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공포의 의문사
암캐가 빙빙 돌며 불안한 증세를 보이자 루카스는 불안함이 밀려와 또 기형을 낳으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여자들이 보기엔 너무 흉측할까봐 출산 장소를 동굴 목공소로 옮기고 출입 금지를 시켰다.
특별히 요하나가 지난번에 암캐의 출산공포 때문에 암캐를 키우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결혼 후에라도
출산공포증후군 이라도 생기면 안 될 것 같아 금지를 시킨 것이다.
그것은 제2의 숲정이 마을을 만드는데 중요한 출산율 저하였다.
루카스와 오스카는 무사히 태어나길 바라며 함께 간이침대 텐트 안에서 지켜보았다.
“암캐가 너무 고통스러운가 봐 너무 힘들어 보이네?”
“형님, 전에도 그랬어요. 하지만 너무 걱정 마세요 이번엔 영양부족으로 기형 견은 낳지 않을 겁니다.
둘 다 유난히 덩치가 크고 튼튼해 보였잖아요.”
“맞아, 어려서부터 늑대처럼 밖으로 돌고 잡식성이라 먹이도 충분하게 먹었을 테니까.”
암케는 고통의 반복 뿐 낳을 기미가 없자 오스카는 집으로 돌아갔다.
루카스는 누어 있다가 깊은 잠에 빠지고 이른 새벽에 번쩍 눈이 뜨여 개집을 살펴보았다.
꼬물꼬물....하나둘 살펴보던 루카스는 깜짝 놀랐다. 이번엔 5마리 낳았는데 3마리는 죽어 있고
죽은 개는 전보다 기형이 더 심했다.
기형의 의문사의 공포.
죽은 원인을 모르니 덩치가 큰 개라서 더 많이 먹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또 영양실조라고 생각했다.
자신들의 건강 상태를 보아도 이곳 형편에 맞게 살다보니 전보다 소식을 했다.
채식주의자의 삶이라 아무리 먹을 것이 없어도 들나물 채소나 열매나 나무 이파리들이 있어 굶지는
않으나 영양공급 부족으로 인하여 마른 체형으로 변해온 것을 보고 기형의 이유가 영양부실이라고
정리를 했다.
여전히 새끼 암수 두 마리는 전처럼 건강하고 힘도 좋아 보였다.
또다시 수캐는 요하나가 키우고 암캐는 벤이 키우며 개 이름도 편리상 암캐 수캐로 부르자고 했다.
지었던 집과 교회는 방한을 위해 보수를 거쳐 더욱 온기가 가득한 따뜻한 행복이었다.
루카스 오스카 형제 가족은 사랑으로 가득하여 신이 창조한 뜻대로 둘이 연합하여 한 몸이 되는
축복의 가정이었다. 이제 벤과 요하나만 둘이 연합하여 하나가 되는 짝을 찾는 것만 남았는데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착민이 없어 제2의 숲정이를 만들어 가는데 풀지 못한 숙제였다.
내일은 추위가 오기 전에 겨울대비 식량 연어를 잡아 오기로 했다.
이자벨라와 특별이 마른 체형의 요하나의 건강을 위해서였다. 남자들은 계획을 세웠다.
“형님, 내일은 주상절리 옛길을 산책만 다닐 것이 아니라 조금 멀리 강에 가서 연어가 있는지 확인 차
가볼까요?”
“그래 그곳길이 더 안전하고 생각보다 강이 가까이 있다면 앞으로 그곳으로 다니자고.”
“아버지 우리가 여기서 정착 하려면 지경을 넓혀야지요. 저도 찬성입니다.”
“저도요.”
요하나도 찬성을 하자 아내들도 찬성을 했지만 초행길이니 안전에 신경을 쓰라고 당부했다.
날씨는 지난해 보다 겨울이 일찍 찾아온 듯싶었다. 하지만 아직 큰 추위와 눈도 내리지 않았다.
구름사이로 아침 해를 보며 길을 나섰다.
넉 달 쯤 지난 개들이었지만 이번 개들은 덩치가 마치1년을 자란 개들처럼 건강하고 크기도 가히
위협적이라 곰이나 늑대를 만난다 해도 덩치로 한 몫 할 정도였다. 아직은 사냥에 서투른 개들과 함께
총과 활을 들고 오늘은 낚시대신 활로 연어를 잡아오기로 했다.
개들은 전부터 뛰어 다니며 놀던 길이라 익숙한 듯 앞서갔다. 산길은 덩치가 큰 개들이 길을 내어두었는지
풀들이 쓰러져 있었다. 셋은 그 뒤를 따르고 숲정이 마을 사람에게 들었던 실뱀처럼 흐르는 강을 거꾸로
찾아가고 있었다. 길은 험하지는 않고 1시간이 조금 넘자 멀리 강줄기가 보였다. 벤이 환호를 했다.
“와~ 강이다. 이 길이 주상절리에 집을 짓던 사람들이 다녔던 길 같아요.”
“내 생각도 그래. 오다보니 가끔 톱으로 자른 나무가 쓰러져있는 것이 보였다.”
“길을 내려고 자른 것 같아요. 개썰매도 다녔을까요?”
“썰매도 다닐만한 길이구나. 하하하.”
세 사람은 강에 도착하여 연어를 찾아보았다. 거꾸로 흐르는 물살을 따라 연어가 힘차게 오르고 있었다.
이곳이 훨씬 좋은 연어 사냥터로 보였다. 루카스와 오스카는 활로 연어 사냥을 시작했다.
화살이 연어를 관통해서 펄떡이면 개들이 뛰어들어 물고 나와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하며 모두 10마리를
잡았다. 실눈이 내렸다. 잠시 후에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총을 든 벤이 주변을 경계하다가 아무래도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배낭에 연어를 나누어 담고 사라진 개들을
찾아보았다. 멀리서 개들이 강을 따라가다 숲속으로 사라졌다. 벤이 걱정이 되어 개들을 불렀다.
“암 캐~ 수캐 돌아와라~”
루카스와 오스카는 굵어진 눈발을 보았지만 언제 들어도 재미있는 개 이름에 웃음부터 나왔다.
그때였다. 숲속으로 사라졌던 개의 짓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예삿소리가 아니었다.
이렇게 계속 짓는다는 것은 다른 짐승을 만났거나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소리였다.
깜짝 놀란 벤은 개가 짖는 곳으로 향하고 오스카와 루카스도 활을 들고 따랐다.
“벤 무슨 일이야.”
“모르겠어요. 빨리 오세요.”
눈이 제법 쌓여가고 이윽고 개들이 짖는 곳으로 온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셋이 본 것은 눈에 덮인 개썰매위에 엎드러진 체 죽어 있는 두 사람이었다.
썰매 줄에 묶여 죽어있는 개도 4마리나 되었다. 루카스는 나뭇가지를 꺾어 조심스럽게 눈을 쓸어
사채를 확인했다. 벤도 썰매 뒤에 달린 작은 짐칸을 살펴보았다. 부패한 상태로 보나 개썰매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지난겨울에 난 사고로 보였다.
“이 사람들이 왜 여기서 죽어 있지 개들까지?”
“아버지 보자기에 술병과 통조림이 있어요. 집을 짓던 사람들인데 이걸 구해 오다가 변을 당한 것이
아닐까요?”
“내 생각도 그래.”
오스카는 시체의 옷을 살짝 들어 보았다.옷이 꼼작도 하지 않아 조금 세게 당겨 보자 시체가 부서지듯
폭삭 가라앉았다. 루카스와 오스카는 더 이상 살펴보기가 두려워 그만 두었다.
그때 갑자기 개들이 또 짖었다. 펄쩍펄쩍 뛰며 한 곳을 주시하고 있어 그 곳으로 달려갔다.
“아버지 여기도 시체가 있어요.”
“주여~”
시체를 살펴보니 옷이 찢겨 있고 손끝에 볼록한 눈을 발로 걷어보니 권총이었다. 소비에트 제품 권총이었다.
도무지 무슨 사건으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눈발이 굵어지고 이대로 있다가는 눈길도 어렵고
공포가 밀려와 루카스가 빨리 돌아가자고 했다.
급히 썰매로 돌아와 두 개의 보자기를 풀어 보았다. 위스키. 통조림 몇 개. 비스켓. 초콜릿. 수첩. 칼.
쌍안경이 들어 있었다. 보자기 아래는 도끼와 자일이 보였다. 눈발이 점점 굵어지고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에 수첩을 살펴볼 생각도 없었다.
시체는 날이 풀리면 묻어 주리라 마음먹고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그들이 남긴 것들을 배낭에 담고
집으로 향했다. 다행이 눈이 그쳤다.
오스카가 물었다.
“가족들이 이걸 어디서 가져 왔느냐고 물어볼 텐데 말해주면 두려워하겠지요?”
“그래도 말해야지 비밀로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루카스는 집으로 돌아와 물품을 가족에게 확인시켰다. 놀라는 가족들. 의혹만 가득한 물품들은
혹시 행방불명이 된 사실을 알고 찾아올지도 모른다며 동굴에 넣어 두고 가족회의를 열었다.
사망원인을 모르니 추측이 난무했다. 썰매를 탄 걸로 보아 겨울이다. 썰매 안에 죽어 있는 남녀는 총을 든
남자에게 죽었다. 총 든 남자는 옷이 갈기갈기 찢겨진 채 죽었으니 곰이나 늑대무리의 습격을 받아 죽었다.
아니다 두 사람을 죽이고 자살했다. 만약에 그런 것이 아니라면.....
서로가 말은 안했지만 주상절리가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짐승의 습격보다 사람이 찾아온다는 것이 더 두려웠다.
여자들은 그날 이후로 날이 풀릴 때까지 옛길 그 강은 가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할 수없이 그 겨울은
근처호수에서 오리를 잡아 대용식을 했다. 하지만 개들은 한번 다녀왔다고 익숙한 그길로 향하고
가족들이 불러도 잘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 견처럼 강에 가서 물고기 잡아 먹고 물가의 새를 잡아먹는
잡식성으로 배를 채우는 일이 많아졌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리고 남자들은 부패한 사체를 숲에 묻어주고 나무 십자가를 만들어 털모자를
십자가위에 묶어주었다. 폴란드를 떠나 온지 6년이 되어가고 그사이에 벤과 요하나는 나이가 들어
26세가 되었다. 꽃들이 피기 시작했지만 둘은 성년이 품을 수 있는 사랑은 멀찍이 있었다.
가족들은 둘의 결혼을 2년 뒤로 미루며 생각해 보기로 했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다보니 결혼을 하라는 말조차
꺼내기가 어려웠다. 활동량이 적은 겨울이 지나는 동안 요하나는 햇볕이 있을 때만 나와 벤과의 만남도 적었다.
집안에서 성경읽기에만 몰두하는 차분한 성격의 요하나. 결혼이란 말을 더욱 꺼내기도 어려운 요조숙녀였다.
그래서 부모들은 암묵적으로 스스로 두 사람이 결정할 때까지 지켜보는 것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
요하나는 어렸을 때는 활동량이 많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고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데 창백하고 쉽게
피로를 느껴 일찍 잠에 드는 건강이 문제였다. 하지만 어른들은 먹성이 좋지 않아 오직 영양 부실과 오지 않는
체르노빌을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요하나는 피곤함에
매일 늦잠을 잤다.
여름이 왔다.
주상절리와 부근의 지질과 암반을 살펴보고 연구를 하는 러시아. 독일.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교수이자
학자들이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3대의 차량으로 왔다. 그들은 주상절리에 근접하기 가장 가까운 옛길을 따라
들어오며 주차할 곳을 찾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수미’ 교수가 말했다.
“헤이든. 더 이상 접근이 어려우니 여기에 주차를 하고 주상절리까지 가는 길을 살펴봅시다.”
그들이 타고 온 차는 지프2대와 1.5톤 트럭이었다. 트럭은 1939년 베드포드 사에서 만든 차로 영국군이
사용하려고 강제 징집했던 신차였다. 하지만 영국군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독일 군에 포위되자
적에게 이롭게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주요 부분을 절단하거나 없애고 달아났다.
독일은 급히 수리를 해서 군 작전에 요긴하게 썼는데 전쟁이 끝나자 남아도는 차량들을 군에서 공을 세운
제대 군인에게 영웅 칭호와 함께 포상으로 주거나 민간인에게 팔았던 차인데 군의관으로 복무했던
헤이든의 차였다.
체격이 우람한 학자들은 강 길을 따라오면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느린 걸음으로 주상절리를 찾아오고
있었다. 곧 주상절리가 나타날 것이라는 흥분에 쌓였다. 그중에 가장 날렵한 폴란드 계 독일인 헤이든이
소비에트 ‘브랸스크’ 교수에게 말했다.
“와~ 브랸스크 교수님 드디어 여기를 찾아 왔네요. 하하하.”
“헤이든. 여긴 정말 창조자께서 말씀 한마디로 창조하신 신의 걸작 품이 있을 것입니다.”
“맞아요. 그런데 교수님의 제자 부교수부부도 있을까요? 사라진지 2년이 넘었지요?”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