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다가서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거리가 있지요
서로에게 다가가서
모음(母音)은 모음(母音) 끼리
자음(子音)은 자음(子音) 끼리 어우러져
삶이라는 무대를 연출하지요
먹거리를 가진 자 먹거리를 나누고
일거리를 가진 자 일거리를 나누고
근심거리 가진 자 근심거리 나누면서
어우러져 부대끼며 살아가게 되지요
거리를 걸어가다 낯선 사람 만나면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며
필요한 거리를 나누게 되지요
다가서서 나누면서 함께 걷는 거리에는
우리들의 꿈이 녹아 있지요
우리들의 삶이 녹아 있지요
순수한 우리말 중에 ‘사람’과 ‘사람’을 자음은 자음끼리, 모음은 모음끼리 겹쳐놓으면 ‘삶’이라는 글자가 된다. 사람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삶’이라는 장(場)을 연출하는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사람이라는 뜻의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을 형상화한 사람 인(人)자, 사이 간(間)자는 두 개의 지게 호(戶)로 구성된 문 문(門)이라는 상형문자에 날 일(日)자가 결합되어 문틈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상징하고 있다. ‘틈, 사이’라는 뜻이 있지만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문 문(門)자를 ‘듣는다’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어둠이 아닌 빛 가운데서 소통하는 존재라는 관계론적인 성찰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일자리와 일거리는 전혀 다르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라는 말은 일할 수 있는 공간, 장소 등의 자리(좌석)를 만들어주겠다는 시혜적인 의미가 담긴 정치적 언어다. 그에 반해 일거리는 창조적 행위다. 일거리·먹거리 등 어떤 일의 대상이나 소재를 만들어내는 경제적 행위가 일거리 창출이다. 정치인이나 정부는 일자리의 나눔을 통하여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일거리가 없는 일자리 창출은 삶의 질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즉흥적이며 편의적인 위험한 발상이다. 일자리의 나눔에는 ‘교환’이라는 경제적 행위가 필요 없지만 일거리의 나눔은 ‘교환’이라는 행위를 통하여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사회적 부(富)를 창출하게 된다.
‘거리’라는 말에 담긴 또 다른 의미의 장(場, 저자거리·시장통)을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몫이다. 새로운 일거리,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줌으로써 자유롭게 일거리를 창출하는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이 창조경제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산지 금강일보 2014년1월23일 개제 블로그 주소 - http://blog.daum.net/zeroko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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