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말 이후로 넉 달 만의 만남이었다. 오랫만이라 더 반가운 인사, 홍제역 앞 콩나물 국밥집에서 맛있게 이른 점심을 먹고 맨발걷기 진흙길 부근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셔틀버스 1년전부터 운행되고 있다는 걸 임원들이 미리 알아낸 걸 보면 모처럼의 걷기 스케줄을 알차게 만들어보리라는 임원진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겨우 황톳길 끝자락 부근까지 걸었으니 그리 많이 걷지도 않았지만 커피 한 잔...나누는 시간이 필요했다.
길을 재촉하여 메타세콰이어 숲길 시작되는 쉼터에서 모두들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었던 것일까? 박자에 맞춰 끝말 잇기.. 쿵 짝 쿵 짝... 얼른 떠오르는 낱말이 없어 잠시 머뭇대면 친구들은 하하호호 ..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웃으며 동심으로 돌아가도 좋았다. 아니 손주들이 보면 눈을 똥그랗게 뜨고 할머니들 맞아? 했을 지도 모른다. 나이 운운하고 싶지 않지만 점점 단출한 모임조차도 없어지는 터에 이렇게 동창들과의 정기적인 만남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아무리 꽃이 아름답다 해도 그 이름을 불러줄 때라야 비로소 하나의 의미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설마 우리가 꽃이겠는가만, ?? 얼굴 보며 그 이름을 불러주었던 것 같다. 꽃피는 봄 사월의 안산 자락길에는 봄의 전령, 개나리가 이미 만개하였고 수줍어 말 못하는 진달래는 부끄러 부끄러 바위틈에서도 자라는가. 너무 예쁘다. 산수유 비슷하지만 녹두색에 좀더 가까운 귀티 나는 작은 사발 모양의 꽃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란다는 <히어리>라는 이름의 나무를 처음 알았다.
내려오는 길에 들른 <홍제인공폭포>, 한 2년여만에 들른 안산 자락은 늘 푸근하고 좋았다.. 아니.. 홍제 인공폭포를 모를 리 없는데, 걷다보니 반대편에도 데칼코마니 인공폭포가 조성되어 있어 깜짝놀랐다. 아이고.. 멍청하긴... 맞은편에 커다란 거울을 갖다 놓은 줄도 모르고 어리둥절하다니..진심 인공폭포를 또 만든 줄 알았으니..
모두들 사진 속 피사체로 들어앉은 자신들을 보며 봄나들이 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여전히 이 순간들을 담아주고 있는 충희 덕분에 나도 몇 장 건졌다.
금세 시간이 지나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무렵, 헤어짐은 늘 아쉬워.. 회계인 영자에게 모두들 응석받이처럼 ‘커피 사 줘..’ 영자는 짱구를 굴려봤겠지.. 회비 잔액을 책임지려니 임원 자리가 쉽지 않다는 귀여운 표정.. 발달장애우들이 운영하는 커피집, 마침 다른 손님들은 없었기에 12명 친구들이 아예 전세를 냈다. 4월말 경 속초 여행에서 다시 만나자는 인사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