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왜 버스행정이 ‘개판’이냐고? 고개를 들어 제주도를 보라
- 업체의 끊이지 않는 문제를 방치한 제주도청, 처분 경감에 “도민을 위한 것”이란 헛소리
- 사모펀드 인수도 몰랐던 무능에 업체 사업권은 보호하고 도민 이용 노선과 버스는 줄이는 모순
사모펀드가 준공영제 업체를 운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기어코 제주도에서 발생했다. 앞서 지난 8월 제주도는 대중교통에 투입되는 예산을 절감하여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전체 149개 노선의 680대 중 85개 노선 75대 버스를 감축했다. 시행 전에 알려진 55대보다 20대가 늘어났다. 이와 같은 무리한 노선의 감축과 폐지는 도민들의 기본적인 이동권과 생활의 자유가 침해받는다. 애당초 도민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면서 효율성을 꾀했다고 말하는 제주도청의 말은, 현행 버스체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특히 민선 8기 오영훈 도지사의 공약 중 ‘15분 도시 제주’를 포함하여 ‘렌터카 총량제’의 억제를 언급한 상황에서 오히려 늘려야 할 공공교통인 버스를 줄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제주도청이 주장하는 버스의 비효율성은 오히려 무리하게 도입했던 준공영제 정책의 7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최근 발생하는 일을 보면 제주도정은 이를 도민들의 부담으로 전가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서귀포시 소재의 모 운수업체에 대해 면허 취소를 전제로 삼은 청문이 진행되었다. 결과는 면허 취소도 하지 못한 채 노선 3개 폐지와 버스 4대 감차로 일단락되었다. 문제는 이런 패널티가 누구를 향하는 패널티냐라는데 있다. 차라리 면허 취소가 되었다면 해당 사업체 전반을 공영으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를 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권을 유지해주면서 노선 감축과 버스 감차를 하면 그 피해는 사업자를 거쳐서 결국 도민들에게 귀착된다. 사업권이 유지되니 별도 업체가 노선을 추가할 수도 없을 것이고 서귀포시가 추가로 공영노선을 운영한다는 말도 없다. 결국 버스 사업체의 처벌을 결과적으로 도민들이 받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청의 교통행정 무능이 문제를 키웠다
해당 업체의 경우에는 법인변경 전부터 수많은 비리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데다가 제주지역 업체 중 유일하게 사모펀드(차파트너스)에 인수되었던 사업체다. ‘서귀포운수’라는 업체인데 법인변경 전엔 ‘동서교통’이었다. 사모펀드 인수 전, 그러니까 2017년 준공영제가 시행되었을 때부터 전기버스를 대량 구매하는 과정에서 당시 대표이사가 구매보조금을 일부 횡령한 사실이 발각되어 검찰에 송치되거나,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행하여 자금거래가 투명하지 않은 정황을 발견해 제주도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일, 연료비 및 주차시설비 체납 등등의 비리가 이어졌던 업체였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제주도청의 교통행정이 무능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도민들의 혈세를 그렇게 낭비하는데도 사업체를 유지할 수 있었겠나.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에도 문제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심해졌다. 준공영제 노선임에도 정해진 운행 일정을 무단으로 결행 혹은 파행함과 동시에 전기버스 부품이 없어 수리가 불가하단 핑계를 들어 고장 난 채로 내버려 두는 일이 빈번하거나, 자가용을 노선 영업에 투입하여 승객을 태우는 등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발생했다.
제도도청은 서귀포운수가 차파트너스로 매각되는 과정을 3년이 지나는 동안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현행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양도나 인수의 변경이 있으면 당연히 해당 내용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지만, 해당 업체가 임의로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파트너스는 이미 서울와 인천 등지에서 이미 사업체를 인수했고 이에 대해 신고절차를 수행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행정절차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제주도청의 행정능력을 한없이 무시한 것이고 그것이 여지없이 증명되었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해당 업체에 대해 과태료 징수에만 그쳤을 뿐 행정적 조치가 미흡했고 당연히 이런 솜방망이 처분은 더 큰 문제를 낳았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청은 “법인만 존재하면 문제없고, 관련 조치는 그때 필요하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법을 집행하는 행정청인지 아니면 사기업을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 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업주에겐 ‘이득’, 도민들에겐 ‘불편’만 남긴 결과
해당 업체는 동서교통부터 지금의 서귀포운수로 이어질 때까지 많은 비리와 불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문에서 면허 취소가 아닌 노선 폐지, 버스 감차에 그친 것은 소위 제주도가 운수업체의 눈치를 얼마나 보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제주도청의 버스 정책이 지역주민들의 불편을 생각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버스 사업체를 끝까지 지켜주고자 하는 노력에 불과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현행 제도하에서는 차라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어정쩡한 행정처분보다 더욱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제주도의 버스 감차와 연결된 노선개편은 단순 도민들의 이동권과 생존권을 침해한 문제를 넘어서 버스 정책에 일관성 자체가 없으며,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행해지는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특히 사모펀드를 품은 서귀포운수가 여러 차례 불법적인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면허 취소가 아닌 감차 명령에 그쳤다는 점은 지난 노선개편 정책효과 추구를 위한 꼼수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효율성을 방패로 삼아 준공영제 실패의 책임을 도민들에게 전가한 제주도 행정 당국에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
제주도의 이번 사례는 사모펀드가 버스산업에 기생할 수 있는 것이 결국 행정의 무능과 무지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업체는 살리고 도민의 이동권은 제한하는 결정을 놓고 “도민을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는 말을 버젓이 하는 제주도청은 선의로 봐도 버스 정책에 무지한 소리에 불과하다. 처분을 감경해준 것이 어떻게 도민을 위한 것인가, 처분을 받아야 하는 업체를 위한 것이지.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번에 발생한 제주도의 사례를 전국의 버스 투쟁을 함께 하는 지역단체들과 공유하여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각종 토론 과정에서 행정의 무능이 현행 버스체계에 사모펀드의 기생을 용인하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언급하고 이를 경고할 것이다. 나아가 제주도의 공공교통 이용자들과 연대하여 제도적, 실천적으로 행동할 것임을 밝힌다. (끝)
2024년 9월 25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