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어키 turkey 하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나라를 연상할 터인데..
다른 의미로 칠면조인 왕닭이 있다.
(왕닭이란 이름은 그냥 만든 말로 닭고기 같은데 크기가 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뜻)
미국에서는 생스기빙 데이에 온 식구들이 모이면 으레 터어키 요리를 내놓는다.
초기 한인 미국 이주자들은 이 날이 오면 미국인처럼 왕닭 요리를 내놓았지만..
한인 숫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왕닭 대신에 닭 요리를 내놓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고.
왕닭은 크기만 할 뿐 닭보다 맛이 없기에..
그러기에 터어키 요리 사이드로 여러 음식을 곁드려 올려놓는다.
이 날이 가까이 오면 백악관에서는 두 마리 터어키를 살려 주는 행사를 한다.
이 날 하루에만 수 백만.. 아니 수 천만 터어키가 밥상에 올라지는 데..
겨우 두 마리 터어키만 살려주는 행사를 한다?.. 악어의 눈물이란 게 정말 있다면 이런 거 아닐런지..
물론 음과 양은 어느 상황에서나 함께 존재하는 것이니..
삶이 곧 죽음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누군가의 생 에너지[생기]를 먹고 있다는 것으로..
나의 삶은 곧 너의 죽음이란 게 아니냐 말이다. '정글의 법칙'이란 말도 그렇고..
즐거움과 슬픔은 빛과 그림자처럼 그러하듯이..
오늘은 생스기빙 데이.^^.
식량 주심을 감사하는 날인데.. 약육강식이 왠 말이냐..
둘을 동시에 보려하지 말고.. 하나만 보자.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나만 택해야지 둘을 동시에 택할 수는 없다.
둘 가운 데 하나를 놓지 못하면..
햄릿처럼..
어정쩡이 된다..
생스기빙 데이..
이 날이 있기에.. 미쿡인들은 엄니아부지 오빠언니 식구들과 함께 모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생스 데이.^^..
이민 온 이후 우리는 큰언니[큰누나] 집에서 주로 모인다.
2021년 올 생스기빙에도 큰누나 집에서 모였다. 작년엔 코로나 때문에 각자 집에서 따로 모였고..
그래서인지 멀리서 온 조카를 만나는 게 아주 반가웠다..^^..
지난 날들을 얘기하다 조카는 자기가 서너 살, 할머니 집에 와 살 때..
그때 찍은 사진이 있다며 보여주니..
사진 속 나 비슷한 젊은 애를 발견하고..
저 때 말이야 너[조카]는 세 살인가 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면서.. 한바탕 크게 웃으니.. ^^..
막내 누나가 "니 아들 웅이가 서너살 때 어땠는데.." 하니..
다시 집이 떠날 갈 정도로 또 크게 웃는다.
"그리고 오늘 터어키가 지금까지 먹어 본 것 가운데 최고인 것 같은데!"
그래.. 맞아^^.. 동의를 하니.. 그 말을 받아서 큰누나는
"오늘 포인트는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고 품질 음식만 준비했지^^." 한다.
"그래서인지 먹은 것은 별로인데.. 배는 잔뜩 불러오고 있다구..^^"
지난 날 시간은 정리되어 있다기보다 뒤죽박죽으로 기억 속에 있는지..
수 십년 전 얘기하다.. 어제 얘기.. 그러다 다시 십여 년 전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데..
신기한 것은 그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여기 있는 식구 하나, 한 분들이 보통 인연이 아님을 새삼 느끼며 한층 가까워졌음을 본다.
하여 집에 갈 시간이 되어도 아쉬움에 엉덩이가 잘 떨어지지 않고..
한국에는 형들이 살고 계신다.
그분들에게 오늘 생스왕닭 데이는 그냥 11월 마지막 목요일뿐이리라.
고국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기 전에 여기 뉴욕에서는 추석을 덤덤히 보냈듯이..
어떤 시간, 어떤 공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니고..
우리가 그 시간이나 공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보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우리 삶의 무대인 공간과 시간은 물처럼 그냥 무심히 흘러가는 게 아니다.
우리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그 내용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세월이 물처럼 덤덤히 지나온 것인 줄 알았는데..
오늘처럼 식구들이 모여 과거를 돌아보니..
그 안에는 보석같이 아름답고.. 따뜻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촘촘히 박혀 있음을 발견하는 묘함도 있다.
그리곤 때로는 가슴아린 사연에..
숙연해 지기도..
과거는 그냥 과거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함께 숨 쉬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선지식은 말하길..
과거 마음은 지나갔고.. 미래 마음은 오지 않았으니.. 현재 마음도 있는 게 아니어서 얻을 수 없다 하셨는데..
과거 미래 현재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음을 분명히 본다.
잡을 수는 없지만 즐길 수 있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