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버스산업 인력이 부족 한가: 본질적인 구조를 봐야 풀린다
- 운전할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업체가 입사를 거부하는 것이 실질적 원인이다
- 버스 운전을 꺼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음에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버스 종사자의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언급한 언론 기사가 지난 10월 30일 자로 보도되었는데, 고령화도 고령화지만 당장 버스를 운행할 사람이 적어지는 현상이 문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력난은 격일제 근무 방식을 채택하는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지방에 한정되었으며, 반대로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에선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이 넘쳐나는데도 제한된 인원수로 진입하기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 말인즉슨 민영제 업체에서 격일제 근무를 무사고로 최소 1년만 버텨내면, 준공영제로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이 생긴다는 것이고 처우나 근로 환경에서 차이가 크기에 이직하는 비율도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4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를 거치면서 민영제나 준공영제 구분 없이 전 지역적으로 운전직 종사자의 인원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보도 내용대로 해석하면 정규직부터 촉탁직을 거친 뒤 퇴사자가 생기면 신규 인원이 채워져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는 뜻인데,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니 정년을 훌쩍 넘긴 고령자들이 운전석을 떠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원래 서울시 버스는 예비 종사자들이 꿈꾸거나 희망했던 최고의 직장으로 여겨지다가 이제는 입사를 꺼리거나 외면하는 것이다. 하물며 운수업체들 역시 기사가 없어서 난리인 데다가, 한시적으로 대수를 축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음에도 채용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결국 이런 배경이 반복되는 원인에는 지금의 채용방식에 문제가 존재하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여 이번 사안은 단순 버스 종사자의 고령화만을 따져서는 정확한 설명이 어렵다. 즉, 정말로 운전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각각의 업체들에만 존재하는 내부 규정의 존재, 즉 전근대적인 운수사업 내의 채용방식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해야 비로소 전 지역적으로 논란이 되는 인력난과 종사자 고령화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부족이 아니라 자의적인 채용기준이 문제
현행 ‘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 제49조에선 20세 이상인 자가 사업용 자동차를 1년 이상 근무해야 자격이 갖춰진다고 명시하는데, 시내버스 종사자가 되려면 마을버스에서 최소 1년의 경력을 쌓으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업체들의 채용방식은 법과 차이가 컸다. 예시로 준공영제 업체들은 평가 점수와 성과 이윤이 달려있어 안전사고에 매우 예민하기에 나이가 어리면 책임감도 없고 사고를 잘 낸다는 고정관념이 운수업체 전체적으로 뿌리 깊게 박혀있다. 하여 법에선 1년을 명시했으나 업체들은 최소 2년, 많게는 3년을 요구할 정도였다.
그나마 요즘은 준공영제 업체들도 인력난이 가속화되어 마을버스 경력 1년만 채우면 지원 및 입사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지만, 기존에는 마을버스 1년의 경력으로는 준공영제 지원 자체가 불가하여 민영제 업체에서 격일제 무사고로 추가 경력을 쌓은 뒤에야 준공영제로 이직할 기회가 주어졌다. 현실이 이랬기에 대부분의 업체에서 청년은 찾아보기 어렵고, 가장 어리다고 속하는 연령대가 40대였다.
한마디로 운수종사자의 고령화는 버스업체들이 자초했다고 봐야한다. 여기에 최근 일부 업체들은 인건비를 줄이겠단 명목으로 정규직이 아닌 촉탁직만을 선호하는 예도 목격되고 있다. 이는 준공영제를 인수한 사모펀드 업체들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관행들이 근절되지 않을수록 버스 운전직을 자칫 촉탁직 맞춤형 직업으로 만들거나 제한적 노동시장을 형성시킬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사람이 없어서 부족한 게 아니라, 들어올 사람이 있는데도 막아내는 상황들이 고령화로 인력난을 부추긴다고 언급하는 것이 정확하다.
통합채용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전근대적 관행들
과거 일부 업체에선 준공영제 입사를 희망하는 예비 종사자들의 간절함을 악용하여 정규직을 시켜주겠단 명목으로 뒷돈이나 뇌물을 챙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따라서 이런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각각의 업체별로 직접 지원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로 통합하여 지원하는 ‘통합채용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현재 서울과 부산의 버스조합에서 관리하고 있다. (단, 계약직 노선인 심야버스와 한시적 맞춤형 버스는 업체에 직접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지원할 수 있기에 과거보다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작년 부산시 버스조합이 자체적으로 공개한 자료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부산시의 경우 2023년 기준 필요 인력이 718명이었던 데 반해 실제 채용 인원은 354명, 전체의 절반에도 미달하는 49.3%만이 채용되었다. 대전에서도 인력이 부족하여 54대를 감차했는데, 두 지역 사례만 보더라도 과연 인력 부족 문제가 단순히 지원자가 없는 문제인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여전히 전근대적인 고용방식도 있다. 서울을 비롯해 많은 지역에서는 공식적인 채용절차 외에 비공식적인 면접 과정이 존재하는데 많은 경우 노동조합 위원장이 참여하는 면접이 별도로 존재하거나 혹은 경력 사항을 확인하여 운수업계 근무 경력이 있는 경우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식의 검증절차를 거친다. 이런 관행은 업체 간 이동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현행 버스산업 구조 내에서 진입 경로를 강하게 통제함으로써 높은 동질성의 집단으로 구성원 간의 카르텔을 만드는 현행 노동구조를 만들어낸다. 특히 최근 기존 종사자들과 사업체 간에 의도적인 비채용 담합 정황도 확인된다. 이를테면 한 쪽에서는 신규고용이 어렵다 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를 근거로 정년 이후 촉탁직 근무를 확대함으로써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다른 산업에 비해 노사 간의 담합구조가 잘 나타나는 버스산업의 특수성을 통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서울과 부산에서 채용 투명성 확보를 위해 마련한 ‘통합채용시스템’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근무 태도 및 인성까지 마치 개인의 신상을 털거나 사상을 검증하는 것에 가까운 면접으로 회사와 잘 맞는 사람을 고르는 관행이 더해져 인력난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무직이나 배차 담당 사원도 예외가 아니기에 속된 말로 토 달지 않고 회사에 고분고분한 사람이 인재라는 뜻인데, 누가 쉽게 버스 운전을 하려고 하겠는가 말이다.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봐야 한다
버스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는 현재 버스 서비스의 악화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을 뿐이다. 오히려 인력 부족은 결과에 가깝고 그 원인은 현행 준공영제로 대표되는 운영체계의 문제가 있다. 알다시피 버스산업은 대부분 가족 기업에 가깝고 그것들이 일종의 계열화되어 있는 넓은 ‘근친 사업망’을 가진 형태다. 이는 고용의 측면에서도 그런데, 한번 버스로 진입한 노동자들은 가급적 하나의 업체에서 장기 근속하게 되며 이를 위해 전별금 제도와 같은 강제적 장치가 존재한다. 면접 과정에선 사업주나 노동조합의 추천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면접 절차’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급기야 고령화된 현직 노동자들의 정년 이후 일자리 보장과 인건비를 낮춰서 더 많은 보조금 차액을 이윤으로 가져가려는 업체의 욕망이 구조적으로 담합한다. 이것이 현재 버스산업의 인력 고령화 원인이다.
애당초 서울시가 자랑하는 준공영제는 보조금의 정산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고용구조에 대해서도 전혀 개입하지 못한다. 사실상 인건비를 서울시가 직접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개별 업체들이 고용 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한다. 남의 돈으로 월급을 주면서 사실상 생색은 민간 업체가 내는 셈이다. 이런 구조를 내버려 두고 ‘외국인 노동자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아주대 유정훈 교수)와 같은 주장은 피상적인 주장일 뿐이다. 이런 구조를 내버려 두고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면 사실상 현행 버스 구조에서 새로운 ‘노예 계급’이 만들어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의 버스노동자들이 어떤 경로로 채용이 되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점검함으로써 현행 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현재 버스업계의 고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형식적으로 지원자가 적다거나 적격자가 부족하다는 말로는 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연 6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버스준공영제 일자리가 인력 부족을 겪는 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는가? 상식이 통하지 않으면 그런 조건이 있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인력난은 결코 가볍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서울시 일부 업체들이 기사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대수를 줄이고 있는데 비록 한시적이지만 나중에는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버스를 축소하여 사익을 챙길 소지를 조장할 수 있을 것이며,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본적인 이동권을 누려야 하는 버스 산업의 붕괴와 이용하는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피해 볼 수 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버스산업의 인력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도 현행 민영제 중심 운영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현행 버스 인력 채용구조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서 버스산업의 ‘의도된 고령화’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끝]
2024년 11월 3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