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시작- 해남 땅끝길
#땅 끝에서 새로 시작하다- 해남 땅끝길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마을. 땅끝에서 시작하는 길은 소박하다.
화려한 건물도 그렇다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있지 않지만 대신 그 길은 특별하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붉은 황토밭을 걷다보면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통로의 길을 걷는 것 같고,
또 계속 가다보면 차로는 다닐 수 없는 돌담길도 만나게 된다.
때로는 단비처럼 지친 여행객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사랑방 같은 휴식처도 만나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땅 끝 길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다.
제주도 유배길을 떠나는 이들에게는 꼭 거쳐야 할 장소였고 상인들에게는 교역의 길,
그리고 섬에 사는 어민들에게는 육지로 나올 수 있는 시작의 길이이도 하였다.
끝이면서 동시에 새로 시작할 수 있는이중적 의미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도보여행자들이
꼭 걸어야만 하는 성지순례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땅끝에서 북일면 장수리까지 43KM.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는 곳.
해남의 땅끝길을 걸어보자.
#땅 끝에서 만난 사람들
한반도 땅끝에 위치한 송지면 땅 끝 마을.
해남이 관광지가 되기 전부터 14대째 이 마을에 살았다는 어부 박병영씨는
지금도 자신의 아들이 또 손자가 땅끝마을에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주로 갑오징어나 전복양식을 하는 박병영씨 부자는 해남에 사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땅끝 마을을 지나 길을 다시 걷다보면 여행객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사랑방을 만나게 된다.
작은 가게지만 시골이라 물건을 쉽게 살 수없는 주민들을 위해 수백여 종의 물품을 구비해놓고 있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백화점.
식료품에서부터 공장부품, 농기계 등. 주민들이 어떤 것을 주문하든 척척 배달까지 하는 주인 김병채씨.
인근 마을에서부터 섬까지도배달을 해준다는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이 모여 있다.
동네의 사랑방에서부터 가게를 쉽게 볼 수없는 땅끝길의 쉼터역할을 한다.
# 교류의 길, 해남
땅끝마을에서 약 18KM 걷다보면 천년 고찰 미황사가 보인다.
미황사는 신라시대 불상과 경전, 탱화를 싣고 온인도의 배가 땅 끝 마을 사자포구로 들어와서
달마산 중턱에 절을 지었다는 창건설화를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땅끝마을은 해양문물이 대륙으로 들어오는 통로이자 인도까지 이어지는 해양길 교류의
중심지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해남은 녹차의 생산지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다도사상을 정립한 초의선사가 일지암에
40년 동안 일생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일지암에서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와 편지로 녹차를 보내기도 하면서교류를 다져왔다.
#해남의 상징, 붉은 황토밭
해남의 또 다른 상징은 황토다.
해남 흙의 7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붉은 황토밭.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황토밭에서 농사를 짓거나 고구마를 경작하는 농민들은 한 폭의 그림 같다.
해남 땅끝길은 만남의 시작이었다.
황토언덕 을 넘어 또 다시 길을 걷다보면 이번에는 황토로 만든 집이 보인다.
해남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황토로나만의 흙집을 짓겠다며 1년간 직접 설계하며 지었다는
류정씨의 황토집이다.
전문가 솜씨는 아니지만 가족들과 황토염색하며 황토 집에 살다보니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기분이 들어 좋다.
바닷바람에 알싸한 마늘 내를맡으며 붉은 황토밭을 걸어가는 땅끝길.
끝에서 시작했지만 어느덧 마음이 가득 차있음을 느끼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