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정부의 당사자성을 부정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부분적인 헌법불합치를 넘어 평등하고 정의로운 계획이 필요하다
역사적인 기후소송에서 헌법재판소는 어정쩡한 판결을 내렸다. 2050년까지의 탄소감축 목표에서 30년까지의 목표만 수립하고 이후의 감축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리면서 미래 세대에게 과중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정작 그 부담의 원인이 되는 2030년까지의 현재 계획에 대해서는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재의 행위가 미래에 나타날 결과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서 정작 그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평범한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다.
헌법재판소가 공개한 판결의 개요를 보건데,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계획 자체가 갖고 있는 목표의 한계나 수단의 부적절함에 대해 유보적인 판단을 내렸다. 이렇게 유보적인 판단을 내리게 된 가장 큰 맥락은 ‘정부의 능동적 대응’에 대한 기대로 보인다. 실제로 “어떤 특정한 추정 방식과 평가 요소들을 채택하여 그 결과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기여해야 할 우리나라의 몫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정하여 판단하기 어렵다”는 인식은 이미 IPCC 등 국제사회에서 노력해온 온실가스 배출량과 더불어 이에 대한 정책 수단에 대한 검증들이 과학적인 수단들과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검증되어 온 사실이라는 점을 간과한다. 또한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감축계획이 해당 부문의 업무를 관장하는 행정기관에 의해 작성되고 정책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들어 미달성 부문을 추가하는 규율이 법률에 명시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삼지 않다. 이를 종합해보면 헌법재판소는 온실가스 감축과정을 정부의 행정행위로 국한하여 살핀 것이고 정부의 정책 재량의 범위로 해석한 것이다. 그동안 공공교통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의 미온적인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대해 비판을 해온 구체적인 맥락을 무시한 판단이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로 판단한 부분은 모두 법률제정 상의 한계에 대한 것이고 이런 입법권은 국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즉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정부를 향한 것에 대해서는 기각을 국회를 향한 것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판결문에서 인용한 과소보호금지원칙이나 법률유보원칙은 모두 국회가 입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다. 실제로 국회는 법률을 만들 때 법 개정의 어려움(사실은 귀찮음에 가깝지만)을 이유로 법률의 주요한 내용과 해석을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관행이 있어왔다. 이는 입법자인 국회가 스스로의 권한을 행정부에 넘기는 것인데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별로 없었다. 모든 국민은 평등하기 때문에 세대를 달리하여 다른 부담을 지도록 할 수 없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과소보호금지원칙) 그리고 행정행위는 명확한 법적근거를 통해서 수행되어야 함에도 이를 법률에 명시하지 않아 행정의 자의성을 방치한 것(법률유보원칙)은 모두 국회의 귀책사유에 해당된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한 법률에 대해 2026년 2월까지 개정하도록 하면서 그 근거로 기존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된 기간인 1년 2개월을 기준으로 해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정량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대강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필요한 시간”으로 언급한 것은 명확하게 국회의 후속조치를 주문한 것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2021년 국가감축목표에서 수송부문의 주요한 정책 수단으로 자동차 총주행거리의 감축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기준으로 4.5% 줄이겠다는 부분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자동차총주행거리는 2023년 기준 3천 309억 Km로 여전히 목표 총주행거리인 3천 124 Km(2030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2018년 3천 271억 Km보다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을 확인한다. 말 그대로 수송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은 실패했고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교통이 수송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을 대부분 차지한다는 점, 그리고 도로교통 중에서도 자가용 운행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전기차와 수소차 전환으로만 가득 차 있는 정부의 수송분야 온실가스 감축 수단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검증된 셈이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는 자동차 총주행거리 감축이라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정책지표를 2023년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 상에서는 후순위로 밀어두었다. 사실상 정부가 이미 공표한 정책 목표 조차 임의로 변경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행정 재량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한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각 부문별로 실제 정부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라는 부분 대신 문언적인 법리에만 주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당연히 구체적인 실질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책임져야 한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수송 분야의 온실가스 대응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교통수요전환의 방법이 우선해야 하고, 이는 단순히 GTX와 같은 신규 교통수단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자가용과 대중교통 수단 간의 균형을 위한 조치들이 병행되어야 하고, 특히 철도와 같은 광역 교통망과 시내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시내 교통망 사이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서 자가용 수단을 대체할 수 있는 효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당연히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교통수요를 분산하는 균형적 교통망의 비전과 더불어 ‘비수익 노선을 줄이고 수익 노선만 유지하면서’ 기본적인 교통이동권을 침해하고 있는 민간사업자 독점의 버스 체계에 대한 개편 등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공공교통네트워크는 교통기본법의 제정과 더불어 현재 사업자 법에 불과한 운수사업법에서 버스와 관련한 사항을 따로 떼어내는 버스법 제정을 제안한 바 있다.
이제는 국회가 입법기관으로 그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국회의 부족함을 시민들이 직접 소송함으로써 채운 셈이다. 정부가 부실한 감축목표로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고 비판하기 전에 국회가 현 세대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
2024년 8월 30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