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저상버스 핑계로 버스감축하는 것이 서울시 버스정책인가
: 774번 버스 감차에 대해
- 서울시의 일방적인 노선 폐지 결정에 지역 주민 불안감 고조되었어
- 저상버스 도입 때문에 기존 19대에서 절반에 가까운 9대를 줄이겠다 통보
지난 9월 20일자로 서울시는 현행 774번 버스의 운행 차량을 19대에서 10대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이를 시행명령이라는 형식으로 했는데 법상 행정명령은 주민들의 편익 등 공익성을 목적으로 민간인에게 법상 규제를 적용할 때 하는 용어다. 하지만 서울시의 시행명령은 버스사업자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정작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편의와는 관련이 없다. 서울시 버스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이해당사자가 누군지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는 현행 은평구와 파주시를 오가는 774번을 폐지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버스 총량제를 적용하고 있는 서울시는 다른 버스 수요가 생기면 기존 노선을 폐지해서 차량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보통은 대체할 수 있는 노선이 있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해왔지만 올해부터는 경기도와 오고 가는 시 경계 통과노선이 집중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774번 역시 지난 5월 노선 폐지를 통보한 바 있는데 2025년 5월까지 노선을 없앨 테니 경기도나 고양시, 파주시가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고 그 과정에서 경기도가 새로운 버스체계로 시행 중인 공공버스로 이관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사실상 기존 서울버스가 운영했던 경기도 구간을 버리는 셈인데, ‘경기도민도 서울시민이다’라고 말했던 오세훈 시장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심각한 문제는 현행 774번 노선의 문제점이 노선 자체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버스업체 간의 노선 양도양수 간에 발생했다는 데 있다. 기존 업체가 가지고 있는 차고지는 제외하고 노선만 양도양수를 받아서 결국 차고지를 옮길 필요가 생겼고 이런 변화가 생긴 김에 더욱 수익이 나는 노선으로 해당 차량을 배치하고자 하는 사업주의 욕심이 원인이다. 그리고 서울시는 이런 사업주의 행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애당초 버스 사업이 가진 공익성 때문에 막대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주는 고사하고 서울시 마저 사업 이익을 중심으로 버스정책을 펼치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 과정에서 기존 19대의 배차를 10대로 줄이려는 꼼수가 존재한다. 내년 5월까지 유지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손쉽게 뒤집는 것인데, 그 이유가 어이없다. 19대 중 9대에 대해 차량 교체를 하는데 이게 저상버스라서 해당 구간에 운행을 할 수 없어 운행 대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저상버스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상버스를 공급하기 때문에 기존에 다니던 버스가 줄어든다면 오히려 교통약자를 포함한 전반적인 주민들의 교통서비스가 악화된다. 이게 맞나?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번 서울시의 시행명령은 오로지 사업자들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법에서 보장한 행정의 권한을 사사로이 활용한 사례로 규정한다. 행정의 규제는 주민들의 공익성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이번 서울시의 시행명령은 행정행위의 가장 기본인 공익성을 훼손했기 때문에 문제이다. 해당 노선이 저상버스 운행에 어려움이 있다면 해당 노선의 도로 담당기관에게 도로 보완을 요청하는 것이 순서이고 그것이 어렵다면 기존의 고상버스를 지속적으로 운행하는 것이 상식이다. 서울시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방침을 버젓이 내놓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현재 버스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행 <대중교통육성법>에는 교통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책임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고 있다. 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정만으로 기존에 제공되었던 교통서비스가 악화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서울시가 경기도나 고양시, 파주시와 협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관 간의 협의 책임이다. 그것이 잘 되었던 잘 되지 않았던 기존의 교통서비스보다 악화되는 것은 법에서 정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대안도 없는 노선 폐지나 감차도 문제인데, 그 핑계를 저상버스 도입으로 대는 것은 정도를 한참 벗어난 행태다.
이젠 서울시도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별 의미도 없는 간판을 땔 때가 되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대안이 없는 노선 변경에 반대한다. 고작 행정구역일 뿐인 시 경계를 중심으로 같은 시민들을 나누는 것에는 더더욱 반대한다. 무엇보다 약자의 수단을 핑계로 새로운 차별을 만다는 행태는 더 더더욱 반대한다. 저상버스 핑계로 버스를 줄이는 서울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끝]
2024년 9월 24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