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논평]
“운영체계 변화가 없으면 노선개편도 없다”
: 서울시의 버스준공영제 20년 제도 개선안에 대해
- 보조금 부적정 사용, 노선 개편 어려움, 사모펀드의 진입 모두 준공영제라는 운영체계 때문
-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피상적인 대책만으로 2년 가까이 정책연구 핑계로 시간 허비…. “이제는 노선개편으로 물타기 할 것인가?”
서울시가 2년을 끌어온 버스 준공영제 제도 개선에 대한 계획을 발표한다. 준공영제는 기본적으로 민영제 토대 위에 버스업체의 사업적자를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대신 민간사업자의 정책 협력을 구하는 전형적인 ‘기업인센티브’ 방식의 정책이다. 서울시는 버스준공영제의 부실한 관리로 인한 과도한 재정지출 그리고 요금인상을 통한 부담의 시민전가에 이어 사모펀드 진입까지 사회적 논란이 되자 연구용역을 하겠다며 이야기해왔다. 사실 정책 비판에 대해 정책연구를 하겠다면서 시간벌기에 나섰던 것은 2004년 준공영제 시행 이후 정기적으로 반복되어왔던 행태다. 하지만 제도 도입 20년을 기점으로 평가하는 이번 정책연구는 기대하는 바가 컸다. 무엇보다 제도 평가를 하는데 충분한 운영시간이 경과했고 다양한 서울시의 정책 대안들이 이미 시행되어 왔기도 했고 무엇보다 전국 각지에서 공영제나 혼합운영제 등의 방식과 같은 대안적인 버스 운영체계의 사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최소한 기본만 하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봤던 측면이 있다.
여전히 틀린 데이터에 억지 주장만 반복
결론부터 말하면 고작 이런 결과를 내놓으려고 2년 가까이 시간을 끌어왔던가 싶다. 시민들의 입장에선 바뀐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2026년 노선개편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란 말을 듣는 것과 진배없다. 특히 이번 연구가 서울시의 예산이 아니라 시민들이 충전한 선불교통카드의 잔액으로 조성된 티머니복지재단의 재원으로 시행된 것인 만큼, 해당 연구가 대중교통 이용자의 부담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적어도 이는 해당 정책연구가 기존의 형식적인 정책연구와 다르게 이용자 시민들이 연구 과정에서 참여하는 등의 절차가 보장되었어야 했다. 이런 변화가 없다면, 구태여 티머니복지재단의 돈으로 연구를 수행할 이유가 있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내놓는 데이터가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 역시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총연장 거리 데이터나 교통요금 데이터가 그렇다. 서울시가 예로 든 해외 주요 도시들은 도시면적이 상이하고 또한 행정체계 역시 달라 버스노선의 연장거리가 의미하는 정책적 시사점은 거의 없다. 파리나 런던만 하더라도 일반 행정구역과 교통체계에서 하나의 이동권역으로 다루는 경계 범위가 상이하다. 무엇보다 각 도시의 대중교통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버스노선의 연장거리라는 기준으로 보면 지하철이 없는 동남아시아의 다른 도시가 더욱 압도적으로 높을 개연성이 크다(서울시가 노선개편을 하겠다는 것이 중복노선과 굴곡노선이 많아서라고 밝혔는데 그걸 개선하면 노선 연장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해당 지표가 가진 무의미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교통요금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정기권을 기반으로 하는 요금할인 제도가 발달된 해외의 교통요금과 1회권 기준의 한국교통요금을 비교하는 것은 방법적으로 틀렸다. 또한 거리비례제를 도입한 서울과 권역 내 단일 요금제를 하는 파리시를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 역시 틀렸다.
환승요금 체계가 준공영제의 성과라고 말하는 것은 숫제 코미디에 가깝다. 현재 민영노선인 신분당선과 공공노선인 서울지하철은 통합환승요금제를 하고 있다. 준공영제 덕분인가? 아니다. 민영제로 버스를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시나 경북 청송군은 각각 청소년 무상교통과 전면 무상교통을 한다. 요금 체계는 준공영제라는 운영체계와 전혀 관련이 없다. 사실 서울시가 하는 준공영제를 가지고 해외 사례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한국처럼 버스노선을 사유재산으로 보호해주는 버스시스템이 없는 데 무슨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그런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핀트가 안 맞는 대책들, 결국 ‘준공영제 지키기’로 귀결
서울시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더 한심하다. 기존 사후 정산제를 사전 확정제로 바꾼다고 한다. 서울시의 주장처럼 사전 확정제로 하면 사업자 입장에선 기대하는 수익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1) 사전에 확정되는 지원금 규모의 기준은 뭔가 (2) 민간사업자가 이익을 위해 줄이는 부분은 어느 부분이겠는가 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서울시는 전년도 지원금을 기준으로 확정하겠디고 한다. 이렇게 설계된 지원금은 지속적으로 순증하는 경향성을 가진다. 적어도 물가인상이나 유류가 인상 등 전년도보다 당해연도에 인상요인들이 있을 것이어서 그렇다. 무엇보다 사업자 입장에선 전년도 지출을 늘리면 차년도 지원금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사실상 재정 낭비를 제도화한다. 더구나 민간사업자 입장에선 당장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부분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정비 비용 등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들이다. 어차피 버스운송사업의 비용 중 80% 내외가 인건비인 상황에서 각 회사마다 정규직원보다 이미 정년이 지난 촉탁직 지원을 사용하면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예시로 든 것이 가상의 상황이 아니라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서울시가 사전 확정제로 이를 통제할 수 있을까?
못할 것이다. 현재 11명의 인원을 4명으로 줄인다 하는데, 역으로 11명으로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던 준공영제를 4명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제대로 통제도 못한다면, 서울시 버스담당부서는 민간버스업체들의 서울시 재정출납기관이 될 뿐이다.
사모펀드 방지 대책은 더 가관이다. 사모펀드 대책의 핵심은 사모펀드와 같이 비산업 자본까지도 진입하도록 만드는 준공영제의 사업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서울시의 대책은 마치 서울시 버스사업들은 선량한데 외부의 사모펀드가 나쁜 생각으로 억지 진입했다는 생각을 보여준다. 명백하게 아니다. 사모펀드의 진입은 외부의 투자자본과 내부의 버스사업자 간 공모로 가능했다. 이 말은 서울시가 내놓은 버스 사업경험이나 5년 간의 엑시트 금지 같은 것은 기존 버스업체의 공모를 통해서 충분히 회피 가능하다는 말이다. 차고지 매각 방지 같은 건 사후 약방문에다 실효성도 없다. 200점을 감점한다는 데 사전 확정제 방식으로 하는 구조에서 평가를 통한 패널티가 효과적이겠나? 지금처럼 사후에 지급해도 제대로 안되는데 말이다.
서울시가 이와 같은 대책같지도 않은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딱 하나다. 현재의 버스 준공영제를 유지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라는 것밖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결국 핵심은 서울시 교통행정의 무능력
백번 양보해서 현재 버스준공영제밖에는 대안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재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행정의 역량이 필요하다. 즉 준공영제의 최소한의 요건은 서울시의 행정역량이다. 하지만 그동안 준공영제에 대한 감사원 감사마다, 언론 보도마다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서울시 행정의 무능이다. 이번 정책연구 이전인 2014년에 이미 딜로이트 회계법인을 통해서 2030년까지의 제도 개선방안을 수립한 적이 있다. 거기서 제시된 11개의 과제 중 지금까지 달성된 것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것이 행정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준공영제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애써 회피하고 외면하려고 한다. 이번 서울시 연구용역은 서울연구원에서 수행했지만 거기서 다시 대한교통학회와 한울회계법인으로 재발주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10월 21일 대한교통학회 주최로 예정되었던 버스준공영제 관련 토론회가 개최되지 못한 것에 주목한다. 도대체 무슨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알다시피 서울시는 해당 연구용역을 시행하면서 연구 과정을 단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공개토론회는 고사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수렴도 어떻게 진행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방식으로 버스준공영제라는 시민들에게 중요한 제도 개선 논의를 하는 것이 타당한가. 구태의연하고 너무 전근대적인 행정 행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감출 것은 감추고 언론을 상대로 사기에 가까운 거짓말을 내뱉는 기자회견 대신 공개적인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 무엇보다 버스 이용자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버스는 민간사업자의 영리 수단 이전에 시민들이 보장받아야 하는 보편적인 이동권의 수단이다. 이것을 민간사업자도 서울시 행정도 사유화해서는 안된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해당 정책연구보고서를 확보하는 대로 후속 대응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다. 이제 정책용역 뒤에 숨는 서울시 교통행정을 보는 것도 지겹다. 다들 그렇지 않나?[끝]
2024년 10월 22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