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권오진 (아빠학교장, 재능발견연구소장/ <행복한 아빠학교> 등 출간)
스마트폰이 키우는 아이들
전국의 많은 아이들이 스마트폰 중독 증후군에 휩싸여있다. 만일 5세 유아가 떼를 쓴다면 엄마는 걱정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지금 스마트폰 줄까?” 라는 멘트를 날리면 아이의 떼는 사라진다. 가족이 외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는 나가기 싫다고 하고 부모는 억지로 자동차에 태운다. 아이는 징징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집에서 오랫동안 가보로 내려오는 칼)가 있다. “스마트폰 줄 테니 게임할래?” 라는 멘트에 아이의 뭉친 마음은 경칩, 우수에 대동강의 얼음이 녹듯이 사라진다. 그런데 이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돌쟁이 아이가 2~3시간 낮잠을 잔 후 깨어 울고 있다. 그런데 친절한(?) 엄마는 이를 불쌍히 여기며 스마트폰을 아이의 눈앞에 보여주며 말한다. ‘네가 좋아하는 동영상 틀어줄게.’ 그러자 아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울음을 그치고 스마트폰에 집중한다.
그동안 엄마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훈육이었다. 떼를 쓰고, 형제끼리 싸우고, 규칙을 어기고, 물건을 던지는 아이가 있다면 늘 올바른 훈육에 대하여 고민을 했다. 그러나 이제 훈육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바로 미다스의 손인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이다. 훈육에 관하여 어떠한 문제가 생겨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문제가 해결된다. 엄마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이 얼마나 쿨한 기계인가?
그러나 이미 돌때부터 스마트폰에 길이 들여진 아이들의 양육은 점점 고단해진다. 엄마가 유아에게 심부름을 시키려고 하면 “엄마, 그럼 나 스마트폰 한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 숙제를 하라고 하면 다시 그런 조건을 반복하여 제안한다. 이제 엄마의 스마트폰 훈육은 부메랑이 되어서 아이를 통제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놀이야말로 최고의 인성교육
유아의 조기 스마트폰 사용은 다양한 병리현상을 야기한다. 우선 시청시간이 많음으로써 시각과 청각 자극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 이로 인하여 감정조절과 자기 통제가 점점 어렵게 변하게 된다. 이는 사회성과 배려, 소통의 발달을 약화하는 원인이 되며, 상호작용의 부족으로 ADHD(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로 나타나기도 한다. 뇌과학자는 이를 ‘팝콘현상’이라고 말한다. 정상적인 뇌의 발달이 아니라 마치 팝콘과 같이 변형된 형태로 성장한다.
이제 부모가 변해야 한다. 내 아이는 부모가 지켜야 한다. 아이와 오프라인에서 놀이를 시작해야 한다. 사실, 놀이란 곧 최고의 인성교육이다. 놀이는 그 자체로 상호작용과 교감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통하여 상대방의 감정과 관계를 이해하면서 사회성과 배려와 같은 기본 인성이 발달한다. 또한 아이와 즐겁게 놀다보면 많이 웃게 된다. 그래서 놀이란 곧 행복이다.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를 알아보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 주도권은 아이에게
아빠가 아이와 놀기 시작하면 채 5분을 넘기지 못하고 곧잘 아이를 울린다. 아빠의 지나친 간섭과 주도권이 원인이다. 아이와의 놀이를 즐겁게 하는 요령이 있다. 바로 놀이의 주도권은 항상 아이에게 있어야 한다. 아빠는 그저 도우미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
야간 탐험놀이
밤에 하는 놀이다. 엄마가 아이의 물건 한 가지를 집안에 숨겨 놓는다. 그리고 실내의 등을 끈다. 그러면 아빠와 아이는 밖에 대기하다가 엄마가 숨겨놓았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집에 들어와서 손전등을 켜고 물건을 찾기 시작한다. 아이의 설렘은 극에 달한다. 아이가 3~5분 안에 찾을 정도의 난이도가 적당하다.
퇴근 숨바꼭질
아빠가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기 5분 전, 아이에게 전화를 한다. 그리고 곧 집에 도착하니 숨으라고 말한다. 아빠는 현관문을 열면서 ‘철수야, 영희야, 너희들 어디에 숨었니?’라고 큰 소리로 말한다. 그 말에 아이는 웃음보가 터진다. 아빠는 일부러 찾지 못하는 척을 한다. 아이의 애간장은 녹기 시작한다. 때론, 성격이 급한 아이는 자진 신고를 한다.
박스 속 물건찾기
박스에 지름 10센티의 구멍을 낸 후에 아이의 장난감과 인형을 여러 개 넣는다. 그리고 아빠가 ‘곰인형’이라고 물건의 이름을 부르면 아이는 손의 넣어서 오직 감각으로 인형을 찾는다. 아이가 물건을 찾으면 서로 양손바닥을 부딪히며 ‘성~~공’이라고 외친다. 아이가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신문지 찰흙놀이
신문지 10장을 미지근한 물에 넣는다. 10분이 지나면 신문지가 풀어진다. 그런 다음 밀가루 한 숟가락을 넣어서 섞은 후에 주물러주면 찰흙이 된다. 이것으로 동물 만들기, 버스, 기차, 비행기, 구름 등 원하는 사물을 만든다. 물감을 섞으면 칼라 찰흙이 된다.
이불터널 통과하기
이불을 거실 중앙에 펼친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이불 한 쪽을 잡는다. 그런 다음 아빠가 ‘통과’라고 외치면 아이도 통과를 외치면서 포복으로 이불 밑을 통과한다. 그러면 아빠는 ‘1번’ 이라고 카운트를 해준다.
종이컵으로 피라미드 쌓기
종이컵 100개를 준비한다. 아빠가 쌓기 시범을 보이면 아이가 따라하는 방식이다. 아빠가 3개로 2단을 쌓으면 아이도 따라한다. 6개로 3단, 10개로 4단을 쌓으면서 난이도가 저절로 올라간다. 아이가 쌓다가 쓰러져도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는다. 실패를 통하여 도전정신을 향상시키는 놀이다.
패트병 악기놀이
빈 패트병 4개와 곡물을 준비한 후, 병속에 각기 다른 곡물을 넣는다. 그리고 곡물이 들어간 패트병을 흔들면서 아이와 다양한 노래를 함께 부른다. 놀이 후에 패트병 악기가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흔들어 보며 아이의 의견을 들어본다.
식탁집 만들기
식탁으로 아이의 집을 만드는 놀이다. 먼저 식탁 위의 모든 물건을 치운다. 그리고 얇은 여름 이불 2장을 그 위에 +형태로 덥는다. 그러면 자동으로 아늑한 집이 된다. 그리고 손전등을 쥐어주면 그 속에서 책을 보거나 혹은 잠을 자기도 한다. 태아본능을 이용한 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