으로, 천하 사람들이 모두 돌아갑니다.
죽은 처지에 놓인 사람을 살려 주고, 재난을 당한 사람을 구해 주며, 위급한 지경에 빠진 사람을 건져 주는 행동이 덕입니다. 바로 이런 덕이 있는 곳으로 천하의 민심이 모두 돌아갑니다. 백성과 시름을 함께 나누고 즐거움을 더불어 기꺼워하며,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함께 꺼리는 행동이 정의로움이니, 이 정의가 있는 곳으로 천하의 사람들이 달려갑니다. 본래 사람이란 죽기를 싫어하고 살기를 좋아하며 덕을 좋아하고 이익을 좇게 마련입니다. 백성에게 진정한 삶과 진정한 이익을 돌려주는 데 힘쓰는 것이 도리입니다. 바로 이 도리가 있는 곳으로 천하가 돌아갑니다.
문왕이 두 번 절하고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하늘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태공망을 자신의 수레에 태우고 함께 궁으로 돌아와 스승으로 삼았다. (文王 再拜曰 允哉 敢不愛天之詔命乎 乃載與俱歸 立爲師)*詔고할조
문왕이 중병으로 자리에 누워 태공망을 불러놓고 시중들던 태자 발(發)*에게 말했다.
“하늘이 나를 버리려 하니, 주나라의 사직(社稷)을 장차 너에게 맡기려 한다. 이제 지극히 큰 도리를 깨달은 태공망의 훌륭한 말씀을 스승으로 삼아 자손들에게 밝게 전하도록 하라.”
발이 대답하지 않자 태공망이 말했다.
“왕께서는 무엇을 물으려 하십니까?”
“옛 성현의 가르침이 끊이지 않는데 대체 그 까닭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태공망이 대답했다.
“군주가 좋은 일을 보고도 게을러서 실행하지 않고, 실행할 기회가 닥쳐와도 머뭇거리며 잡지 못하고, 나쁜 짓임을 알면서도 끊지 못하고 주저 앉습니다. 이것 때문에 성현의 가르침이 끊어지게 됩니다. 부드러우면서 차분하게 몸가짐을 가지며 공손하고 경건하게 남을 대하며, 강해야 할 때 강하고 약해야 할 때는 약하며, 인내심이 많으면서도 굳세게 대처합니다. 이 네 가지 때문에 성현의 가르침이 일어나게 됩니다.
의로움이 욕심을 이기면 나라의 기운이 뻗어나가고 반대로 욕심이 의로움을 이기면 나라가 망합니다. 또한 공경하고 삼가는 마음이 게으름을 이기면 나라에 이롭지만, 반대로 게으름이 공경하고 삼가는 마음을 이기면 나라가 망하게 됩니다.”
*발 : 문왕의 둘째 아들로 즉위 13년 후에 殷나라 紂王을 무너뜨리고, 周왕조를 세웠다.
발이 옆에 있는 가운데 문왕이 태공망에게 물었다.
“나라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늘과 땅이 순환하는 영원한 법칙을 본받아 정치의 기본으로 삼아야 합니다. 천하가 잘 다스려지면 仁者나 聖人이 할 일이 없어 자취를 감추게 되고, 천하가 어지러워질 때는 인자나 성인이 나타나 어지러움을 다스려 태평한 세상으로 되돌리려고 왕성하게 활동합니다. 세상의 지극한 이치가 이와 같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길이 변치 않는 법칙에 따라 백성을 다스리면 백성이 편안해집니다. 그러나 만약 백성들의 마음에 원망과 분노가 일어 일이 흔들리면 어지럽게 되는 실마리가 되며, 이해득실의 다툼이 있게 됩니다. 이럴 때 군주는 어두운 방법인 형벌과 무력으로 제지하고, 밝은 방법인 은덕을 베풀어 천하를 화합시켜야 합니다. 군주가 앞장서서 천하를 이끌어가야 천하의 만백성이 모두 따르며 화합하게 됩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극에 다다르면 반드시 평상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마련입니다. 지나치게 나서서 다투지도 말고 지나치게 물러서서 물리려고만 해서도 안 됩니다. 이와 같이 나라를 지킨다면 군주의 덕은 천지와 더불어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리고 태공망은 왕이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서 여섯 가지 도적과 일곱 가지 해로움을 늘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여섯 가지 도적이란 첫째, 신하로서 커다란 저택과 정원을 짓고, 노래와 춤을 즐기는 자. 둘째, 기분 내키는 대로 호기를 부리며 법령을 어기고, 벼슬아치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 셋째, 신하로서 패거리를 짓고 군주의 똑똑함을 가리는 자. 넷째, 기개와 절개를 뽐내면서 밖에서 제후들과 멋대로 사귀고, 군주의 권위를 무겁게 여기지 않는 자. 다섯째, 벼슬을 천하게 보며 군주를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자. 여섯째, 약한 사람을 못살게 굴며, 빼앗고 업신여기는 자. 이들은 백성의 생업을 해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일곱 가지 해로움은 첫째, 자신의 만용만 내세우고 적과의 싸움을 가볍게 보고 어쩌다 요행히 전공을 세워 상을 받은 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 둘째, 조정 안팎에서 다른 말을 꾸며내며 좋은 면은 숨기고 나쁜 면을 들추며, 벼슬에 나가고 물러나는 처세만을 교묘하게 하는 무리. 셋째, 순박하고 검소한 척하며 욕심이 없다는 말을 곧잘 하지만,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거짓된 무리. 넷째, 남의 눈길을 끌면서 드넓은 견문과 능란한 말솜씨로 이론을 일삼지만, 벼슬을 하지 않고 한가로운 곳에 틀어박혀 세상 풍속을 헐뜯는 무리. 다섯째, 남의 비위를 맞추면서 벼슬을 구하고 용맹을 내세우면서 봉록을 탐내고, 언뜻 고상해 보이지만 허무맹랑한 말로서 군주를 기쁘게 홀리는 무리. 여섯째, 빼어난 솜씨와 화려한 장식으로 꾸미는 데 정신이 팔린 무리. 일곱째, 무당의 주문과 사교(邪敎), 미신을 믿고 요망한 말로 백성들을 현혹하는 자. 이런 행위를 하는 자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왕이 된 자는 “용머리처럼 드높은 하늘 위에서 멀리 바라보고, 아주 깊게 생각하며 자세히 귀 기울여 판단해야 합니다. 모습을 더러 내지만, 속내는 절대 나타내지 않아야 합니다. 마치 드높은 하늘의 끝을 다 헤아릴 수 없는 것처럼, 깊은 연못의 바닥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여 경외심을 가지게 해야 합니다.”고도 말했다.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조금은 의아한 것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어서 “군주가 성내야 할 경우에 성내지 않으면 간신이 판치게 됩니다. 죽여야 할 때 죽이지 않으면 큰 역적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군대를 출동시켜야 할 때 토벌하지 않으면 적국이 강성해집니다.”
문왕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
“참으로 좋은 말씀입니다.(文王曰 善哉)”
인재 등용의 원칙으로는 패거리를 짓지 않는 자를 찾을 것. 신상필벌에 있어서 상은 공로에 맞게 실행한다는 믿음이 가장 소중하고, 벌은 예외가 없다는 것을 실행함으로써 직접 보고 듣지 못할지라도 교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아버지를 대신해 무왕이 ‘용병의 원리(兵道)’에 대하여 물었다.
“하나(一)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나란, 지휘권이 한 사람에게 모아져야 한다는 것으로 군주가 모든 권한을 장수에게 맡겨 주느냐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지금 은나라 주왕은 영원히 존재할 것으로만 알고, 멸망하게 될 줄은 모르며 자신의 즐거움만 알고 재앙이 닥쳐오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나라의 존재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멸망할까 염려하고 미리 대처해야 하는 것입니다. 군주께서는 흥망성쇠의 근원을 염려하고 계시는데 그런 지엽적인 문제가 어찌 될지를 염려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무도】
도덕적 명분과 정신적인 지향을 보여주는 文과 대비되는 개념이 武다. 과감한 결단력과 꿋꿋한 의지로 위엄을 보이며 부정의한 것들을 깨부수고 혼란을 바로잡아 나라의 기강을 세우는 것이 武다. 문왕이 물었다.
“천하를 안정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늘에는 늘 변함없는 형세가 있고 백성에게는 일상생활이 있습니다. 군주가 천하의 백성들과 늘 삶을 함께하면 천하는 저절로 안정됩니다. 가장 훌륭한 정치는 있는 그대로 천지자연의 법칙과 천하 만백성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이고, 백성을 다스려 교화시키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이렇게 하늘의 법칙과 백성의 마음을 따르기만 하면 백성들이 저절로 교화되고 순순히 정치를 따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하늘은 억지로 하는 일이 없어도 모든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며 백성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스스로 부유해집니다. 이것이 성인의 인덕입니다. 백성의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습니다. 막으면 멈추어 흐르지 않고 터주면 흘러가며 휘젓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면 맑아집니다. 백성의 마음은 참으로 미묘하여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오직 성인만이 이 시작을 보고 끝을 알 수 있습니다.”
문왕이 물었다.
“무력을 쓰지 않고 적을 정벌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모략으로 적을 정벌하는 방법은 모두 12가지 있습니다. 첫째, 적국의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서 그 뜻에 맞춰줍니다. 기호를 잘 이용하면 반드시 그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적 군주가 사랑하는 신하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간질시키면 나라의 권위가 나눠지게 합니다. 조정에 충성스런 신하가 없으면 반드시 나라는 위태로워집니다. 셋째, 적국의 군주를 섬기는 측근을 매수하여 적정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몸은 적국에 있지만, 마음은 우리에게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넷째, 적국의 군주가 음탕한 짓을 하도록 부추겨 금은보화를 바치고 미녀와 노닥거리게 함으로써 사악한 기운에 빠지게 합니다. 다섯째, 적국의 충신에게 후하게 대접하고 군주에게는 야박하게 예물을 보내고 또 충신이 사신으로 오면 날짜를 질질 끌면서 회답을 보내지 않다가 다른 사신이 오면 성의를 다해 일을 처리하고 재빨리 회답을 보내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면 적 군주가 충성스런 신하를 의심하게 됩니다. 여섯째, 조정신하와 변방 외직에 있는 신하를 이간질시켜 내분을 조장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일곱째, 엄청난 뇌물을 적 군주와 측근 신하에게 보내고, 신하에게는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하면 백성의 생업을 가볍게 여기기 마련입니다. 여덟째, 적국과 긴밀한 친교를 맺게 되면 반드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마음을 기울이면 패망시킬 수 있습니다. 아홉째, 적 군주의 허영심을 품게 하여 그가 곤란한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절대복종하는 것처럼 보이면 우리를 믿게 됩니다. 그런 다음 명예심과 허영심을 끌어 올려서 교만함을 부추기고 덕이 있다고 칭송하면, 마침내 게으름에 빠지게 됩니다. 열 번째, 적에게 아부하여 삶과 죽음을 함께 할 사이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듭니다. 단단히 믿음을 얻은 다음 적을 빼앗을 계략을 세웁니다. 열한 번째, 신하라면 누구나 존귀함과 부유함을 중시하고 죽음과 재난을 싫어합니다. 명예와 뇌물로 적국의 영웅호걸을 포섭합니다. 적 안에 우리 편을 만들어 결정적일 때 도우게 합니다. 열두 번째, 품종 좋은 개나 말을 보내 적 군주가 자만하게 하고 권세를 부리도록 합니다. 이렇게 만든 다음 하늘의 때가 이르렀는지를 살펴, 천하의 백성들과 함께 떨쳐 일어나 적국을 공격합니다.
위에서 말한 열두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추어지면 군사 행동을 펼칠 수 있습니다. 군사 행동은 반드시 위로는 하늘의 때를 살피고 아래로는 땅의 형세를 살펴서 적국이 멸망할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났을 때만 토벌해야 합니다. (上察而與天下圖之 十二節備 乃成武事 所謂上察天 下察地 徵已見 乃伐之)
【용도】
쓰임을 말하는 用이 아니라, 용룡의 龍이니 그 의미가 아주 깊다. 신비롭고 변화무쌍함의 상징이기도 한 상상의 동물, 비범하지 않은 인간이 그 지혜를 헤아릴 수 없다고 한 동경의 대상, 전쟁터에서는 용의 모습처럼 은밀하고, 장수는 그런 자질과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해 ‘용도’라고 한 것이다. 용도에서는 무왕이 아버지 문왕의 뒤를 이어 태공망에게 묻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아버지의 스승을 자기 스승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였다. 스승마저 부관참시한 연산군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무왕이 태공망에게 물었다.
“훌륭한 장수의 기준이 있습니까?”
“다섯 가지 자질과 열 가지 잘못을 보아야 합니다.”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다섯 가지 자질이란 용기·지혜·인덕·신의·충성입니다. 용기 있는 자는 누구도 위협하거나 해칠 수 없습니다. 또 지혜로운 자는 무엇으로도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지 못합니다. 인덕이 있는 장수라면 모든 사람을 사랑하므로 모두가 서로 믿게 됩니다. 신의 있는 사람은 남을 속이지 않으므로 서로 믿게 됩니다. 충성스러운 사람은 두 마음을 품지 않습니다.
장수의 열 가지 잘못이란 1) 지나치게 용맹하여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것 2) 너무 성급하여 무엇이나 빨리 서두르는 것 3) 욕심이 많아 재물을 밝히는 것 4) 너무 인자해 차마 사람을 처벌하지 못하는 것 5) 지혜로우나 지레 겁을 내는 것 6) 남의 말을 너무 신뢰하는 것 7) 자신만 청렴결백하고 다른 사람을 아끼지 않는 것 8) 사려 깊지만, 결단력이 부족한 것 9) 너무 강직하여 자기 의견만 고집하는 것 10) 나약해 무슨 일이든 남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전쟁이란 나라의 가장 큰 일이며, 나라가 보존되느냐 멸망하느냐의 갈림길이기도 합니다. 모든 나라의 운명이 장수에게 달려 있습니다. 장수는 나라를 보좌하는 버팀목이므로 옛날 성군들은 매우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따라서 장수를 임명하는 일은 매우 신중하게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쟁에서는 양쪽 모두 이기는 일이 없으며 동시에 양쪽 모두 지는 일도 없습니다.”
무왕이 칭찬했다.
“참으로 좋은 말씀입니다.”
그리고 또 물었다.
“적을 공격해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최고의 전쟁은 아군에게 겨룰 상대가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수없이 번득이는 칼날 앞에서 승리를 다투는 자는 뛰어난 장수가 아니며, 때를 놓친 다음에 대비하는 자는 훌륭한 성인이 아닙니다. 또한 지혜가 보통 사람과 같다면 한 나라의 뛰어난 스승이 아니며, 기술이 뭇사람들과 같다면 한 나라를 대표하는 뛰어난 기술자가 아닙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큰 목표가 없고, 용병에서는 은밀하고 고요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작전에서는 적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곳을 공격하는 것보다 중대한 것은 없으며, 모략에서는 적이 아군의 의도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은밀한 것보다 훌륭한 것은 없습니다. 승리를 거두는 방법은 아군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어 적이 마음을 놓게 한 뒤에 싸우는 것입니다. 그러면 절반의 노력으로 갑절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양오행의 원리를 터득한 태공망은 이를 잘 활용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싸우기에 앞서 아군이 승리할지 아니면 패배할지의 징조가 있느냐?’는 무왕의 질문에는 ‘승리와 패배의 징조는 병사들의 정신상태에 가장 먼저 나타난다고 강조하고, 지혜로운 장수는 이를 잘 살핀다’고도 했다. 또한 다섯 집씩을 한 조로 조직하는 오가작통법 시행을 건의하면서, 봄가을에 무너지고 갈라진 담이나 벽을 손보고 메워진 도량을 치우는 것은 병사들이 보루나 성벽을 고치는 것과 다름없다며 농부가 농사의 일상을 준비하듯 병사는 전쟁을 준비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호도】
백수의 왕 호랑이, 「호도」는 호랑이의 위엄과 당당함, 뛰어난 용맹을 상징하는 표제다. 《육도》의 「문도」「무도」「용도」는 나라의 운명과 전쟁에서의 전략을 논한 것이라면 「호도」「표도」「견도」는 구체적인 전술과 전투 방법을 논한다. 앞의 3가지가 전략적 요소라면 뒤 3가지는 전술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무왕이 태공망에게 물었다.
“전쟁에 나가는 전군이 갖추어야 할 군수물자와 공격과 수비에 쓰이는 무기의 종류와 수량에 일정한 법칙이 있어야 합니까?”
이런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태공망이 말했다.
“참으로 좋은 질문입니다. 무기와 장비에는 저마다 다른 종류와 등급이 있습니다. 이것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쓰는 것이 바로 군대의 큰 위력이 됩니다. 병사를 움직일 때, 무기와 장비의 대략적인 수량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갑옷을 입고 무장한 병사 1만 명을 출동시키려면 무위라고 부르는 큰 전차 36대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용맹하고 무술에 뛰어난 병사가 강한 쇠뇌와 창을 가지고 양 날개처럼 옆에서 호위하는데, 전차 1대에 24명을 붙여서 밀고 나갑니다. 전차 바퀴의 직경은 8자이고, 수레 위에 깃발과 북을 세웁니다. 이 부대를 진해(震駭-벼락같이 놀라게 하는)라고 하는데, 적진지를 무너뜨리고 강한 적을 무찌르는 데에 씁니다. 다음에는 무익이라 부르는 큰 방패를 둘러치고, 창을 장착한 중전차 72대가 필요합니다. 여기에도 용맹하고 무술에 뛰어난 병사가 강한 쇠뇌와 창을 들고 옆을 지키며, 수레바퀴는 5자인데, 고패(쇠뇌의 연발장치)가 달려 스스로를 지킵니다. 이것 역시도 견고한 적진을 무너뜨리고 강한 적을 무찌릅니다.”다음에는 재익, 대황, 충거 등 그 쓰임을 아주 상세히 장비와 무기의 쓰임을 설명하고 나서,
“무장한 병사 1만 명 가운데 강한 쇠뇌를 갖고 있는 자가 6,000명이고, 큰 갈래 창과 방패를 든 자가 2,000명, 보통 외날 창과 작은 방패로 무장한 자가 2,000이 되도록 편성합니다. 그밖에 공격 무기나 장비를 고치고 닦으며 개인 무기를 예리하게 다듬는 기술자가 300명이 필요합니다. 이것들은 군대가 출동할 때 갖추어야 할 무기와 장비의 대략적인 숫자입니다.”듣는 대만 한 시진은 좋게 걸렸을 이것을 듣고나서 무왕은 감탄하며 말했다.“참으로 좋은 말입니다.”(武王曰 允哉)
무왕이 물었다.
“군대를 이끌고 적지에 깊숙이 들어갔다가 행군 도중 깊은 계곡이나 큰 협곡에서 험한 격류를 만나 건너게 되었습니다. 전군이 미처 다 건너가지 못하였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물이 불어나 후방 부대가 먼저 건너간 선봉 부대를 따라 건너가지 못하여 행렬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이때 배나 다리로 쓸 만한 것도 없고, 또 강물을 막을만한 풀더미조차 없습니다. 이럴 경우에 전군이 온전히 강을 건너고, 한 사람도 뒤처지는 자가 없이 행군을 계속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합니까?”참으로 묘한 질문이기도 하다.
태공망이 대답하였다.
“장수로서 수많은 병사를 이끌면서 그러한 뜻하지 않은 사태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미리 세워 놓지 않았고, 필요한 장비도 마련해 놓지 않았을 뿐 아니라 평소에 그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교육도 철저히 실행하지 않았고, 장교나 병사들도 익숙할 정도로 훈련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는 천하를 제패할 만한 왕자의 군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전군이 출동하는 큰일이 벌어졌을 때에는… ”기가 막힐 정도의 전술이 아닐 수 없다.
무왕은 적의 항복을 받았을 때 해야 할 일에 대하여 물었다. 태공망이 이렇게 답했다. 《육도》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 대답이다.
“항복을 받아 성안에 들어가서는 적이 쌓아 놓은 곡식을 불태우거나 적의 궁궐과 백성들의 집을 부수는 일이 없도록 하며, 또한 묘지 주변에 심어 놓은 나무나 사당의 숲을 베어내지 말아야 하고, 항복하는 자들을 죽이지 말며 사로잡은 자들을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적의 모든 사람들에게 아군의 어질고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두터운 은덕을 베풀며 적국의 백성들에게 ‘모든 잘못은 너희 군주나 장수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지 나머지 모든 이는 아무 죄가 없다’고 선포합니다. 이와 같이 하면 천하는 싸우는 일 없이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따르게 됩니다.”(罪在一人 如此則天下和服) 이 말을 들은 무왕이 매우 기뻐하며 칭찬했다.
【표도】
豹는 표범을 말한다. 虎와 다르다는 말인데, 용맹한 것은 같지만 몸을 숨기고 은밀하게 움직이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데서 약간 다르다. 산림지대나 늪지대에서 임기웅변으로 싸우는 방법, 적지에 깊이 들어가 불리한 처지에 빠졌을 때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돌격전은 전쟁에서 빠질 수 없는 형태의 전투 방법이다.
“이와 같이 뜻하지 않게 침입해 오는 적을 돌격 부대라고 합니다. 이런 적은 빼앗은 가축을 제대로 먹이지 못하며, 병사들의 식량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여 오로지 앞으로 진격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이때에 아군은 멀리 떨어져 있는 별동 부대에게 정예병을 뽑아 재빨리 적의 뒤쪽을 습격하게 하고 결전 날짜를 정하여 각 부대에게 어둠을 틈타 지시된 집결 장소로 모이게 합니다. 부대가 모이면 전군이 떨쳐 일어나 재빠르게 적의 앞뒤에서 맹공을 펼칩니다. 이렇게 하면 적의 병력이 아무리 많더라도 쳐부수고 적장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왕이 다시 물었다.
“만일 적이 군대를 서너 개의 부대로 나뉘어 한편으로는 침입하여 우리 영토를 빼앗기도 하고, 다른 한편은 점령지역에 머물며 우리 땅의 소나 말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적은 주력 부대가 모두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일부의 병력만으로 아군의 성 밑까지 치달려 옴으로써 아군 병사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적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엿보아 아직 적 주력 부대가 모두 도착하지 않았다면, 수비 태세를 굳히고 기다려야 합니다. 성에서 4리쯤 떨어진 곳에 보루를 쌓고 징과 북, 깃발 따위를 줄지어 세워둡니다. 그리고 별동 부대를 매복시킨 다음, 보루 위에는 강력한 쇠뇌를 많이 배치하고 1백 보마다 아군의 돌격 부대가 출격할 수 있도록 돌문(옹성 형태로 변한 것)을 하나씩 만들어 두며, 돌문 앞에는 적의 기병이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행마(목책)를 설치해 놓습니다. 또 아군의 전차 부대와 기병 부대는 진영 밖의 양옆에 배치하고 따로 정예 부대를 성밖에 매복시킵니다. 그런 다음 적이 공격해 오면… (중략) 이렇게 하면 아무리 날쌘 병사라고 하더라도 미처 달아나지 못하여 사로잡히고 말 것입니다. 이것을 돌격전이라고 합니다. 이 작전을 쓰면 적의 병력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적장은 반드시 패배하여 달아나게 됩니다.”
싸움에서는 장수만 계획을 완벽히 짜고 또 용맹하게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계획을 세우는 모사가 이렇듯 상세한 계획을 갖고 그것을 지휘관들에게 지시한다면 승리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왕이 다시 물었다.
“적진 깊숙이 들어가 바위산에 올랐는데, 산 위에는 바위만 몇 있을 뿐 병력을 숨길 숲이 없습니다. 이때 사방에서 적이 공격해 와 우리 군사는 두려움에 떨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것은 새가 나무 위 둥지에 깃든 형국이라서 적에 에워싸여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또 산 아래 골짜기에 진을 쳤다면, 감옥에 갇힌 형세가 되어 적이 공격할 경우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도 없습니다. 이럴 때는 오운진(烏雲陣)을 쳐야 합니다.
오운진은 산 위의 양지와 음지에 모두 부대를 배치하여 수비를 철저히 하는 진법입니다. 예를 들어 기동 부대가 산 남쪽에 진을 쳤으면 반드시 반대 방향인 북쪽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하고, 북쪽에 진을 쳤다면 남쪽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하며, 마찬가지로 산의 왼쪽이나 오른쪽 어느 곳에 진을 치더라도 그 반대 방향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적이 기어 올라올 수 있는 지역에는 밖에다 병력을 배치해 경계하여야 합니다. 사방으로 통하는 길과 여러 곳으로 뚫려 있는 골짜기의 좁은 길에는 전차를 배치하여 적의 침입을 미리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깃발을 높이 세우고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도록 하여 적이 아군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내지 못하게 하여야 합니다. 이것을 ‘산 위의 성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열이 가지런히 안정되고 병사들이 맡은 임무에 따라 부대의 대형을 잘 이루고 군법과 명령이 골고루 전달되면, 정규 전술과 기습 작전도 상황에 따라 마련합니다. 유리한 지형에 따라 부대를 배치하며 전차 부대와 기병 부대를 나눠서 오운진을 펼칩니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면 전군이 힘을 모아 격렬하게 반격을 가합니다. 이렇게 하면 적의 병력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쳐부술 수 있습니다. 오운진은 수레와 말의 기동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나는 새나 흐르는 구름처럼 재빨리 흩어지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이름 붙여진 것입니다”
【견도】
개가 호랑이나 표범만큼 용맹하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충성스럽고 사람에게 순화되어 사람을 따르고, 어려움을 피할 줄도 안다. 견도에서는 군대의 집결과 분산, 교육훈련 그리고 보병·기병·전차 부대의 특성에 따른 지휘 방법 등을 아울러 제시하고 있다. 무왕이 물었다.
“전차 부대와 날쌘 기병대 그리고 목숨을 걸고 적진에 뛰어들 돌격대와 정예 병사로 이루어진 선봉 부대를 확보해 두었다면, 딱 알맞은 기회를 틈타 곧바로 공격해야 할 텐데, 딱 알맞은 기회란 어느 때입니까?”
태공망이 대답했다.
“적을 공격하려면 적의 14가지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라도 변화가 발견되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바로 공격을 단행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적은 반드시 패배하게 됩니다.”
“14가지 변화가 무엇인지요?”
“적군이 이제 막 집결지에 모여서 미처 전투 대형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적 병사와 말이 굶주려 있는 상태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기상 조건이 적에게 불리한 상태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적이 주위의 지형에 밝지 못해 험난한 지형이나 늪지대 속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태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적이 허둥지둥 달려와서 숨이 차 헐떡거리고 있다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적이 경계를 게을리하며 마음을 놓고 있다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적 병사들이 몹시 피곤한 상황이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적 장수가 부하들과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적이 먼 거리를 행군해 와서 앞뒤 부대끼리 서로 도와줄 수 없는 상태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강을 건널 때 적의 선두 부대는 다 건너고 후방 부대는 건너지 못해서 서로 호응하지 못한 상태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적이 아무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빠서 아직 대오가 정돈되지 못한 상태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적이 험한 땅이나, 좁고 긴 골목을 통과하느라고 병사들의 힘이 부친 상태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적장이 제대로 군기를 잡지 못해 대오가 어지러운 상태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적 병사들이 공포에 떨며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면 공격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태공망은 기병과 전차 부대 운용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드넓은 평지일 때는 전차 1대가 보병 80명을 당해내고, 기병 1기가 보병 8명을 당해내며, 전차 1대는 기병 10기를 당해내며, 지형이 험할 때는 전차 1대가 보병 40명을 당해내고, 기병 1기가 보병 4명을 당해내며, 전차 1대는 기병 6기를 당해내므로, 전차 10대로 적 보병 1천 명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하고, 전차 100대로써는 적 보병 1만 명을 물리치며 기병 10기로 적 보병 100명을, 기병 100기로 적 보병 1,000명을 달아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무왕이 물었다.
“기병을 이용하여 싸우는 법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기병 전술에는 10가지 승리하는 전술과 9가지 패배하는 전술이 있습니다.”무왕이 상세히 말해 달라고 하자, 태공망이 말했다.
“적이 이제 막 도착하여 전열이 정돈되지 못하고 선봉과 후방의 연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에는 적 선두에 있는 기병 부대를 무찌르고 양옆을 쳐서 공격해야 합니다. 전열이 정돈되고 전투 대형이 굳건하며 병사들 또한 투지에 불타는 경우에는 아군의 기병이 좌우 양쪽에서 협공하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치달려 나갔다가 재빨리 빠져나오면서 질풍처럼 달리고, 우레처럼 사납게 움직여서 먼지가 하늘을 뒤덮어 대낮인데도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고, 기병 복장과 깃발을 자주 바꿔서 아군의 병력이 많은 것처럼 위장합니다. 이렇게 하면 적은 두려움에 빠져서 공격하기만 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
“보병부대가 적의 전투 부대나 기병 부대와 맞서 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보병이 전투 부대나 기병 부대와 싸우려면 반드시 언덕이나 험한 곳에 기대어 진지를 펼쳐야 합니다. 그리고 창 등 긴 병기를 사용하는 부대와 강력한 쇠뇌로 무장한 부대를 맨 앞에 배치하고 칼과 도끼 등 짧은 병기를 쓰는 부대와 단거리 저격용의 약한 쇠뇌로 무장한 부대를 뒤쪽에 배치하며 상황에 따라 교대로 출전시켰다가 한편, 쉬게도 해야 합니다. 이때 적이 대군으로 밀려오더라도 물러서지 말고 진지를 굳게 지키면서 재빠르게 적에게 타격을 입히며 정예 병사와 쇠뇌 부대의 일부를 아군의 뒤쪽에 배치하여 적이 뒤에서 습격하는 데에도 대비하여야 합니다.”
“만일 아군이 진지를 세울만한 언덕이나 험한 곳을 차지하지 못하였는데, 적의 대병력이 기세등등하게 공격해 옵니다. 그래서 아군의 양옆을 협공하고 앞뒤를 가로막아서 아군 병사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어서 전열이 흐트러지고 곧 패배하여 달아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경우에는 목책인 행마나 나무 마름쇠 등으로 적의 전진을 막는 장애물을 세우고 사람과 말로 전투 대형을 만들어 사방을 굳게 지키는 ‘사무충진’을 펼치게 합니다. 또 적의 전차 부대와 기병 부대가 습격해 오는 것이 멀리서 보이면 일제히 마름쇠를 뿌리고, 땅을 깊이 파서 5자 깊이와 폭을 가진 해자를 빙 둘러서 만들게 합니다. 이것은 목숨을 지키는 ‘대그릇’이라고 부릅니다. 병사들은 저마다 행마를 가지고 앞뒤로 다니게 하고 전차로 임시 보루를 삼아 밀고 나가기도 하고, 물러나게도 하면서 멈추어 세우면 곧바로 진지의 방벽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와 함께 재주가 뛰어난 정예 병사와 강력한 쇠뇌 부대를 아군의 왼쪽과 오른쪽에 비치하여 적이 공격해 올 경우에는 이동 보루의 병력과 본진의 부대가 힘을 모아 전군이 한결같이 기민하게 싸운다면 포위를 깰 수 있습니다.”
《삼략》
《삼략》은 위서라는 논란이 있는 《육도》와 달리, 진(秦)나라 말기에 황석공(黃石公)이라는 노인이 태공망 여상의 병법서를 한나라 개국공신 장량(?∼기원전 186)에게 전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략》의 저자‘하비신인(下邳神人)’이 바로 황석공으로 그는 하비(지금의 강소성 비현) 이상(圯上)에서 곧, 흙다리 위에서 장량에게 비책을 내려준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당나라 태종 이세민과 이정(李靖)의 토론을 엮은 병법서 〈이위공문대〉에서도 이정은 “장량이 배운 것은 태공의 《육도》와 《삼략》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사기》등에 근거한 것이라고 한다.
《삼략》은 〈상략〉〈중략〉〈하략〉으로 되어 있으며, 세 가지 계략 중에서 으뜸인 〈상략〉은 정치의 큰 도리, 군대 운영의 법칙 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이기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부드러움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언덕이며 딱딱함은 다른 사람을 해치는 재앙이다. 약한 사람은 사람들이 아끼고 도와주지만, 강한 사람은 미워하여 공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부드러움이 필요할 때에는 부드러움을 베풀고 딱딱함이 필요할 때에는 딱딱함을 시행하고, 약함이 필요할 때에 약함을 보여주고, 강함이 필요할 때 강함을 써야 한다. 장수는 딱딱함과 부드러움, 강함과 약함을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때와 상황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상략〉‘군참’(軍讖-군 운용의 비결)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대를 통솔하고 군대의 위세를 유지하는 일은 장수에게 달려 있고, 적을 깨부수고 승리를 쟁취하는 일은 병사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명령이 분명치 못한 장수는 군대를 제대로 이끌 수 없으며, 명령에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병사는 적을 토벌하게 할 수 없다. 명령이 분명치 못한 장수와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병사는 적의 성을 공격한다 하여도 함락시키지 못하고, 마을을 포위한다 하여도 섬멸시키지 못한다. 전투에서 성과를 얻지 못하면 결국 병사들만 지치게 된다. 병사들이 지치게 되면 장수는 외톨이가 되고 병사들은 거역하게 된다. 기강이 없고 무질서한 군대는 성을 지키더라도 굳게 지켜내지 못하고 적과 싸우게 되더라도 앞뒤 가릴 것 없이 꽁무니를 빼기만 한다.”
“장수가 교만하면 부하가 머리 숙여 따르지 않고, 안절부절 걱정이면 병사들이 자신감을 잃고 안팎의 부대가 서로 믿지 못하게 된다. 장수가 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 머뭇거리며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적이 떨쳐 일어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적을 공격하면 아군은 혼란에 빠지게 될 뿐이다. 장수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더없이 큰 책임을 맡은 자다. 장수가 뛰어나서 승리할 수 있다면 나라는 저절로 편안해진다.”
“군대를 일으키려는 나라는 반드시 먼저 백성들에게 두터운 은혜를 베푸는 데에 힘써야 한다. 적국을 공격하여 점령하려는 나라는 반드시 먼저 백성부터 돌보며 민심을 얻어야 한다. 적은 수의 병력으로 많은 수의 적을 이길수 있는 방법은 병사들에게 두터운 은혜를 베푸는 길뿐이다. 약한 군사력으로 강한 적을 이길수 있는 방법은 백성의 마음을 얻는 길뿐이다. 그러므로 타고난 장수는 병사를 자기 몸처럼 아끼며 돌본다. 전군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장수 한 사람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싸울 때마다 모두 이길 수 있다.”
〈중략〉에서는 전군을 지휘하는 장수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을 비롯하여 병사들의 개성과 심리, 은덕과 위엄을 통한 통솔요령을 제시하고, 적과 전쟁을 치를 때의 권모술수와 기습작전, 전쟁이 끝난 뒤의 전공자 포상과 복리까지 세세히 열거하고 있다. 또 이는 군주의 권위를 보장하고 신하의 세력을 제어하는 비장의 책략이라고도 했다.
옛날을 상고하여 ‘삼황 시대에는 천하 사람들이 누구의 공인지 알지 못하고 저절로 교화되어 아랫사람을 부릴 때 예우나 상을 내리지 않아도 되었으나, 후에 삼왕 시대로 이어져서는 백성을 다스리는 마음과 의지로 복종시켰으며 결국 제도를 만들었으나, 군주와 신하 사이에 터럭만큼도 의심은 없었다. 하지만 오패*시대는 인재를 통제할 때는 권모술수를 쓰고 인재를 묶어 둘 때는 신의를 내세웠고, 인재를 부릴 때에 두터운 상을 내걸었다. 신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인재들이 떠나갔고 상을 내리지 않으면 인재들이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①삼황 : 고대 군주로서 세 가지 견해로 나뉘는데, 소호,태고,유제,황제,전욱으로 이들은 부락이나 부락연맹체의 추장을 가리킨다. ②삼왕 : 하나라 우, 은나라 탕, 주나라 문왕과 무왕을 가리킨다. ③오패는 무력으로 천하를 제패한 군주들인 제환공, 진문공, 송양공, 진목공, 초장왕을 말한다. 양공·목공 대신에 오왕 합려와 월왕 구천을 꼽기도 한다.
‘군세’에 이런 말이 있다.
“장수는 사람을 부리면서 지혜롭건, 용맹스럽건, 탐욕스럽건, 우직하건 누구 하나 버리지 말고 자질에 따라 쓸모 있게 써야 한다. 지혜로운 자는 자기의 꾀를 써서 공 세우기를 좋아하고, 용맹스러운 자는 자기의 의지를 떨치며 목적을 이루길 좋아하며, 탐욕스러운 자는 재물을 추구하고, 우직한 자는 목숨을 돌보지 않고 싸운다. 저마다 사람의 성질과 자질에 따라 알맞게 활용하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군대의 미묘한 권모술수이다.”
《삼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성인은 하늘의 도리를 몸으로 따르고, 현인은 땅의 법칙을 본받으며 지지는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스승 삼아 배웠다. 《삼략》은 이들이 없어서 세상이 혼란한 때를 위하여 지은 글이다. 〈상략〉에는 예법과 상벌에 관한 내용을 싣고 간신과 영웅을 가려내고, 성공과 패배의 자취를 분명히 드러냈다. 〈중략〉에는 삼황과 오제, 삼왕과 오패의 도덕과 행동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해 권모술수로 임기응변하여 난세에 대응하는 방법을 밝혔다. 〈하략〉에는 도덕의 실행을 말하고 나라의 평안함과 위태로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현인을 해치는 재앙에 대하여 밝혔다. 군주가 〈상략〉을 깊이 이해하면 훌륭한 인물을 등용하여 적국을 무너뜨리고 적장을 사로잡을 수 있으며, 〈중략〉을 이해하면 나라가 흥망성쇠 하는 이치와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 원리를 확실하게 알게 된다. 한편, 신하가 〈중략〉을 깊이 이해하면 공로를 온전히 세우고 몸을 잘 지키게 된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하늘을 높이 나는 새가 모두 떨어지고 나면 좋은 활은 상자 속에 깊이 간직해 두게 되고, 적국이 멸망하고 나면 좋은 계략을 세우던 모신은 쓸모가 없게 된다.’모신이 쓸모 없다는 말은 모신을 죽여 없애는 것이 아니라 권위와 지휘권을 되돌려 받고 조정으로 불러들임을 말한다. 전쟁이 끝나 군대를 해산하고 장수를 조정으로 불러들일 때가 바로 나라의 보존과 멸망이 판가름 나는 위험한 순간이다. 장수에게 중앙의 높은 벼슬을 주되 권력은 주지 않아서 세력을 약화시키고 영지를 봉해주고 군대의 지휘권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패자가 신하를 통제하는 책략이다. 나라를 보존하고 영웅호걸을 잘 통제하는 것은 〈중략〉에서 말한 권세다. 군주는 이 권세를 은밀하게 운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략〉에서는 나라의 안위를 좌우하는 최고 규범으로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였다. 덕으로 인재를 등용하되, 등용된 인재는 도·덕·인·의·예로 백성을 화목하게 하여 단결을 유지하고, 이를 몸소 실천하여 백성이 기꺼이 따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군주는 확실히 권력을 손에 넣고 넓은 포용력으로 현명한 인재를 끌어안아 만백성에게 고르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면 정치의 혼란을 막고 부국강병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주는 현인을 구하려면 덕을 실천해야 하고 성인을 모시려면 도리를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도덕과 인의예는 공자, 맹자 시대에 강조된 것이 아니라 이미 주나라 태공망에 의해 강조된 덕목이다. 그래서 일찍이 공자는 주나라를 따를 것이라고 했던 것인가 보다. “도란 사람이 실행해야 하는 천지자연의 이치이며, 덕은 사람이 도를 따라 했을 때 얻어지는 덕목이며, 인은 사람의 마음에 언제나 간직하여야 할 사랑이며, 의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할 의리이며, 예는 사람이 몸소 실천해야 할 규범이다. 이 다석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 된다.”(道者入之所韜 德者入之所得 仁者入之所親 義者入之所宜 禮者入之所體 不可無一焉)
“전쟁이란 불길한 흉기다.(이 말은 『맹자』에도 나온다) 자연의 도리는 살려 주기를 좋아하고 다치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마지못해 전쟁을 일으킨다. 이는 자연의 도리를 따른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자연의 도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 있는 것과 같다. 물고기는 물속에 있으면 살고 물속에서 벗어나면 죽는다. 그러므로 성인과 군자는 언제나 조심하고 두려워하며 자연의 도리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한 사람을 제거하여 백 사람을 이롭게 하면 백성들이 그 은혜를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한 사람을 제거하여 만 사람을 이롭게 하면 정치가 어지러운 지경에 빠지지 않고 잘 다스려진다.” 제발 우리도 정치를 좀 잘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