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여러분과 만난지 어언 3년, 이제 몇개의 햇님이 바닷속으로 자미질 치면 여러분은 이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꼬맹이에서 어엿한 소년이 되기까지의 지난 여섯해 동안 참으로 고생이 많았습니다. 이제 겨우 두살밖에 되지 않은 병아리 학교, 그래서 모든 시설이 부족하고 여러분이 맘껏 즐길수 있는 놀이터 등 너무나 미비한 것만 많은 속에서의 생활이었으니 그랬겠지요. 더욱 기성회비니 책값이니 잡종금이니 하여 돈문제로 열심히 배우고 씩씩하게 자라기만 해야 할 어린 가슴을 짓누르며 괴롭게 하였던 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미여질것만 같은 아픈 기억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울지많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언제나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새로운 앞날을 향해 강하게 일어섰으며 씩씩하게 뛰었습니다. 이 모든 고생이 가난 때문이었습니다. 국가가 가난하였기 여러분에게 보다 많은 뒷바라지를 못해준 것입니다. 가난한 가정과 가난한 국가, 우리는 하루빨리 이 서러운 가난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조상 대대로 오래전부터 쌓이고 쌓인 이 가난, 우리는 우리 자신들의 행복과 후손에게 만큼은 행복하고 번영된 조국을 물려주기 위하여 백배 일하고 배우고 절약하고 개척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은 어느나라 소년보다 더 배우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지식만으론 이 엄청난 가난을 물리치기에는 부족합니다. 더욱 올바르게 살아가는 참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너무 너무 부족합니다. 여러분은 이제 겨우 글자를 깨쳤을 뿐이고 몇개의 계산문제를 풀수있는 정도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그저 공부하기가 싫어 하루빨리 교문을 빠져 나갔으면 하고 바랬던 어리석은 사람도 없지 않았을 것이며 좀더 폭넓은 지식을 얻고자 좀더 새로운 생활이 하고 싶어 졸업을 기다렸던 값진 뜻을 품었던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여러분 앞에 이제 막 졸업의 문은 서서히 열려오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무턱대고 뛰쳐나가기 전에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고 선생님이 문밖으로 나서기 전에 주는 몇마디의 말을 뒤담아 둡시다. 여러분 자신을 위하여 뿌리려는 몇 마디 이 밀알을 한사람 한사람 빠짐없이 받아가 주십시오. 그래서 곱고 맑은 여러분의 마음밭에 정성껏 심어 오래오래 잘 가꾸고 길러 푸짐한 수확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합시다. 우선 바르게 살도록 부탁합니다.오늘날의 어른들은 흔히 돈만 있으면 된다. 돈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고 아니되는 일이 없다고들 떠들어 대면서 남이야 어찌 되었던 자기 하나만 잘살고 편히 지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상은 어지럽고 깜깜하고 추잡한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물론 살아가는데 돈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돈만 있으면 안되는 일이 없다고 귿게 믿고 그것만 얻으려는생활이여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사기꾼, 놀음꾼, 깡패, 건달, 도둑놈, 심술꾼, 배은망덕한 일 등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온갖 나쁜 것들이 참되고 올바른 것보다 더 많은 세상입니다. 아십니까? 그런 것들이 지금 막 뛰쳐 나가려는 저 졸업의 문밖에서 우글대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이지 행여나 때묻지 않은 여러분의 마음에 그런 흉칙한 균이 침범하지나 않을까 정신없이 그런 길로 빠져들지나 않을까 염려되는 것입니다. 더욱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지 못하고 행동하기 쉬운 어린 여러분 이기에 말입니다. 삐뚜러진 길, 바르지 못하고 그릇된 길은 넓은 길입니다. 어쩐지 흥미가 더하고 재미도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자칫하면 추하고 나쁜 사람이 되기가 쉽습니다. 그런가 하면 참되고 바르게 살기란 좁은 길 입니다. 고난이 따르고 쓰디 쓴 인내와 무한한 노력이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는 길입니다. 그러나 참되고 바르게 사는 길은 생명의 길이요, 영광의 길, 그러므로 거기엔 쓴 고통 만큼의 기쁨과 즐거움이 항상 같이 합니다. 자기가 할 일을 부지런히 다하고 내 이웃과 함께 협력하고 돕는 것, 고난에 굴하지 않고 온갖 욕된 것을 멀리하며 내일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꾸준히 일하고 배우는부지런한 생활이야 말로 바르고 참되게 사는 길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 살기를 바랍니다. 잘 사는 것 또한 바르게 사는 것보다 못한 일은 아닙니다. 잘 살기 위하여 우리는 더 배우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더라도 틀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바르게 살면서 잘 살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날 세계적인 부자나라 미국도 처음부터 그런 부자나라가 아니였었단 것은여러분도 잘 아는 일입니다. 피와 땀의 결정이며 댓가입니다. 생명보다 개척을 소중히 알았던 그들의 조상이 있었기에 지금 부자로 꽃피워진 것입니다. "하나부터 시작입니다" 1원부터 시작하여 백만원이 되고 몇십 몇백억원이 됩니다. "아끼고 절약합시다" 동전 1원짜리 한잎 하찮게 여기기 쉽죠, 그러나 1원 한잎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는 이는 잘 살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아무런 수고도 없이 빈둥 빈둥 놀기만하여 아룩된 건 세상에 한가지도 없습니다. 뜻이 있는곳에 이룸이 있습니다. 피나는 노력뒤에 열매는 맺힙니다. 새로운 창안으로 앞을 밝히면서 부지런 합시다. 이것이 곧 잘사는 방법이요, 행복을 저축함임을 안다면 졸업생 여러분, 지금은 새로운 각오를 할 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지금의 위치에서(자기 처지에서) 만족하지 말고 먼 여러분의 장래를 내다 봅시다. 그러면서 그를 향하여 쉬지 말고 뜁시다. 이제 문은 활짝 열렸습니다. 파아란 하늘과 찬란한 태양이 여러분을 부르고 있습니다. [바르게 잘사는 길]을 터주기 위하여 여러분 앞에 열린 문 '고난을 이기겠다' 웃으며 떠나십시요. 그리고 손을 흔듭시다. 마지막 종소리가 동그랗게 동그라밀 그리며 울려 퍼져옵니다. 뗑뗑뗑 뗑뗑뗑....동그라미 여섯개, 그어진 나이테가 여섯개, 이제 그 속에 그어진 수많은 사연들은 추억으로 남고 여러분의 영원한 아이는 또 그 속에서 늙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건강한 몸으로 안녕히 가십시오.
첫댓글 감회가 새롭습니다 ....귀한 글 잘 보관하시게나.....^^
귀한글 퍼갑니다.
퍼가세요. 이글은 초등학교 졸업을 이틀 앞두고 담임샘께서 우리들에게 한장씩 선사했는데 창연이 친구가 잘보관하여 40여년이 지난 우리들한테 소중한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