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된 장기수선충당금을 개인적인 용도도 사용하지 않았을지라도 사전에 거쳐야 할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전용한 행위는 업무상 횡령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형사6단독(판사 이미정)은 최근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부산 사상구 소재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전 회장 A씨에 대해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CCTV 설치공사 착수금을 용도나 목적이 엄격히 제한된 장충금에서 인출해 송금하는 등 총 15회에 걸쳐 약 3억6,038만원을 인출·사용해 횡령했다.
게다가 관리규약에 의하면 업무추진비는 월 70만원 한도에서 지출할 수 있음에도 회장 판공비로 30만원을, 총무 판공비 및 운영비로 26만원을, 운영비로 60만원을 인출해 지출하는 등 합계 116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지출한 것을 비롯해 총 22회에 걸쳐 합계 936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이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
이와 관련 A씨는 돈은 사용했지만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며 맞섰다.
이에 대해 법원은 판결문에서 “A씨는 주택법령과 관리규약에서 정한 장기수선계획의 수립 또는 조정 없이 적립된 장충금 중 일부를 CCTV 설치공사 대금조로 지급한 것을 비롯해 장기수선계획의 대상시설로 지정된 바 없는 공사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에 사용했다”며 “이로 인해 A씨는 부산시 사상구청장으로부터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장충금을 사용한 적이 전혀 없었더라도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아파트 공용부분의 유지·보수공사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장충금을 사용함에 있어 관련법령과 관리규약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자의적인 판단 아래 사전에 거쳐야 할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전용한 행위는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가 실현된 것이므로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A씨가 입대의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시행되던 이 아파트 관리규약은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업무추진비를 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지출할 수 있고 이 경우 경비 사용내역을 증빙자료를 붙여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허나 A씨는 이러한 규정을 어기고 22회에 걸쳐 합계 936만원 상당을 초과 지출함으로써 이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07년, 2008년 계정별 보조장에 비춰보면 이 아파트 입대의에서 매년 업무추진비를 초과 지출하는 관례가 있어 이에 따라 지출했을 뿐이라는 A씨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가사 그런 관례가 있었더라도 관리규약을 명백히 위반한 관례를 따른 것을 두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법원은 더불어 “A씨가 입대의 회장으로서 아파트 입주자들로부터 징수한 관리비를 관련법령과 관리규약을 준수해 집행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반해 장충금을 다른 항목으로 전용해 사용하거나 책정된 업무추진비를 초과해 지출한 것은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A씨가 그 돈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