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어제 날짜를 생각하다가
서울역에 나온 지 3년 6개월이 되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코로나 2기때인 2021년 1월달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에
1년 동안 생각만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는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충동에 사로잡혀
살다가(집이 무덤이요 방이 관처럼 생각할 정도) 고독사를 피해
서울역으로 도망쳐 나오게 되었습니다.
영적유익을 위해 경제적 가난을 자진해서 받아들여
오산리 기도원에서 3년
여의도에서 8년의 시간을 보낸 경험을 했기에
다시는 이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픈 마음이 없었는데
우울증이 저를 서울역으로 몰아냈습니다.
일단 서울역으로 피한 후
굶어죽을 생각(최후는 마포대교 중간 쉼터에서, 이전 여의도나기 할 때 자주 지냈던 곳)으로
시작한 날들이
서울시청도서관에서 우울증 관련 책들을 읽으며
(정신과 의사를 만자지 않은 채)1차 치유의 시간을 보냈고
이후 서울역대합실에서 아침 저녁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보냈고
3년 반이 지잔 지금은 나라와 민족과 세계를 위해 중보기도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습니다.
4년 반전 우울증에 걸리기 전
나름 경제적 가난을 영적훈련장으로 삼아 영적 연단의 시간을 보내며
하나님의 마음과 시각을 가진 영성(하나님의 마음과 눈으로 세상을 봄)을 갖게 되었는데
우울증에 이 모든 영성은 헛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울증은 지난 모든 시간을 투자한 영성은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무너졌고
집 바닥마저 파 헤어쳐져 더 이상 이 집터 위에 집을 지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울증 관련 책을 읽는 것으로 1차 치유의 시간을 갖고
2차로 우울증에 걸린 후 읽지 않았던 (핸드폰)성경을 다시 읽게 되었고
우울증에 걸린 상태에서 읽게 되는 성경은 이전에 읽고 필사하면서도
보지 못한 성경의 사각지대(특히 욥기에서 고난 당하는 욥을 면전에서는
위로도 칭찬도 않으시는 하나님의 모습에서)를 읽게 되었고 이를 본 성경게시판에 글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이런 제 영적인 모습에
4년 반전 우울증에 걸리기 전 보다 더 나아진 것으로 글을 적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서울역나기 3년 반이라는 시점과 연결해서 글을 적게 되었네요.
한편으로 죽어야 이 서울역을 벗어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절망적스럽기도 하고
얼마전 이찬수목사님 설교를 듣다가 제 현쟁의 영성이 성경속 인물 중
두 눈을 뽑혀 블레셋에 포로된 '삼손'의 영적인 모습임을 깨닫고 나서는 절망과 함께
희망(막연했던 제 영적인 모습의 실체를 봐서)을 갖게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은 '3'이라는 숫자에 영적인 의미를 두고 하루 하루를 보냈는데
이제는 4년차 5년차를 지내면서 시간의 의미는 둔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1년 반은 더 지나 만 5년을 채우고 나면 시간에 대한 의미는 두지 않고 지낼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 반복되는 하루 하루 1주일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