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복면신사, 숙모의 퀴즈
벤은 ‘하리코프’란 이름이 가물가물했다. 마음속으로 이름을 되 뇌이자‘복면신사’가 소환 되었다.
숲정이 마을에 막시와 함께 찾아온 복면의 그 사람. 아버지가 들려준 우크라이나 인이었다.
아버지가 막시를 따라간 날 모병집결소에서 만난 청년 하리코프.
그도 아버지와 같이 크리스천으로‘막시의 영웅 만들기’에 속아 왔다가 나치의 총알받이가 된다는
생각에 두 사람이 강력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막시의 현란한 언어의 마술에 녹아들어 전쟁에 참여 했지만 하리코프는 선동을
한다고 끌어갔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던 그였다.
지금까지 삼촌의 말을 듣고 보니 막시의 눈에 아버지는 하리코프만한 인물이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숲정이의 전통을 이어가라고 돌려보낸 것 같았다. 아버지를 하리코프처럼 충직한 사람으로
만들어 쓰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버지는 미움이 앞서 막시의 선한 생각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숲정이의 보통 사람이 되었다.
키예프의 못 다한 말이 이어져 나왔다.
“1차 대전 막바지에 전선에서는 무수히 사람들이 죽어갔다. 하지만 막시는 모병한 크리스찬
유대인과 타국인중에 하리코프처럼 믿을만한 청년들을 비밀리에 철저히 교육시켰다.
막시는 그들을 유대인과 슬라브족등 여러 타국인 군인들에게 신앙심으로 접근시켜 그들을
빼돌려 건축회사 임시직원으로 만들었다.”
헤이든은 기자의 촉으로‘아 역시 그랬군요.’하고 맞장구를 쳤다.
“하리코프는 흉한 얼굴로 군 생활을 할 수가 없어 회사의 직원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았는데
모두에게 친절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복면신사’라고 불렀다. 그리고 임시 직원들 중에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귀향시켜 전쟁의 희생물이 되지 않았고, 하리코프처럼 믿을만한
사람들은 비밀 조직원으로 활동을 했다.”
벤은 막시와 하리코프의 선한 뜻에‘와우’하며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막시는 1,2차 전쟁을 겪으며 모병관을 자청한 것은 조국 폴란드의 젊은이들과 크리스천들을 죽음에서
건져 내려는 것이었다. 이 일은 어려서부터 모세를 존경한다는 바탕에서 나왔다. 막시는 그의 이상대로
마치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나온 모세와 같은 사람이 되었다.
‘이드로’ 장로님은 폐허가 된 건물 복구와 공구 생산 판매로 회사를 키웠는데 복면신사 하리코프와 함께
이 시대를 가장 아름답게 살아온 ‘선한 사명 자’들이었다.”
키예프의 말에 벤은 감동의 연속 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아이처럼 무용담에 푸욱 빠졌다.
“막시 목사님께서 정말 모세의 기적을 일으켰네요. 하리코프와 함께 삼촌도 한 축을 담당 하셨고요.”
“나? 난 두 사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하하하.”
벤은 그제야 아버지에게 들었던 하리코프 이야기가 떠올라 들려주었다.
“아버지는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막막한데 막시 목사님이 찾아와 군에 남으라고 설득을
했어요. 그런데 또 영웅을 만들어 주겠다며 또 속이는 것 같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들었어요.”
“하하하. 그랬겠다. 하리코프가 화상으로 군대서 활동을 못하니 대신 아버지에게 군인들을 회사나
고향으로 돌려보내려는 막시의 깊은 속뜻을 몰랐으니까.”
“맞아요. 하지만 마지막배려를 하겠다며 화상으로 복면을 쓴 사람을 보낼 거니까 그 트럭을 타고
폴란드로 돌아가라고 했다고 했어요.”
“하하하 그럼 하리코프 인데 아버지와 만났겠네?”
벤은 손을 가로 저었다.
“삼촌 그건 아닙니다. 그 사람은 운전석에서 돌아보지도 않았고, 목적지를 말하지도 않았는데
숲정이에서 내려 주었어요. 그때 눈빛을 보고 어디서 보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야 그 눈빛이
하리코프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어요.”
“벤, 아버지를 하리코프처럼 영웅을 만들려고 했는데 미움이 보통사람으로 만들고, 너 역시 막시를
미워해서 반발로 폴란드 군인이 되었구나. 하지만 보통사람으로 숲정이 마을을 지키고 사람들은
신앙심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매우 훌륭한 일이지.”
“아닙니다. 제 탈영 문제로 함께 도망치는 바람에 아버지는 마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셨으니 제 실수와 죄가 너무 커요.”
“아니다 자책마라 이게 다 너를 통해서 제2의 숲정이를 만들려는 창조자의 깊은 뜻이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키예프가 말했다.
“막시는 네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고 숲정이를 사랑한다고 했다.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꼭 들려주면 좋겠다.”
“예 삼촌. 그런데 혹시 하리코프를 만날 수 있을까요? 만나면 아주 반가울 것 같아요.”
키예프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회사 공구와 건축 제품 그리고 건설사업이 널리 알려져 하리코프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로 담당으로
조국 건설에 참여 하겠다고 우크라이나 복구건설사업을 위해 갔는데 돌아오려면 1개월은 걸릴 거야.”
“와우 그렇게나 큰 회사에요? 그러면 삼촌은 어느 나라 담당이세요?”
“나는 독일 와서 처음부터 건축 일을 기초부터 배웠으니까 독일에서만 활동하지. 나도 언젠가 하리코프처럼
외국으로 나갈지도 모르는데 소비에트로 갈까?”
“와우~ 그럼 좋겠어요. 하하하.”
늦은 밤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숙모가 만든 독일식 풍성한 아침 식사를 나누었다.
식후에 차를 마시다가 숙모가 새벽 기도 중에 응답을 받았다며 벤에게 말했다.
“나는 늘 숲정이 마을 꿈을 꾸었어. 다시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 갈수는 없잖아? 삼촌도 회사일로 어느
곳으로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숲정이가 마음의 고향 같아서 벤의 가족이 사는 제2의 숲정이
마을로 가고 싶다. 그리고 아버지는 마을에서 목사님을 하시고 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하면 좋겠다.”
벤은 기쁘게 아멘으로 허락했다.
“숙모님~그렇지 않아도 아버지께서 우리에게도 목사님이 계셔서 사망의 골짜기를 지나온 복음을
들려주시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감사해요 벤. 그러면 초대 숲정이 마을로 돌아가는 거네? 윗세대 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떠나온 것처럼?”
“아멘~”
곁에서 듣던 헤이든이 말했다.
“나도 주상절리에 갔다가 그 아름다움에 반하고 두 분 가족의 선함에 반해서 에덴동산이 바로
이런 곳이다 했어요. 오늘 가족을 만나러 가서 상의 해보고 찬성하면 저는 마을에서 주치의를 하고
싶은데 될까요?”
“예? 환영 합니다. 선생님은 참으로 변화무쌍한 삶이네요. 의사. 기자. 지질학자. 다시 에덴동산의
주치의를 하신다니 말씀입니다.”
“그럼 받아 주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하하하.”
헤이든은 내일 오겠다며 떠나고 제인과 필릭스가 예배를 위하여 아침 일찍 왔다.
둘의 모습은 언제나 티 없이 맑고 아름다운 숲정이 사람들의 표본이었다.
“목사님~ 삼촌~ 숙모님~우리가 왔어요~”
벤은 나쁜 공기 질 때문인지 기침이 한 번씩 나왔다.
침대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제인과 필릭스 요하나의 생각에 일어나지 못하고 누어있었다.
일찍 일어난 삼촌과 숙모는 화단에 물을 주다가 제인의 목소리에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제인~ 제인에게 기쁜 소식이 왔다 하하하.”
“숙모님 무슨 기쁜 소식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향기 나는 꽃을 사오셨어요? 어머나 풍접초가 피었네요?
이 꽃으로 향수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예배를 마치고 돌아갈 때 샘플로 가져가도 돼요?”
“좋지요 조향사님? 그보다 더 좋은 꽃이 어제 교회에 걸어왔는데 꽃향기 한번 맡아 볼래?”
“예? 숙모님~꽃이 어떻게 걸어와요~오늘따라 더욱 아리송한 말씀을 하시네요?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서두가 퀴즈 놀이에요?”
“하하하. 접대실에 들어가서 나오지 말고 기다려봐, 내가 문 밖에 꽃을 둘 테니까 향수회사 최고의
조향사님께서 무슨 꽃인지 한번 맞추어봐 알았지?”
“예? 필릭스 숙모가 오늘은 더욱 이상하지?”
“아니야 누나 숙모님 퀴즈는 언제나 귀여우셔 하하하.”
“애들아 그랬니? 하하하하.”
숙모는 제인과 필릭스는 접대실에 두고 벤에게 달려갔다.
“벤. 제인과 필릭스가 왔는데 접대실에 있다. 벤은 문밖에서 조용히 기다려봐 알았지?”
“예? 아예.”
식구들은 숙모의 퀴즈를 알아차리고 관심이 접대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숙모.
“제인~ 밖에 화분을 두었는데 최고의 조향사님께서 무슨 꽃인지 맞추어 보세요.”
“예? 큰 꽃다발도 아니고 화분에 핀 꽃 하나를 문도 꽁꽁 닫았는데 어떻게 맞추어요.”
“그럼 힌트를 줄까?”
“예. 향기는 못 맡아도 힌트를 주면 눈치로는 알 수 있겠지요?”
“자~ 그럼 힌트~ 죽었다가 살아난 아주 많이 반가운 꽃이다. 하하하.”
“예? 그런 힌트가 어디 있어요.”
순진한 제인은 숙모의 알쏭달쏭 힌트에 도저히 모르겠다는 듯 울상이 되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