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가 거시기 해서/김문억
거시기가 거시기 할 때 종종
거시기를 앞세워서 맹서도 했지
거시기를 축하해서 금줄에 당당하게 꼬추는 달았지만
절간 추녀 끝에 달려있는 목어처럼 털레털레
고요한 집안에 종을 울렸지만
겅중겅중 뛰도록 팬티 한 장 얻어 입지를 못 하고
배탈 한 번 없이 벌거숭이로 뛰던 전성기 때도
가림 막 한 장 없이 쪽팔리게 거시기 했지만 말여
쥔 것은 없었지만 하늘은 꽤나 높았고
뻐꾸기 애간장 타게 울어싸던 보리누름 때도
강아지 풀 자라듯 사내놈으로 참 잘 컸지라
용맹스런 청년이 되어 빵빠레를 울리면서 장가를 가고
폭포 같은 호스로 꽃밭에 물을 대 주던
욕망으로 문을 여는 새벽은 힘찬 레이스였지!
꽃밭에 꽃이 피고 호박넝쿨 감아올리고
볕 좋은 밭머리에서 탱글탱글 여물던 복더위도 견디면서
늙은 호박 썰어 가면서 겨울나기를 하다가 보면
늙는 맛이 아무렇게나 거저는 아니었어
전립선 광고나 보며 배배 웃으면서
신음으로 퍼붓던 폭포를 추억하고
지금은 순디기가 되어 고개 숙인 거시기지만
그래도 그 놈이 늘 앞장서서 닫힌 문을 걷어차고
호박넝쿨이 말라비틀어진 겨울눈벌에 대고 방뇨를 해도
시원하다는 것 말고는 아무 부끄러운 것도 없고
채반에 썰어 말리는 가지나 뒤적이면서
부러울 것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이
세상만사를 다 정복하고 만만해지는 것을 보면
그 거시기라는 것이 참으로 거룩한 세월이었다고
입이나 쩍쩍 다시고 마는 것이여.
거시기가 거시기 해서 오늘도 참 거시기 하다고.
-2021년 7월 중복 앞에서 피서를 위한 한낮의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