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시내버스 사모펀드의 먹튀 시도,
‘어떻게’가 아니라 ‘왜’에 주목해야
- 준공영제를 우회한 사모펀드 규제는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
지난 목요일 <파이낸셜뉴스> 단독기사로 현재 사모펀드인 차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시내버스 회사를 매각하려는 시도가 확인되었다. 기사에 따르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라는 회사에 시내버스를 매각하려고 했으나 서울시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시내버스의 사모펀드 진입에 대해 서울시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오히려 ‘산업구조의 선진화’라는 맥락에서 반기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이번에 적용된 ‘국내운용사’라는 기준과 ‘2년 이상 운용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은 사모펀드의 운용사 구조만 바꾸면 손쉽게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본다.
실제로 차파트너스는 서울시가 규정을 만든 2022년에는 동아운수, 도원교통, 신길교통, 한국brt 등 4개사를 인수했지만 이후에 선진운수와 성원여객을 다시 매입한 바 있다. 이는 사모펀드인 차파트너스가 서울시의 사모펀드 먹튀 규제를 알면서도 추진한 일이다. 즉, 사모펀드 측에선 이번 매각 시도를 서울시의 수용 범위를 살펴보는 테스트로 볼 여지가 있다.
우선 KKR이란 미국계 사모펀드는 이미 2014년에 OB맥주를 인수하고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5년 만에 400%의 수익에 달하는 40억달러 이익을 보았다. 이후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인 TY홀딩스 회사채를 4,000억 원 인수하고 연이율 13%에 달하는 수준으로 수익을 확보했다. 이후 태영건설이 부도 위기에 빠지자 그룹이 가진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본 이탈을 진행한 바 있다. 이처럼 이미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매입과 매각을 반복하면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걷어온 회사로 운수사업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차파트너스 입장에서야 자본력이 있는 거대 사모펀드에 일시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내버스 개별로 매각하거나 혹은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소유 구조를 복합화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버스산업의 정상화라는 맥락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은 서울시의 사모펀드 규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니라, 서울시의 규제가 사모펀드의 입장에선 ‘맞춰야 하는 진입 기준’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어떻게 하면 사모펀드가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인가가 핵심이 아니라 어떻게 사모펀드가 들어오는 구조를 애당초 방지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고민이라고 주장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버스 운영에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이 때문에 매년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실제로 작년에 버스요금이 인상되었지만 버스에 지원하는 재정규모는 크게 줄어들고 있지 않다. 요금 인상 수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에 맞춰 지출도 커지기 때문인데, 이번 서울시의 추가경정 예산에는 급기야 700억 원 가량이 버스 추가보조금으로 증액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현행 버스준공영제 자체가 사업자의 노선권을 바탕으로 하는 ‘지대추구 사업’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노선별 적자를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적자를 지원해주다 보니 금융비용 등 사용자 부담이 전혀 없는 사업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윤까지 정율로 보장해주니 이보다 더 안정적인 사업구조는 존재하기 힘들다. 문제는 이런 재원이 모두 서울시민들의 교통요금과 세금을 통해서 마련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서울시는 시민들의 요금과 세금이라는 재원이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여전히 ‘개혁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준공영제가 놓여있다.
후속 기사에 따르면 여전히 차파트너스는 KKR측과 매각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기준이라는 것은 약간의 투자구조 변경을 통해서도 맞출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매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차파트너스 내부의 갈등을 부각해 다루고 있는데 서울시민들의 발인 시내버스 문제는 일개 사모펀드 내부 이해당사자들의 싸움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지금이라도 서울시가 버스준공영제라는 제도의 환상을 접어두고 다시 원점에서 현행 버스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구조로는 지속가능성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공공성조차 갖추기 어렵다. 차파트너스가 본격으로 서울시 시내버스를 매입한 것이 2019년이고 이제 5년이 되었을 뿐이다. 이미 차파트너스 투자제안서엔 5년에서 7년 사이로 매각 시점을 밝혀 둔 바 있다. 즉 앞으로 사모펀드는 나갈 일만 남았다. 서울시는 어설픈 빗장 하나 채워놓고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행정의 무능력은 악덕의 공모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끝]
2024년 6월 25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