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반도에서 핵이 터진다면?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가정이지만, 솔직히 좀 걱정스럽습니다. 올 들어 부쩍 잦아진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때문이죠. 미국이 20일(현지 시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북미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신경 쓰입니다. 핵전쟁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화재 예방 훈련과 대피 훈련을 함께 하듯,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만에 하나 정말 핵이 터지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ㆍ미 양국 정부의 자료와 전문가 조언을 Q&A로 정리했습니다.
Q. 핵미사일이 날아오면 알 수 있나?
그렇다. 경보가 울린다.
공습경보는 5초간 올라갔다가 3초간 떨어지는 파상음이다.
공격이 예상될 때 울리는 경계경보도 있다. 음의 변화가 없는 평탄음이다.
Q. 공습경보가 울리면 어떻게 하나?
가까운 지하 시설로 대피하라.
핵이 폭발하면 강력한 빛과 열·폭풍·방사선이 쏟아진다. 시력을 잃거나 화상ㆍ급성방사증후군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TNT 1만t 규모(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이 TNT 1만5000t 규모)의 핵이 폭발하면 반경 1㎞ 안이 쑥대밭이 된다. 건물 붕괴, 주유소 폭발 등으로 2차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런 직ㆍ간접 피해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 지하다.
Q. 나라에서 정한 대피소는 없나?
전국에 총 1만7103곳이 있다.
국가 지정 전시 대피시설(민방위 대피시설)은 바닥 면적 60㎡(도시는 100㎡) 이상, 철근 콘크리트 벽두께 30㎝ 이상, 천장 높이 2.5m 이상, 출입구 2개소 이상, 출입구 면적 1㎡ 이상의 지하시설이다. 행정안전부의 ‘안전디딤돌’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받으면, 내 주변에 있는 민방위 대피소를 확인할 수 있다.
Q. 대피소에 가면 안전한가?
대피소별로 차이가 있다.
민방위 대피시설은 핵 방호에 최적화된 곳은 아니다. 크게 건물 지하, 전용 대피소, 지상 없는 지하시설(지하상가 등), 지하철, 아파트, 터널 등으로 나뉘는데, 제각각 안전도가 다르다. 가령 터널은 지하가 아닐뿐더러, 양쪽 입구가 뚫려 있어 폭발 충격과 방사선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
Q. 아파트에 산다면 어디로?
지하 2층 이하 주차장으로 가라.
전체 대피소의 67%(1만1443개)가 아파트 내 시설이다. 대부분 지하주차장인데, 지하 1층은 터널과 마찬가지로 안전하지 않다. 자동차 출입구가 항상 열려 있기 때문이다. 경사지에 지어진 아파트 지하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한쪽이 지상과 연결돼 있어, 엄밀히 말해 지하라고 할 수 없다. 지하 2층 이하 주차장으로 가야 그나마 안전하다.
Q. 지하철역은 안전한가?
역 형태에 따라 다르다.
지상 전철역은 도움이 안 된다. 지하 지하철역이라고 해도, 지하 1층은 지상과 연결된 출입구가 많아 안전하지 않다. 승강장이 있는 지하 2층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
Q. 무조건 대피소로 뛰는 게 맞나?
아니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면 약 5분 뒤 서울 상공에 도달한다. 경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한다 해도, 실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3~4분 내외다. 대피소까지 무사히 간다 해도, 출입구를 찾아 지하로 내려가는 시간(약 30초)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경보 발령 후 약 2분 30초 안에 대피소까지 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지 못하면 대피소로 가는 길 위에서 핵폭발을 맞을 수 있다.
Q. 2분 30초 안에 대피소에 가기 힘든가?
그런 곳이 꽤 많다.
서울에는 총 3268개 대피소가 있다. 인근에 2분 30초 안에 갈 수 있는 대피소가 있는 지역은 서울 전체(녹지 제외)의 57.1%뿐이다. 나머지 약 40% 지역에 있는 사람은 가장 가까운 대피소라도 2분 30초 안에 가기 힘들다는 얘기다. 각 지역 평균 보행속도(평지 시속 4.2㎞, 5° 오르막길 시속 3.3㎞, 10° 오르막길 시속 2.3㎞, 5° 내리막길 시속 4.4㎞, 10° 내리막길 시속 3.2㎞)의 2배로 뛰는 걸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Q. 꼭 대피소로만 가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정부는 대피소가 특정 지역에 몰리지 않도록 분산 지정한다. 그래서 근처에 지하 시설이 있는 데도 대피소로 지정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갑자기 한 곳에 사람이 몰리면서 압사 등 2차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무작정 대피소로 뛰기보다, 자신의 주변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는 게 더 현명할 수 있다. 특히 2분 30초 안에 대피소까지 가기 힘든 지역에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Q. 가장 안전한 곳은 어딘가?
지하 깊은 곳이면 깊은 곳일수록 좋다.
서울에 있는 건물의 64.5%는 지하 1층이 있다. 하지만 지하 2층 이상이 있는 건물은 전체의 3.1%에 불과하다. 그나마 주로 광화문과 강남ㆍ여의도ㆍ잠실 등의 오피스 단지에 몰려있다. 미리 위치를 확인해 두자. 지하 1층으로 분류되는 다세대 주택 등의 반지하층은 외부로 통하는 창문이 있어 안전하지 않다.
Q. 가까운 곳에 지하 시설이 없다면?
콘크리트 건물 중심부로 가라.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건물은 대부분 콘크리트 건물이다. 두께에 따라 다르지만, 콘크리트도 어느 정도 방사선을 막아준다. 지하로 갈 수 없다면 여러 겹의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 중심부로 가라.
Q. 폭발 순간엔 어떻게 해야 하나?
섬광 반대 방향으로 엎드려라.
폭발 섬광을 보면 실명한다. 충격에 고막이 터질 수도 있다. 손으로 눈과 귀를 막고, 가능하면 섬광 반대 방향으로 엎드려라. 이때 배는 바닥에 대지 않는 게 좋다. 폭발 충격으로 몸 안의 장기가 손상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열복사로 화상을 입지 않도록 옷을 여러 겹 입고, 모자ㆍ장갑 등을 착용하자. 장롱 안에 들어가거나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도 좋다.
Q. 대피소에 얼마나 머물러야 하나?
최소 하루 이상 꼼짝하지 마라.
폭발에서 살아남았더라도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 방사성을 띤 먼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낙진). 방사능 강도는 핵폭발 후 4~6시간 사이의 낙진이 가장 강하다. 7시간 후엔 최초의 10분의 1, 49시간(약 이틀) 후엔 100분의 1, 343시간(약 14일) 후엔 10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미국 정부는 "정부의 별도 지시가 없는 한, 폭발 후 24시간 이내에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말라"고 권고한다.
Q.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할 땐?
비옷 껴입고 바람의 수직 방향으로
대피소에 24시간 이상 머물라는 말의 전제는 ‘적합한’ 대피소에 있을 때다. 방사선을 막기 힘든 차량이나 지상 공간, 목조 건물 등에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더 안전한 곳(방사선 차폐계수 10 이상)으로 이동하는 게 낫다. 하지만 이동 중에도 30분 이상 밖에 있어선 안 된다. 이동 방향도 중요하다. 낙진은 바람을 타고 움직인다. 낙진을 막을 수 있는 비옷이나 외투 등을 껴입고, 바람을 비껴가는 방향(수직 방향)으로 이동하는 게 좋다.
Q. 대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휴대용 단파 라디오를 챙겨라.
당신이 가진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들은 핵폭발 뒤에는 먹통이 된다. 강력한 EMP(전자기펄스)가 발생해 전자기기와 통신 인프라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휴대용 단파 라디오(아날로그 라디오)가 있으면 정부의 재난방송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