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직 손혁건 이영주 김동준 김태완 박향숙 오영란 옥빈 조성순
해밀 동인지 11번째 발간
ISSN 2586-3355 / 176쪽/ 지은이 Writer 해밀 동인 / 만든이 Edit Member 해밀 동인 / 펴낸곳 도서출판 이든북
* 이 책은 대전광역시, (재)대전문화재단으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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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동인회는 2014년에 결성되어 2024년 올해로 11번째 동인지를 발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01‘ 해밀’이 초대한 시인
남호순 박시원 배용주 임효빈 전명수 조명희
02 회원작품 - 시
손혁건 오영란 옥빈 이영주 김동준 김태완 박향숙 조성순
02 회원작품 - 동시 이봉직
04 추모특집 - 안일상 선생님을 기억하며
김동준 김태완 박향숙 손혁건 오영란 옥빈 이봉직 이영옥 이영주
05 리뷰
손혁건 _ 오영란 시집 『삐딱선 타다』
옥빈 _ 이성진 시집 『미래의 연인』
해밀 동인 10년의 세월을 넘기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삶의 많은 부분들이 변화했다. 코로나가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풍습이나 문화는 새로운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변화가 어려웠던 관습적 풍습들이 강제성에 의해 실천되고 그것이 더 편하고 옳다는 생각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하겠다. 결혼 및 장례문화의 변화, 은행의 대출업무, 관공서의 각종 민원 서비스, 병원의 의료상담, 식당의 음식 주문 등 비대면을 통한 일들이 더욱 첨단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AI가 많은 일들을 대체해 주고 있는 시대다. 지난해 고등학교 졸업 40주년 인사말을 AI가 써 준 것을 수정해서 보냈다는 친구가 있었다. 시나 소설을 쓰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잘 읽지도 않는 종이책은 수없이 발간된다. 종이책은 정보 습득력 면에서 느리고 불편하지만 발간된 책의 문학적 가치와 함께 작가와 독자들과의 유대관계를 유지시켜 준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라는 말이 있다. 독서가 종이책이어야 하는 이유를 이 말 속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해밀 동인은 강제성에 의한 변화는 아니지만 안일상 소설가의 작고로 시를 쓰는 동인들만 남게 되었고 시동인으로 자연스럽게 변화를 주었다. 그동안 많은 문학단체와 동인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오늘 날의 문단을 이루었을 것이다. 해밀 동인지도 첫 책(2014년, 글다움)을 발간한 지 10년이라는 세월을 넘겼다. 다양한 문학을 보여주기보다는 문학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흔적을 남기고자 노력했다.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은 세상 위하여 다시 10년을 노래하는 해밀 동인의 빛나는 여정을 이어간다. 흔들리며 쓰러지며 일어서며 모든 여정이 그렇지 아니한가.
_옥빈 시인 권두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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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의 말
나이를 먹는 다는 건,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가는 기쁨을 느낌과 동시에 세월의 속도감에 순응해 가는 것
이다. 나의 요즈음, 시의 참맛을 깨닫기도 전에 세월의 속도감이 더 아쉬움을 주는 나이인가보다, 시가 더
외롭다. _손혁건
피는 꽃만큼이나 지는 꽃도 많은 계절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꽃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어떤 꽃은 한 달을
품어도 시가 되지 못하고 어떤 꽃은 사흘 만에 시가 되기도 한다. 꽃말보다 아름답고 애틋하고 행복한 기
억이 많다는 것을 깨달으며 꽃에 스며든 이야기를 차분히 펼쳐 보려 한다. _오영란
나이를 먹으며 내려놓아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뒤숭숭한 마음들과 이런저런 생각들이 뭉쳐진 시다. 내려
놓을 일이 생기면 새로운 일도 생길 것이다. “왕년엔~” 꼰대의 말이지만 추억의 문장이다. 시의 은유처
럼 살 수도 있겠다. _옥빈
거룩하거나 시시한 날들이 가고 있다. 그래서 더 그리움이 짙어진다. _이영주
처음부터 알고 가는 길은 없다. 길들어진 길 팽개치고 곳곳에 열어보지 않은 길 온전히 펼치며 타박타박 걷
다 보면 닦은 길이 비로소 제 길 된다. 그렇게 수없이 열어본 길들은 내 삶을 우아하게 수놓은 서정시다.
_김동준
절대로 벗겨지지 않는 가면이 있다. 바뀌지 않는 나의 존재와 사실이 아무리 빼고 더하고 거듭 연산해도
바뀌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절대로 벗겨지지 않는 가면 하나씩은 굽어진 겨드랑이든 발가락 사이든 허
술한 구석에 숨겨져 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어둠이 누구인들 없으랴. 그 가면이 사실이고 위안이라서
절대로 벗어서는 안 되는 가면이 있다. _김태완
다시 돌아갈 곳 있어 좋다. 안녕, 안녕, 단어들아! 함께여서 더 좋다. _박향숙
시 : 시답잖아
작 : 작파했는데
메 : 메아리~ 메아리~~
모 : 모르겠어, 여전히 오리무중 _조성순
지난겨울 내가 만들었던 눈사람이 심장이 따뜻해져 어디론가 떠났다. 봄이 되어 벚꽃나무 밑에서 누군가
나를 향해 웃는다. 그 웃음, 낯익다. _이봉직