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와 영심..그들의 지독한 사랑이 지금 내게 남긴건..
통속적이라해도 어쩔 수 없는 눈물..
내일 아침이면 퉁퉁 부어있을 눈두덩이..
얼룩져있는 수건..
그리고..
자꾸 나 자신에게 던져오는 사랑이라는 단어..
삶에 찌들어..바쁜 일상에 찌들어..매말라버린 가슴으로..
앞을 향해 달려온 삶..
그런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영심이는 그 동그란 눈으로 물어옵니다..
행복하냐고..
나 또한 영심에게 묻습니다..
행복하냐고..
.
.
.......
...........
.......
.
.
모든 것에서 떠나 그의 마지막을 지켜줘서 행복하냐고..
.
.
.
.
나의 영심에 대한 질문은 부질없는 질문입니다..
그 질문의 답은 나에게 있으니까요..
12월의 열대야는 누가 누구를 택했고 불륜을 저질렀고 배신을 했고..
이런 기준으로
세상 속 잣대로 평가할 드라마가 아닙니다..
영심이가 지환이 곁을 떠났다해서..
영심이가 아이들 문제를 잊었다고 말했다고 해서..
정우가 영심이에게 병때문에 화를 냈다해서..
그런 줄거리때문에 더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
나는 나..
사람들은 사람들..
같은 물을 먹고 뱀은 독을 만들고..
소는 우유를 만듭니다..
열대야를 보고 불륜을 보는 사람들은 불륜을 볼 것이고..
열대야를 보고 다시한번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돌아볼 사람은 그렇게 할 겁니다..
깊어가는 겨울밤..
잠들어버린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정우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영심이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을 생각합니다..
건강하게 단란하게 이 가정을 지켜주는 모든것에 감사하면서..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둔 이밤에 끝나준 열대야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얼마나 절묘한 마침표이던지..
오늘 마지막회 열대야가 시작하기 전에..16회를 다시보기로 봤습니다..
어제 흥분해서 미처 적지 못했던 명대사 명장면들이 포진해 있더이다..
늦은감이 있지만..너무나 아쉬워서..잠깐 짚어봅니다..
네 짐작하셨죠? 깁니다..
저 오늘이 마지막회였고..
이것이 마지막으로 쓰는 내맘대로 쓴 시청소감인데..
할말 다하고 싶습니다..
이밤이 새도록..
그동안 게시판에서 여러분들과 나눈 많은 생각들..감정들..행복들..다 적고 싶습니다..
지금은 나와는 생각이 다른 분들의 글도 모두 이해되고 수용될 듯 합니다..
정우의 죽음과 그가 쓴 일기를 보면서..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이..
심한 욕 쓰는 분만 아니라면 다아..
다아 이해가 될 듯 합니다..
여건만 허락된다면 그 분들과도 즐거이 얼굴 붉히지 않으면서 열대야를 추억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하얀 눈과 함께 펼쳐진 열대야의 마지막이 나를 편안하고 후한 사람으로 만든 듯 싶습니다..슬프면서도 행복합니다..
16회에..시아버님..
정말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순재님으로부터 나오는 인생의 경륜이 배작가님의 명대사와 함께 가슴을 울리더이다..
아들의 반응에 안타까와하는 박원숙님의 연기 또한..미워할 수 없는..
그만큼 영심을 구박했음에도 이해할 수 있는 시어머님을 보여주셨습니다..
두분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연기가 아닌 연기..
그러함에 더더욱 열대야가 빛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정우가 병마로 고통스러워하는 장면..
김남진님..
정말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정우의 고통을..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쳐야하는 정우를 너무 너무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다시보기로 보면서..고통뒤에 힘겹게 앉아있는 모습이나..
돌아온 영심을 바라보면서 안도와 걱정을 함께 표현하는 눈빛이나..
어느새 변해버린 안색이나..흐트러진 머리결이나..
정우에게서 나오는 힘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나..
그 어느것 하나 정우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었습니다..
진정 박정우가 되어서 눈앞에 나타난 김남진님..
이사람이 내가 늘상 어색할까봐 걱정에 걱정해가며 연기를 지켜봐야했던 그사람인지..
새삼 다시바라봤습니다..
병원에서 마주보고 대화하는 두남자..
검사실에서 정우를 진찰하는 지환이나..지환에게 미소띄며 대답하는 정우나..
참 진실되어 보여서 좋았습니다..
손을 부벼가며 앉아있는 정우를 지환은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가갑니다..
두 남자의 앉아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두사람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환이나 정우나..둘 다 생각많고 묵묵한 사람들 입니다..
두사람 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 입니다..
그런 두사람을 바라보면서 즐겁더이다..
쉽게 세상에서 찾아낼 수 없는 남자들이기에..
드라마가 주는 매력..이런 거겠죠..
지환이가 영심을 기다린다는 소리에..
정우는 희미하게 먼저 웃어버립니다..
영심만을 생각하는 안도의 웃음..
그리고는 떠난다고 하네요..영심을 위해..
그런 정우에게 지환은 영심을 데려다 줍니다..
지환은 알고 있습니다..
정우라는 남자를..
그의 됨됨이를..
미워하고 분노해야 하건만..그가 얼마나 안타까운 사람인지 알기에 지환은 영심을 보냅니다..
오늘 마지막회의 첫장면..
자신의 판단으로 보낸 영심과 정우를 바라보는 지환의 눈에 맺힌 눈물이..
참 맘을 울립니다..
신성우님..
처음에 영심에게 너무 무심해서 미워라했는데..
어제 오늘 넘 멋져버리십니다..
지환이 왜 영심에게 갑자기 그토록 매달리는지 어느분은 설득력이 없다하지만..
전 그저 막연히..신성우님이 표현해주신 지환이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여행을 떠나는 영심은 정우에게 가벼워지기 내기를 합니다..
작가님의 마지막 서비스..
영심과 정우의 티격태격이 정말 눈물나도록 슬프면서도 잼납니다..
특히 영심이의 운전을 놓고 계속 잔소리해대던 정우..ㅋㅋㅋㅋ
(김남진님..슬픈역을 많이 하셨지만 그 장면 보면서 그 자연스런 대사를 들으면서
밝은 역활도 무난히 잘 해낼 거라는 생각이 들더이다..
담에는 우는 역활 말고 철없고 싸가지 없는 역을 강추합니다)
그런 정우를 흘겨보는 영심..
폐가에 처음 들어왔을때 정우는 말합니다..그러길래 누가 9시간이나 운전하래요?
영심은 투덜거립니다..으유~~밴댕이 소갈머리..ㅋㅋㅋ 이부분땜에 얼마나 웃었는지..
라면먹으면서도 두사람의 귀여운 티격태격에..
사실 한순간 이들이 한사람은 죽어가고..
한사람은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온 사람이라는 걸 잊을 뻔 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돌 던지실 분..
있겠지요..
그러나 그들은 사람들이 다들 지나다니는 시장 한가운데서..
흘낏거리는 이상한 시선속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안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영심이..대단한 여자지요..
미쳤다고 욕먹기 딱 좋은 장면인데..
왜 그런 영심이가 멋져보이는 걸까요?
나는 그렇게 못하니까?
상대가 워낙에 멋진 정우라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참 중간에 양념처럼 나와준 시모님과 시누이의 대화 고소했져?
거기에 한마디 하시던 시아버님..
누구덕에 그동안 품위유지했는지 알게 될거라고 하셨나요?
하여간..그 장면..네..꼬시더군요..
영심과 정우의 즐거운 한때..
그리고 뜬금없이 나타난 토끼..
에이~ 말도안돼..무슨 토끼가 달아나지도 않아?
이랬는데..
에필로그에서 뒷통수 확실히 맞았습니다..
제작진의 완승..
토끼를 안고오는 정우의 모습..아직도 생생합니다..
지환의 방문..
돌아가는 지환과 영심의 다리위 장면을 보면서..
성우님의 한뽀대를 다시한번 느꼈습니다..참 멋지십니다..왕뽀대..
사실..김남진님..아픈역활이라 16 17회 안색을 꺼멓고 머리는 제멋대로 뻗치고..
게다가 영심이에게 미운 소리해대고..
소리지르고..
울면서 잘못했다고 찾아다니고..
멋진 지환과 얼마나 비교되던지..
갑자기 나타난 팬의식덕분에..
아무리 아파도 창백하게 뽀얗게 아플 순 없는 건가라는 엄한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나인데..
정우의 죽음 장면..
그 부분을 보면서..
죽어있는 정우의 얼굴을 비추는 푸른빛의 음영을 보면서..
충격적인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이태곤감독님 영화계로 나가고 싶으신 건가요?
어찌 그리도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멋진 장면을 만드셨는지..
영심이가 정우에게 해주던 재미난 이야기에 웃었건만..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떨구던 정우의 죽음에 울기도 했건만..
한참의 시간이 흐른후 어둠속에 잠긴 폐가에서..
푸른음영으로 그려지던 망자의 얼굴음영에서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런 표현기법도 있구나..
저런 싸늘한 아름다움도 있구나..
짧은 한장면에 오랜시간이 걸리던데..
유난히도 추웠던 날씨에 맨발로 그 자세를 오래도록 해야했던 남진님께 박수를..
늘상 신선한 화면을 보여주시다가 충격적인 푸른잔상을 보여주신 카메라감독님께 환호를..
엄정화님..
그동안 워낙에 엄정화님이 잘해주셔서 사실 영심이 영심이라고만 불렀답니다..
쉽지않은 영심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려주시고..
나를 이토록 울게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울고나니 속이 후련한 느낌마저 듭니다..
남편에게 와서 사랑하는 남자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여자 영심이..
온 가족 평안한 삶 모두 버리고 곧 죽을 남자와 헤헤거리는 여자 영심이..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여자 영심이를 만들어내주신 거 꼭 기억하겠습니다..
정우의 에필로그의 모습들은 가슴이 너무 아프더이다..
그들의 사랑이..그들의 삶이..그들의 치열함이..그들의 안타까움이..
제작진께서는 멍하게 앉아있을 우리들을 위해 뮤직비디오를 선사해주셨더군요..
감사드립니다..
현악기의 가슴저린 선율속에서 다시 보이는 모습들..
떠나는 자의 애틋한 가사속에서 다시 보여준 그들의 사랑들..
감사히 잘 지켜봤습니다..
12월의 열대야는 제가 여지껏 보아온 드라마와는 다른 드라마로 남을 겁니다..
인터넷에서 사회에서 또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일어날 괴리감을 충분히 아시면서도
이러한 결말을 맺어준 배작가님과 이피디님께도 감사드립니다..
12월의 열대야를 보아오면서..
어줍잖은 글솜씨로 시청소감을 남겨왔습니다..
오늘 그 마지막 시청소감을 쓰면서..
2004년 겨울밤..
12월에 찾아온 열대야의 밤을 하얗게 샙니다..
.
.
.
.
.
그저..
이런 시간을 갖게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면서..
열대야를 보고나니 내 멋대로이던 이 인간이..
어느새 세상에 감사할 줄 아는 인간이 된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함께 제 시청소감을 읽어준 열대야팬분들께 감사합니다..
.
.
.
.
사랑합니다.......
................................
안
녕
히
~
첫댓글 지가요. 숙연하게 잘 읽다가 <아무리 아파도 창백하게 뽀얗게 아플 순 없는 건가라는 엄한 생각>에서 포복절도 했슴다. 손뼉까지 쳐가며...자 이제 공벌님 글도 읽었고 눈알 빵구나기 전에 나가야 겠어요. 눈시려 흑
최강 열대야 시청소감문... 열대야에 감동받고,, 공벌 소감문에 감동 받고,,, 올 크리스마스엔 너무나 따뜻한 사랑을 안고 지낼것 같은 느낌.. 공벌~~ 자기 시청소감이 있어 열대야가 더 빛났던거 알어? 너무너무 수고 많았고.. 멋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