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중순 강원도 삼척군 미로면에 있는 濬慶陵(준경릉)를 다녀왔다.
이곳은 우리나라 고유의 소나무인 金剛松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몇 해 전 방화로 소실된 崇禮門 복원에 20여 그루의 소나무를 공급한 곳으로도 알려진 곳이라서
그동안 여러번 방문하고자 벼르던 곳이었는데 마침 이번 기회에 솔바람모임의 순례길에 동행하게 되었다.
나는 이곳 준경릉 초입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충북 보은에 있는 正二品松과 婚禮를 올렸다는 美人松과의 만남이었다.
1. 준경묘 (濬慶墓)와 금강송(金剛松)
강원도 삼척시에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李陽茂장군의 墓 즉 준경묘가 있다.
이양무장군은 원래 전라도 전주에서 살았었는데
그곳 관찰사가 아끼는 기생과 통정한 일이 발각되어 관찰사를 피하여 170여호의 家率들과 함께
강원도 삼척으로 피신하여 살다가 별세하여 안장된 곳이 바로 준경묘 라 한다.
준경묘는 3,960,000㎥ (약 120만평 : 여의도 면적은 89만평)의 넓은 산록에
금강송 14만여 그루가 생장하고 있으며 가슴높이 직경이 60㎝ 넘는 것도 1,000여그루나 된다고 한다.
이곳의 수목관리는 일반적으로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나무와는 별도로
조선왕릉관리소에서 하고 있다고 하며
지난번 방화로 소실된 숭례문 복원에도 준경묘에서 벌목한 금강송을 일부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금강송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나무로서
줄기가 곧고 높게 자라며 나무줄기가 붉은 색을 띄고 있어서 일명 赤松이라고도 통칭하고 있다.
준경릉 주변의 금강송
2. 정이품송(正二品松) : 천연기념물 103호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 법주사를 가는 길가에 수령(樹齡) 600~800년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체가 높은 벼슬을 하사 받은 유명한 소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조선왕조 7대 임금인 세조가 지병인 피부병 치료차 온양온천과 청원을 거쳐 법주사로
행차하고 있는데 이 나무의 늘어진 가지에 임금이 타고 가는 가마(輦)가 걸리게 될 처지가 되었다.
이 때 임금이 "연 걸린다" 하고 웨치자 나무가지가 스르르 위로 치켜 올라가
임금님의 행차가 무난히 지나가게 되었는바 이에 감동한 세조임금이
지금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正二品의 벼슬을 하사하였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으며
세상의 나무 중에서 가장 지체가 높은 나무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 그러나 조선왕조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간의 임금에 관한 사소한 일까지
세세히 기록 되어 있는 조선왕조실록 1,893권 888책 어디에도
정이품송에 관한 기록은 찾아 볼 수가 없으며
이는 이 나무를 신성시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서 지금까지
구전되어 오는 전설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다만 왕조실록 세조 10년 2월 27일 편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한다.
"왕의 거가가 보은면 동평을 지나서 저녁에 병풍송에 머물렀다.
중(僧) 신매가 와서 뵙고 떡 150동이를 바쳤는데 호종하는 군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하는 기록만이 있을뿐이다.
정 이 품 송 (천연기념물 103호)
3. 중경묘의 美人松
삼척군 준경묘 입구에 있는 이 소나무는
전국에 있는 소나무 중에서 가장 형질이 우수하고 아름다운 나무로 선정되어
천연기념물 103호인 정이품송과 최초로 혼인을 한 기록을 가진 나무이다.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이품소나무의 혈통보존을 위하여
전국에 있는 소나무를 대상으로 10여년간의 연구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이 나무가 선정한 것이라고 한다.
정이품송과 미인송의 혼례 이야기를 새긴 현판
준경묘 미인송 (가운데 사람들이 서서 보고 있는 나무)
♣ 樹高가 너무 높아서 휴대폰으로 전체를 촬영하지 못했음 (32m : 12층 아파트 높이)
진짜로 멋 있어 보인다 ~ 樹皮가 마치 물고기 비늘 같다
- 보통 소나무는 거북이의 등 모양이다 -
.
♣ 정이품과의 受粉으로 생산된 후계목 (10그루)
................국립산림과학원 유전자사업부 주관 (주책임관 한상업박사)
1) "88 올림픽공원.
2) 광주 5.18국립묘지.
3) 화천 평화의종 공원
4) 진주 경남산림환경연구원.
5) 충주 국립산림환경연구센터
6) 여의도 국회의사당
7) 서울 남산공원 (아래 사진 참조)
8) 제주 한림공원
9) 강원 산림개발연구원
10) 청주 독립기념관
● 산림청에서는 이상 10곳에 후계목을 식재한 후부터
충북도민들의 요청에 의해 후계목사업을 종료하였다 함
남산 식물원 팔도소나무단지에 식재한 후계목 (정이품과 준경묘 미인송간의 후계목)
- 강원도소나무와 충청북도소나무 단지 중간에 위치 : 2010년 식목일에 오세훈서울특별시장과 정광수산림청장 기념식수 -
4. 정부인송(貞夫人松) : 천연기념물 352호
※ 貞夫人 : [역사] 조선 시대, 정이품과 종이품의 종친(宗親) 및 문무관의 아내에게 주던 봉작.
충북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에 있는 소나무로 수령 600 `800년으로 추정되며
같은 보은군내에 있는 정이품 소나무와는 7km 떨어진 거리에 있어서 차로 10여분이면 갈 수 있다.
정이품송은 줄기가 곧게 쭉 뻗게 자라 남성의 기상을 느끼게하는 반면
정부인송은 지상 70cm되는 곳에서 아랫 부분이 두갈래로 벌어져 있고 옆으로 퍼진 가지들이
한복을 입은 여성을 연상케 한다고하여 貞夫人松이라 부르기도한다.
그러나 2001년 봄 어느날 정이품송의 후계목(後繼木)을 얻기 위하여
삼척 준경묘의 미인송과 전통혼례를 치루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지역주민들은
가까이에 정부인송이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왜 하필 멀리 강원도 삼척까지 가서
후계목을 얻고자 하느냐하며 흥분하고 항의 하는 일이 벌어졌다.(당시 지역신문)
이에 자극을 받아 준경릉 미인송에서 후계목을 얻고자 했던 산림청 주관사업은
2001년 단 한차례로 종료하고 말았으며 여기서 생산한 10그루의 후계목을 전국적으로 나누어
식재하는 것을 끝으로 산림청 주관 정이품송후계목 생산사업은 충청북도산림환경연구소로
이관하였으며 2002년부터는 정이품송과 정부인송을 夫婦木으로 하는 후계목 육성사업만을
충청북도산림환경연구소 주관으로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한 후계목으로 2014년 식목일에는 청와대에 기념식수를 하였으며
2015년 봄에는국립과천과학관 등에 식수한바 있으며
충북산림환경연구소 圃地에 400여 그루의 후계목을 育林 保有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일부 일반분양을 한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蛇足 한마디 ??)
한편 이왕 전통혼례 의식까지 치루면서 정이품송의 후계목을 생산하겠다는 그 사실을
우리나라의 전통가례에 준하여 해석해 본다면
아무리 지역의 여론이 있었다지만 나이가 한참 어리고 어린 美人松(당시 95세 추정)은
本婦人이 되었으나 1년만에 시집식구들의 성화로 소박을 맞은 모양새가 되었으며
나이 많은 貞夫人松은 600여년을 오매불망 짝사랑해온 이웃집 남정네에게 再娶(재취)로 들어가서 안방 마님이 되는 해프닝을 상상하여 보니 재미 있으면서도 좀 씁스름함이 남는다. ㅎㅎㅎㅎ
정 부 인 송 (貞夫人松 :천연기념물 352호)
♣정이품소나무와 교접으로 생산된 후계목 식재지 : 충청북도산림환경연구소 (책임관 : 한주환)
1) 청와대 (옛 청와대 본관자리였던 수궁터 : 2014년 식목일 식수)
2) 정부 대전청사
3) 국립 과천과학관 (2015. 4. 8 식수)
4) 광릉 세조대왕릉 (정이품 벼슬을 하사한 임금?)
● 그외 400여 그루의 후계목을 충북산림환경연구소 포지에서 관리하고 있다함.
● 국립과천과학관 생태공원에 있는 소나무의 정이품송후계목 진위여부를 가리고자
시행한 DNA검사 결과 친자로 확인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
2015년 국립과천과학관에 식재한 소나무 (정이품송과 정부인송과의 후계목)
- 후계목 뒤로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나로호 모형이 보인다 -
(글을 맺으며) 정이품송의 후계목 육성사업에 대한 소감
일찌기 소나무학계의 최고 권위자인 전영우 교수의 저서 “한국의명품소나무” 에서
정이품송의 혼례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무가 혼례를 치루었다는 사실에
특이한 일도 있구나 하며 관심을 가진적이 있었는데
막상 실물을 직접 접하고 보니 나는 야릇한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정이품송이 늙고 병들어 소멸될 것을 염려하여
그 後繼木을 양성하여 보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있으나
어떻게 사람도 아닌 나무와 나무를 전통 의례에 준하여 혼례를 치러 줄 생각을 하였으며
그런 특이한 일로 말미암아 삭막한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즈음 같은 세상에
인간들의 삶을 풍성하게 할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넉넉하고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는 숲과 나무에도 문화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도입하는 경지까지 의식이 발전한 것을 보면서
역시 생활정도가 향상되면 우리의 삶도 질적으로 향상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 일 반 상 식 -
소나무 의 꽃가루받이(受粉) 과정
소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같은 나무에서 펴서 암수의 구별이 없다.
봄이 되면 소나무의 줄기 끝에서 새순이 돋아 나는데
먼저 새순의 줄기부분에서 수꽃이 피며 황색가루(松花)가 성숙하면 바람에 날려
다른 나무의 암꽃과 가루받이(受粉)을 하는 風媒花이며
수꽃이 성숙하면 그 줄기에서 솔잎이 새로 돋아난다.
한편 수꽃가루받이가 끝난 후에 새 순 줄기 끝부분에서 자주색의 암꽃봉우리가 피며
이 때 다른 나무에서 날아 온 수꽃과 受粉과정을 마치면
그 자리에서 아주 작은 솔방울이 맺히게 되며
이듬해 가을에는 성숙한 솔방울이 되어 솔씨를 다시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이 피는 시기가 서로 달라서
동종교배를 하지 않는 우성학적인 나무인 것이다.
♠맨 꼭대기의 자주색이 암꽃,
♠길게 뻗은 줄기가 수꽃이 피었던 부분
♠맨 아랫부분의 솔방울은 작년에 맺힌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